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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법조윤리 딜레마 상황의 윤리적 함의와 해결 원칙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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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딜레마 상황의 유형

법조현실에서는 수많은 딜레마 상황이 벌어진다. 딜레마 상황은 법조윤리의 탐구 영역 중 임상윤리 대상이다. 임상윤리는 현실의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는 만큼 구체적이고 복잡하다. 딜레마 상황을 해결하려면 딜레마 상황의 유형을 분석하고 윤리적 함의를 정리하고 해결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법조윤리와 관련된 딜레마 상황은 주체별로 변호사의 딜레마 상황과 법관·검사의 딜레마 상황이 있다. 변호사는 법조윤리만이 적용되지만 법관·검사는 공무원이므로 공무원 윤리도 적용된다. 변호사의 딜레마 상황은 변호사 의무와 시민 의무의 충돌, 성실의무와 진실 의무의 충돌, 성실의무 내부의 충돌, 진실의무 내부의 충돌, 비밀유지의무 내부의 충돌로 분류할 수 있다. 법관·검사의 딜레마 상황은 법조윤리와 시민 권리의 충돌, 직역간 의무의 충돌, 직역이동시 의무의 충돌로 나눌 수 있다. 딜레마 상황의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딜레마 상황은 의무의 충돌이 본질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살인범을 변호하는 변호사 사례가 있다. 살인범이 드러나지 않은 다른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안 변호사는 이를 가족에게 알려야 하는지 문제되는 상황이다. 이 사례는 변호사 의무와 시민 의무의 충돌 사례이면서 변호사의 성실의무와 진실의무의 충돌 사례이기도 하다. 변호사는 비밀유지의무가 있다. 이에 비해 시민은 범죄사실을 알게 되면 범죄로 고통을 경감시켜주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 범죄가 진행 중인데 자신이 직접 막지 못한다면 관계기관에 알려 막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의무는 모두 중대한 의무다. 변호사의 의무는 시민의 의무에 의하여 제약받을 수 있다. 진실을 기반으로 한 정의의 추구는 법률가들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의무가 성실의무를 압도하는 경우는 예외적이지만 있을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은 필자의 졸고, '법조윤리 딜레마 상황의 윤리적 함의와 해결원칙', 외법논집 제44권 제3호(2020. 8.), 471면 이하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2. 딜레마 상황의 분석

첫째, 딜레마 상황인지 아닌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 딜레마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딜레마 상황이 아닌데도 딜레마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제외해야 한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 때문에 법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딜레마 상황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거나, 전화변론하거나, 전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수임하거나, 과다한 수임료를 받거나, 허위광고를 하거나, 세무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공직자들이 공정하게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사례들은 딜레마 상황이 아니다. 단순한 불법행위, 범죄행위, 반윤리행위일 뿐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딜레마 상황인 것처럼 주장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불법행위·범죄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데 있다. 딜레마 상황이라고 하면 불법행위·범죄행위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딜레마 상황이 아님에도 딜레마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교육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딜레마 상황의 본질을 희석시켜 절제와 관용을 탐욕과 분노·어리석음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성실의무·비밀유지의무·공익의무는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보다 훨씬 고귀하다. 공직법조인들의 공정성 유지 의무는 SNS에 자신의 의견을 쓰는 권리보다 훨씬 중요하다. 높고 고귀한 의무를 낮고 저열한 이익으로 대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둘째, 딜레마 상황에서는 단일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 단일 기준은 딜레마 상황에서 한쪽의 의무를 완전히 배제하는 기준이다. 그렇지만 딜레마 상황에서 충돌하는 의무는 모두 중요한 것들이다. 단일 기준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잘못하면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다. 앞에서 본 사례에서 변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하지만 변호사에게는 비밀유지의무가 있다. 이때 비밀유지의무를 절대시하면 변호사는 법률가의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저버리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단일 기준은 사법제도의 신뢰를 추락시킬 수 있다. 사법절차에서는 과정의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은 관계자의 이해관계를 전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 아무리 잔혹한 범죄자라도 기본적 인권은 보장한다. 단일 기준은 특정한 개인의 이익을 전면적으로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 의뢰인의 이익이 항상 모든 경우에 우선한다면 타인의 생명이나 공공의 이익은 위험에 처한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면 의뢰인의 이익이 위태로워진다. 이렇게 되면 사법 불신이 발생하게 된다. 


셋째, 딜레마 상황은 중도를 요구한다. 딜레마 상황은 의무의 충돌이면서 또한 권리·이익의 충돌 상황이다. 사람들은 권리·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사법제도에 호소한다. 이때 사법제도는 모두의 이익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모두의 이익을 모두 지킬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 개인의 내밀한 세계는 먼저 고려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딜레마 상황은 한쪽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극단을 배격하고 중도를 중시한다. 하지만 중도는 양측의 이익을 진지하게 고려하지만 정확하게 누구의 이익을 얼마만큼 고려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딜레마 상황에서 행위자를 구제해주는 것은 규칙이다. 규칙을 준수하기만 하면 다른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규칙이 윤리의 하향평준화를 낳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원래 윤리는 규칙을 포함하지만 규칙에 한정되지 않는다. 윤리는 사람의 마음, 구체적으로는 양심, 부끄러움, 수치심과 관련 있다. 윤리는 규칙준수를 뛰어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 타인에 대한 배려, 자신의 정체성, 영적 생활까지 이어지는 생활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3. 딜레마 상황 해결 원칙
첫째, 신뢰의 원칙이 있다. 딜레마 상황은 의무의 충돌 상황이다. 신뢰의 원칙은 '스스로 적법하게 행위하는 행위자는 다른 관여자의 적절한 행위를 신뢰하면 족하다'는 원칙이다. 딜레마 상황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위축시킨다. 개인의 행동 위축은 곧 자유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딜레마 상황에서 관계된 자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자유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구상된 것이 신뢰의 원칙이다. 하지만 신뢰의 원칙만을 기준으로 딜레마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특히 나의 규칙 준수가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 경미할 때 문제가 된다. 딜레마 상황은 기본적으로 이익형량 문제다. 중대한 이익이 있다면 규칙은 당연히 양보해야 한다. 규칙은 한번 완성되면 경직화되기 마련이다. 규칙이 경직화되면 획일적인 법의 집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최소 침해 원칙이 있다. 의무가 충돌할 때 이익이 침해되는데 이때 이익을 가능한 한 적게 침해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소 침해 원칙은 관용의 원칙에서 파생된 것이다. 아르투어 카우프만은 관용의 원칙을 '너의 행위의 결과가 인간의 불행을 가능한 최대로 회피하거나 줄이는 것과 양립할 수 있도록 행동하라'라는 명제로 정리한다. 최소 침해 원칙은 상대방을 관용하고 자신의 권한 행사를 자제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 자체로서는 딜레마 상황을 해결하는데 특별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딜레마 상황에서는 항상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침해를 하되 가능한 한 적게 침해하라는 것은 조심하라는 말 이상의 것이 되기 어렵다. 


셋째, 관용과 자제의 원칙이 있다. 규칙의 준수를 강조하는 신뢰의 원칙, 다른 사람의 이익을 적게 침해하는 것이 좋다는 최소 침해 원칙은 '관용과 자제의 원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르투어 카우프만 역시 관용의 원칙 중의 하나로 최소 침해 원칙을 제안하고 있다. 관용이란 남의 잘못 따위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을 말한다.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 관용은 불가능하다. 둘째, 상대방이 나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넷째, 상대방이 나와 같이 일부의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관용의 원칙은 상대주의적 가치이론과 자유주의에서 도출되는 도덕원칙이다. 다섯째,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관용과 함께 자제 역시 필요하다. 자제는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성·연결성이 높아진 사회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원래 권리·권한이란 개인이든 국가든 상관없이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항상 겹치기 마련이다. 의무의 충돌 역시 의무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때 딜레마 상황을 피해가 적게 해결하려면 서로를 존중하면서 권한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

 

 

김인회 교수 (인하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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