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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본법안 ‘적극행정’ 조항 실효성 논란

‘적극행정’은 제도의 문제 아닌 공무원 자세의 문제

미국변호사

법제처(처장 이강섭)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행정기본법 제정안'이 지난 7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지만, '적극행정 추진' 조항과 관련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기본법안은 그동안 학설·판례를 통해 인정돼 온 법치행정·평등·비례·부당결부금지 원칙 등 행정법상 일반 원칙들을 명문화했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적극행정 조항은 기본법의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일 뿐만 아니라 오남용의 소지도 높다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행정기본법안은 △총칙 △행정의 법원칙 △행정작용 △행정의 입법활동 등 총 4개 장, 43개 조항(부칙 제외)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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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제4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고, 이와 관련된 시책 및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2항)'는 내용을 규정해 적극행정을 독려하고 있다.

 

행정의 기본원칙이라기 보다 

정책적 구호에 가까워


하지만 이미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의 성실 직무 수행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제56조), '적극행정' 조항을 따로 규정하는 것은 체계상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한 한 공무원이라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소극행정'을 했다는 이유로 제재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섭(61·사법연수원 16기)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8월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인권과 정의' 제491호에 '행정기본법안의 적극행정 조항에 관한 비판적 논의'라는 시론을 게재해 "행정기본법안은 행정청의 활동을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어, 공무원의 적극행정 의무에 관한 조항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적극행정이 활성화되지 않는 배경에는 △통제 위주의 감사 △행정에 대한 정치 우위 현상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부처 통제 경향 △고위직의 적극행정 마인드 결여 등이 있는데, 이 같은 행정환경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한 개 조문으로 적극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정권 교체에 따라 공직사회의 적폐청산이 반복된다면 추후 '적폐'로 몰릴 수 있어 공무원이 업무처리에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적극행정을 하지 않으면 '소극행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몰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등 직업공무원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후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에 관계없이 

공직사회 복지부동 타파 위해 필요

 

이광윤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최근 본보에 기고한 '행정기본법안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2020년 9월 21일자 11면 참고>을 통해 "'적극행정'이라는 것은 행정의 기본원칙이라기보다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에 가까운 정책적 구호에 가깝다"며 "행정기본법 총강에 포함되기에는 부적절하며, 오히려 이것이 포함되면서 국가배상 문제 등 다른 법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로스쿨 교수도 "적극행정은 제도의 문제가 아닌 '자세의 문제'로서 객관적 영역이 아닌 주관적 영역에 속하는데, 이게 왜 행정기본법에 포함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적극행정 조항은 부질없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차라리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유도하려는 취지였다면 '책임면제 조항'을 삽입하는 게 현실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한국공법학회장인 이원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행정기본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도 논의된 내용이지만 적극행정은 정권에 관계없이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타파하기 위해 꾸준히 추진돼 온 것"이라며 "행정기본법안 제4조의 '적극행정의 추진'은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율하고 있는 '적극행정 운영규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기본법이 원칙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행정의 행위규범'으로서 적극행정 조항을 포섭한 것이기 때문에,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행정의 행위규범으로서 

적극행정 조항 포섭” 주장도

 

행정기본법과 행정절차법의 체계적합성 문제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절차 중심의 행정법 체계에 실체법적 규정을 '기본법'으로 추가하면, 실무에서의 법 해석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법 분야에 밝은 한 변호사는 "행정은 기본적으로 절차를 통해 권리를 보장·구제 받는 절차중심의 법이며, 독일도 연방행정절차법(VwVfG)이 기본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금의 행정기본법안은 단지 교과서 이론을 주루룩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해 실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법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법해석의 난맥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원우 교수는 "실체법적 규정을 절차법에 규정하고 있는 독일의 연방행정절차법(VwVfG)이 이론적으로 꼭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며 "원래는 행정법총칙, 행정조직법, 공무원법, 국가배상법, 행정절차법, 행정심판법, 행정소송법 등을 일반행정법이라는 법전(法典)의 틀 속에서 함께 규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체계적으로나 올바른 방향이지만, 2차대전 이후 독일연방의 입법과정에서 우선 행정절차법 안에 실체적인 내용을 포함시키다보니 독일은 연방행정절차법이 기본법적 위상을 차지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논의를 종합할 때 중장기적으로 행정기본법 안에 행정절차법이 포섭되는 것이 맞지만, 국가공무원법·행정절차법·행정소송법 등의 소관부처가 각기 다른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일단 기본적인 원칙을 '총칙' 차원에서 법률화했다"며 "기본 원리에 관한 법을 만드는 것은 입법 정책적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하며, 실효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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