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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특허법원

“비슷한 이름 쓰지 마”… 로펌 간 ‘명칭 분쟁’ 잦다

변호사 3만명 시대 법률시장의 ‘그림자’

리걸에듀

로펌 명칭을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기업이나 상점으로 치면 상표권 또는 상호권 분쟁에 해당하는데, 지난 달을 기준으로 국내 등록 변호사가 2만8906명에 이르고 법무법인 수가 1263개에 달하는 등 법률서비스 공급자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사무실 명칭을 둘러싼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변호사법 자체가 법률서비스를 공공재의 일종으로 보고 변호사의 상인(商人)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의 명칭을 상호나 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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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직장과 비슷한 명칭 법무법인 설립… '소송전'으로 =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A변호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법무법인 허가처분 무효 확인소송(2019구합76207)을 최근 각하했다.

 

A변호사는 B변호사와 C법률사무소에서 함께 일했다. 그런데 B변호사가 C법률사무소를 나와 D법무법인을 설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B변호사가 설립한 D법무법인의 명칭이 C법률사무소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A변호사는 D법무법인 설립을 인가해준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변호사법 제41조는 법무법인을 설립하려면 구성원이 될 변호사가 정관을 작성해 주사무소 소재지의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거쳐 법무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D법무법인 설립 인가 결정의 근거가 되는 변호사법 관련 규정들은 법무법인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수, 구성원의 경력 등을 제한함으로써 조직적·전문적인 법률 조력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라며 "(이 같은 규정은) 기존 법률사무소 또는 법무법인 명칭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거나 명칭으로 말미암은 영업상 이익을 법률상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률서비스는 공공재”

 변호사, 商人性 인정 안되고

 

또 "변호사법 및 시행령은 변호사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거나 명칭으로 말미암은 부정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설립 인가 결정 처분의 근거법규 내용을 종합할 때 변호사법에서 법률사무소의 기존 명칭을 보호하거나 동일·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신규 법무법인의 설립인가 처분으로 인해 입게 되는 영업상 손실 등의 불이익은 간접적·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고, 이 법령에 의해 보호되는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동일 또는 유사한 명칭 사용을 금지하도록 한 대한변호사협회 회칙도 법규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변협 회칙 제39조, 제40조, 제40조의2 등은 법무법인 등은 기존 합동사무소, 법무법인 등과 동일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A변호사는 이 같은 대한변협 회칙이 법규명령에 해당한다며 C법률사무소의 명칭권 내지 영업권 등이 법률상 이익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사법은 법무법인의 인가 및 인가취소와 관련해 법무법인 설립 시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협을 거쳐' 인가를 받도록 정하는 외에, 대한변협이 인가 요건을 구체화하도록 위임하거나 그 외 인가와 관련해 권한을 행사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대한변협 회칙은 대한변협이 자율권에 기초해 변호사의 공공성을 유지하고자 규정한 내부적 규정으로서 대외적 기속력이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가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협을 거쳐' 이뤄진 설립 인가 신청을 심사하면서 대한변협이 마련한 기준 등을 고려해 판단할 수도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내용이 법무부의 판단 의무가 되거나 대한변협 회칙이 법무부의 판단 규범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판단 내용을 기속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로펌 명칭이 ‘상호’인지에 대한

 명시적 규정도 없어


◇ "변호사는 상인 아니다"… '상호'가 아닌 '명칭' 등기 = 대법원은 2007년 7월 변호사나 법무법인의 공공성 등을 감안할 때 상인은 물론 의제상인으로도 볼 수 없다면서 법무법인 등의 등기에도 상업등기법이나 상법 관련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2006마334).

 

대법원은 당시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위임인·위촉인과의 개별적 신뢰관계에 기초해 개개 사건의 특성에 따라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활용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자유로운 광고·선전활동을 통해 영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영업소의 설치 및 지배인 등 상업사용인의 선임 등을 통해 인적·물적 영업기반을 자유로이 확충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대한의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허용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의 직무 관련 활동과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한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니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유사명칭 사용금지’ 변협회칙, 

기속력도 인정 안 돼


이어 "근래 전문직업인의 직무 관련 활동이 점차 상업적 성향을 띄게 됨에 따라 사회적 인식도 일부 변화해 변호사가 유상의 위임계약 등을 통해 사실상 영리를 목적으로 그 직무를 행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나고, 소득세법이 변호사의 직무수행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같은 법 제19조 1항 11호가 규정하는 '사업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보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변호사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해 볼 때, 변호사를 상법 제5조 1항이 규정하는 '상인적 방법에 의하여 영업을 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나 법무법인은 모두 상인에 해당하지 않고, 법무법인은 변호사법 제42조 1호에 의해 정관에 '상호'가 아닌 '명칭'을 기재하고 같은 법에 의해 설립등기 시 '상호'가 아닌 '명칭'을 등기하도록 돼 있는 등 법무법인의 설립등기를 '상호' 등을 등기사항으로 하는 상법상 회사의 설립등기나 개인 상인의 상호등기와 동일시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으로 가지만 

법원도 뚜렷한 해결 기준 못  찾아

 

◇ 뚜렷한 기준 없어… 유사 명칭 많아 = 대한변협도 아직 별다른 해결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충윤(36·변호사시험 4회) 대한변협 대변인은 "회칙에 따르면 법무법인의 명칭은 (다른) 법무조합, 합동사무소의 명칭과 동일 또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면서 "(명칭이) 유사한지 여부는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변협 상임이사회에서 심도 있는 숙의를 걸쳐 다양한 선례를 분석하며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동일한 명칭에 접두어나 접미어만 다르게 쓰거나, 발음이 비슷한 법무법인 명칭 등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앞선 사례처럼 소송전도 벌어진다.


“방치하면 명칭분쟁 계속 발생

 대책마련 서둘러야”

 

지난 2013년 법무법인 원은 신생 법무법인이었던 더원을 상대로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결정문에서 "법무법인 원과 법무법인 더원은 사무소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업무도 서로 비슷해 표지의 유사성으로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원의 '더'는 영어 단어인 'the'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표현하고 '원'을 수식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식별력이 없고, '원' 부분만이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며 "결국 법무법인 원과 법무법인 더원의 한글 명칭 중 중요부분인 '원'과 '더원'은 서로 그 호칭이 동일하고 같은 의미를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신청인(더원)은 '법무법인 더원'과 '법무법인 THE ONE'을 명칭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법무법인 등을 만들 때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도 큰 고민 중 하나"라며 "변호사도 사실상 상인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처럼 뚜렷한 기준 없이 도덕적인 측면에만 맡겨둔다면 이 같은 분쟁이 계속해서 발생할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변호사법 주석'의 저자인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보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법률시장을 나타내주는 한 단면"이라며 "변호사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어보이지만 결국 법무법인 명칭의 유사성 문제를 해결할 입법론적 과제를 제기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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