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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처분 근거법령 추가·변경의 허용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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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의식

처분사유 추가·변경은 처분행정청인 피고가 소송 도중 종래 처분사유로는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소송대상 처분의 적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했지만 종래 처분사유로 제시하지 않았던 다른 사유를 추가·변경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를 허용할 경우 원고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처분사유의 등장으로 인해 신뢰보호 문제와 방어권 침해가 발생한다. 반대로 불허할 경우 소송대상 처분의 취소판결 확정 후 기속력이 위법판단이 된 개별 처분사유에만 미치는 관계로 처분행정청은 다시 다른 처분사유를 제시하며 재차 동일한 결론인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어 소송경제나 분쟁의 일회적 해결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어느 범위에서 허용할 것인지는 위와 같이 대립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적정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허용하는 기준으로서 소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일관되게 제시하여 확립된 판례를 형성하고 있다(대법원 1983. 10. 23. 선고 83누396 판결 등). 그러나 처분사유는 행정처분의 사실 요소(요건 사실)와 법령상 근거(처분 근거법령)를 아우르는 개념임에도, 판례가 제시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사실 요소의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처분 근거법령만의 추가·변경이 있는 경우의 허용 여부에 관해서는 실질적인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하에서는 처분 근거법령 추가·변경의 세부적 유형과 허용범위를 살펴보고, 나아가 처분 근거법령이 기속규정에서 재량규정으로 추가·변경된 경우의 허용 여부와 기준을 분석해본다. 지금까지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을 독자적인 주제로 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작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Ⅱ. 처분 근거법령 추가·변경의 유형과 허용범위
1. 유형 구분의 기준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 사안 중에서도 사실관계 추가·변경이 수반됨에 따라 이를 새로이 적용·포섭하기 위해 처분 근거법령이 추가·변경되는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그 중점은 사실 요소(요건 사실)의 변화에 있으므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판단 기준이 여전히 유효하게 고려될 수 있다.

 

문제는 ① 사실관계 추가·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과 ② 사실관계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이다. 먼저 ②의 경우는 결과적으로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원칙으로 돌아가 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①에 대해 판례는 사실관계 추가·변경의 수반이 없는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것처럼 판시하는바 그 구체적 사안 유형은 별도 항목으로 살펴본다.


2. 사실관계 추가·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처분 근거법령 추가·변경의 유형화
가. 단순한 법령적용의 오류를 정정한 것일 뿐인 경우

대법원 1988. 1. 19. 선고 87누603 판결, 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632 판결이 이에 해당된다. 다만 본질적으로는 종전의 처분 근거법령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동일성 상실을 전제로 하는 처분 근거법령의 변경과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나. 동일한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 달리하는 경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판결은 피고가 심리 도중 구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12호 소정의 '담합을 주도하거나 담합하여 입찰을 방해하였다'는 것에서 같은 항 제7호 소정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로 처분사유를 변경한 것은 그 변경 전후에 있어 같은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 달리하는 것일 뿐 기본적 사실관계를 같이 하는 것이므로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원고가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사실관계는 변함이 없으나 이를 구성요건적 사실로 적용·포섭함에 있어 적용법령을 달리하게 된 경우로 이해된다.

 

다. 별개의 처분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두28106 판결은 "도로법과 국유재산법령 및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령은 입법 취지가 다르고 변상금의 징수목적, 산정 기준금액, 징수 재량 유무, 징수절차 등이 서로 다르므로 피고 주장과 같이 근거법령을 변경하는 것은 종전 도로법에 의한 변상금 부과처분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는 별개의 처분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행정처분 종류는 '변상금'으로 동일하지만 그 처분 근거법령이 달라져 원고로서는 소송에서 다투어야 할 쟁점이 비교적 크게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판결은 타당하다.


Ⅲ. 처분 근거법령이 기속규정에서 재량규정으로 추가·변경된 경우의 허용기준

1. 행정청이 당초 기속행위라고 생각하여 재량행사를 하지 않았다가 행정소송 단계에서 재량행위로서 재량고려를 한 경우에는 행정처분의 '본질' 변경이 존재한다고 보아 그러한 처분사유 추가·변경은 한계를 넘은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독일의 다수설과 판례(BVerwG, Urt. v. 13. 11. 1981 - 1 C 69/78)이다. 이와는 결이 조금 다르게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통해 기속행위를 재량행위로 변경하는 경우에도 항상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의 본질 변경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변경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재량고려사유의 추가를 통해 원칙적으로 본질의 변경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만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불허되는 것이라는 최근의 유력한 견해와 독일의 하급심 판결(OVG Munster, Urt. v. 29. 6. 2010 - 18 A 1450/09)도 있다.

 

생각건대 앞서 본 최근의 독일 하급심 판결과 유력한 견해에 따라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통해 기속행위가 재량행위로 변경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재량행위에서 제시된 재량고려사유가 당해 처분의 적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만 해당 행정처분의 본질이 변경된 것으로 보는 것이 개별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판례에서 말하는 당해 행정행위의 '본질'이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행정처분의 주문(主文)과 규율 내용(법적 효력)의 변경 여부에 따라 판단되는바 만일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통해 당초의 기속행위가 그 추가·변경 후 재량행위로 바뀌게 되었더라도 그 전후의 행정처분의 주문은 물론 (기속행위이냐 재량행위이냐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규율 내용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만일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으로 종전 행정처분이 기속행위에서 재량행위로 변경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소송의 주된 쟁점은 요건 사실의 충족 여부 단계에 머무를 뿐이라 그러한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은 허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요건 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당해 행정처분이 기속행위이냐 재량행위이냐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량고려사유가 처분사유에 포함되는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재처분에 있어서 재량고려사유는 처분사유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므로 설령 처분 근거법령의 추가·변경 이후 재량고려사유(정상참작 사실)가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쟁점이 된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적법성에 영향을 미치는 재량고려사유가 소송 도중에 처음 제시된다고 하여 곧바로 처분의 본질이 변경된다거나 허용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문제를 넘어선 사실 상태의 변경이나 (처분시 이후의) 새로운 사실 상태의 등장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재량고려사유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방어권이 침해된다거나 처분 근거법령 추가·변경을 통하여 기속행위에서 재량행위로의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해 소송절차 내에서 쟁점이 되는 재량고려사유에 관하여 충분히 다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원고의 방어권 침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 처분사유 추가·변경은 피고 행정청이 처분의 적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방법인데 추가·변경될 처분사유가 당해 처분이 적법하다는 결론으로 반드시 귀결되거나 그렇게 예상되어야만 그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하여 바로 그 추가·변경 후 행정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며 추가·변경된 처분사유는 법원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의 대상이 될 뿐이다.

4. 결국 처분 근거법령 추가·변경의 허용성 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인 기준은 그 추가·변경을 허용할 경우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로 봄이 타당하다. 이는 판례가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함부로 허용하지 않고 제한하는 취지나 목적과 부합된다.

 

 

이은상 교수(아주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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