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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등 대전환기 법률가의 역할과 사명 고민

제12회 한국법률가대회 이모저모

미국변호사

22~23일 열린 제12회 한국법률가대회는 인공지능 출현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 지구적 대전환기에서 요구되고 있는 법률가들의 역할과 사명을 조망해보는 고민의 장이었다. 대회에 참여한 실무계와 학계의 법률가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법적 과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법률가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법률가들은 사법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2020, 새로운 10년-지속가능성장에 대한 시대적 요청과 법률가의 사명'을 대주제로 개최된 이번 대회에서는 '인공지능시대 법률서비스의 변화와 법률가의 역할'과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의 법률적 쟁점'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과 4개 세션에서 9개 세부주제로 잇따라 세미나가 진행돼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22일 기조연설에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보건안보 위기에 빠졌고 경제·사회·정치 모든 분야에서 1930년대 대공황에 비교되는 난국에 직면했다"며 "코로나 이후 생존과 성장을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등의 기술혁신과 신기술 개발에 따른 역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설계하고 규제를 혁신하는 법률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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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법률가 대체는 아직… 중장기 대책 마련해야" = 참석자들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AI가 법률가들을 대체할 만한 '법적 추론'을 수행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김병필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판결 결과를 예측하려는 시도들은 크게 △통계적 기법 △자연어 처리 기법 △전문가 특성 추출 기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은 모두 '법적 추론'을 수행하지 못하고 인과관계 및 상관관계를 구별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시스템 새 패러다임 변화 따른 

가이드라인 필요

 

박상철(42·사법연수원 32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인공지능 모델의 예측정확도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좌우한다. 데이터 가용성의 부족으로 단기간 내에 법률가의 업무를 AI가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변호사의 기일출석, 전형적·반복적인 송무·자문 업무나 법관의 기일진행, 전형적·반복적 판결문 작성 등의 업무는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기는 법원의 데이터 개방과 변호사 플랫폼에 대한 규제완화에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단체 등을 통해 리걸테크 발전에 대비하는 가이드라인을 미리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AI 급속발달에도 

법률가 대체할 ‘법적 추론’은 한계

 

한애라(48·27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소비자가 문서양식에 빈칸을 채우면 그대로 최종문서에 반영되는 현행 서비스는 '법률사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 서비스와 동일시할 수 있는 광고나 표시는 규제할 필요가 있으며, 서비스 품질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미국변호사협회 가이드라인과 유사하게 서비스 제공업체 등록, 품질통제 등에 관한 소프트 가이드라인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마련해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진(38·38기) 리걸텍 대표도 "현재 변호사윤리장전은 법률 지식과 실무 기술, 가용할 수 있는 기술의 편익에 대한 능숙함 등을 요하는 '기술적 숙련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미국변호사협회의 모범규준을 참고해 한국 변호사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조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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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한국법률가대회가 개막한 22일 권오곤(67·사법연수원 9기·오른쪽 다섯번째) 한국법학원 원장과 김명자(오른쪽 여섯번째) 전 환경부장관 및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팬데믹 상황에서 수집된 개인정보 보호 방안 필요" = 법률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대책 일환 등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보호·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방역위해 수집한

 개인정보 보호방안 논의돼야

 

이상직(55·26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가 열리며 온라인 금융,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활용도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디지털의 역기능도 심화됐다"면서 "방역을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도 늘었고, 동선 공개 초기에는 가정불화, 지역사회 내 따돌림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는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개인정보권의 본질적 내용이 다쳐서는 안 된다"며 "바이러스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안 역시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그리고 그 논의과정에 국민이 보호 대상이 아닌 주체로 당당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회선제한조치로 취득한 정보 중에서 범죄혐의와 무관한 개인정보나 제3자 정보에 대한 삭제 규정을 두어야 한다"며 "또한 '비밀분류법'을 제정해 불필요한 자료의 삭제 여부 등을 인권감시기관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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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 형사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 디지털 시대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응 전략과 형사절차의 디지털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위기이자 기회인 것은 산업 뿐만 아니라 범죄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범죄가 많아지고 고도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침입 등 아날로그 시대의 사생활 침해 행위를 전제로 하는 현행 형법의 보호법익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재정립해야 한다"며 "사이버 범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 수사법제를 개선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형사사법 전략을 새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시대 걸맞는 형사법전략도 

새로 모색 필요

 

김봉수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디지털 콘택트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범죄의 질적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형사법에 대한 사회의 요청일 것이지만, 전자영장제도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논의할 때에는 '영장주의' 등 (전통적인) 형사법이 지켜온 가치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대 교수는 "KICS(형사사법포털)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형사절차의 디지털화를 위한 한국의 인프라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돼 있다"며 "이제는 온라인 수색과 암호통신감청 등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화를 논의하고 디지털 증거법을 정비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또 "형사사법제도의 전자화에 발맞춰 전자영장제도와 증거보존제도, 온라인 수색 등의 수사방법 등의 도입도 제시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수정·한수현 기자    soojung·s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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