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구논단

증여부동산이 수용된 경우 유류분의 산정

미국변호사

164383.jpg

1. 들어가며

피상속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은 공동상속인이 있는 경우 그 증여부동산은 유류분을 산정하기 위한 기초재산(민법 제1113조 제1항, 이하 '유류분 기초재산')에 포함된다. 이 때 증여부동산의 가액은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 등).
그런데 증여부동산이 상속개시 전 수용되면서 수증자가 수용보상금을 지급받게 되는 경우 수증자가 받은 수용보상금에 상속개시 때까지 물가상승분을 가산한 금액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 부동산이 수용 전과 같이 현존하는 것으로 보아 해당 부동산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유류분 기초재산에 포함시킬 것인지 문제된다.


이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가 없고 실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므로 본 글을 통해 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 보고자 한다.

 


2.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의 판단

가.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수용되었는지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

 

나. 대법원은 아직 이 문제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설시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이 쟁점을 다룬 원심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하여 확정한 사례가 있다(서울고법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95707 판결).

 

위 판결의 대상사안에서는 증여부동산이 상속개시 전 수용되어 수용보상금 약 140억 원이 지급되었고 물가상승을 반영하여 위 금액을 상속개시시로 환산하면 약 146억 원이 되었다. 반면 증여부동산 자체의 시가는 상속개시시 기준으로 약 155억 원에 이르렀다.

 

위 금액들 중 어떠한 금액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할 것인지에 따라 유류분액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원심법원은 증여부동산의 상속개시시 가액(약 155억 원)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였고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로써 확정되었다.

 

특히 원심과 달리 제1심에서는 수용보상금에 물가상승분을 가산한 약 146억 원만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정반대로 판단한 제1심과 원심 중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3. 위 결정 및 판결에 대한 이해
가.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유류분 산정시 포함될 재산과 공제될 채무의 범위만을 정하고 있을 뿐 증여재산이 멸실·처분·수용된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하여는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법원의 해석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위 문제와 관련하여 증여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증여부동산 자체의 상속개시시 시가를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2017나2065297, 2018다295707 판결). 그리고 대법원이 이러한 입장을 취한 데에는 이 문제에 관하여 먼저 명시적으로 같은 판단을 내린 헌법재판소 결정례(2007헌바144 결정)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그 판단의 주요 근거로 ① 유류분권리자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② 수증자가 수용으로 금원을 이용할 기회를 누리는 점 ③ 증여부동산 가액이 상속개시시에 이르러 수용시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나. 헌법재판소가 들고 있는 위 근거들 중 '법적 안정성'에 관한 것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즉 증여부동산의 상속개시시 시가를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경우 '상속개시시까지 증여부동산 시가의 변동'이라는 불안정 요소만이 개입되는 반면, 상속개시시로 환산한 수용보상금을 산입하는 경우 '수용시점까지 증여부동산 시가의 변동'이라는 요소 외에도 '수용 후 상속개시시까지 물가변동'이라는 불안정 요소가 추가되므로 전자의 경우가 유류분반환청구에 관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규율할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들고 있는 나머지 근거들이 그 결론을 도출하기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소 의문이 있다. 위 나머지 근거들은 '법적 불안정성'을 달리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고 단순히 결론을 보강하기 위하여 수용보상금을 얻은 수증자가 유리해지는 경우를 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일한 결론을 유지한 채로 수증자가 유리해지는 경우뿐 아니라 유류분권자가 유리해지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므로 특정 상황을 가정하여 근거로 삼는 것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합당한 방법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수증자의 행위 개입을 추가적으로 고려한 분석
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유류분권자보호' 및 '법적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하지만 '수증자의 행위 개입 여부'를 고려하여 위 일률적인 해석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

 

나. 수용절차는 사업시행자와 수증자의 협의에 의한 경우(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이하 '토지보상법', 제29조 제1항)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재결에 따른 수용이 이루어지는 경우(토지보상법 제28조 제1항)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데 이 중 후자의 경우에는 수증자의 행위가 개입됨이 없이 재결로 인하여 강제적으로 증여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변동이 발생한다.

 

이렇게 강제적으로 소유권 변동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수증자의 의사에 따라 증여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와는 달리 그 부동산이 사실상 멸실된 경우에 준하는 상태에 해당하고(수용재결로 사업시행자는 증여부동산을 원시취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아도 그러하다. 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58511 판결 등 참조). 단지 멸실된 증여부동산을 대신하여 발생한 수용보상금이 대상물로 존재하게 되므로 이러한 대상물의 상속개시시 시가, 즉 '수용보상금을 상속개시시 물가로 환산한 금액'이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사업시행자와 수증자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협의가 성립한 것에 대하여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의 확인이 있으면 관계 법령에 따라 재결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만(토지보상법 제29조 제4항) 이 경우에는 수증자의 행위(협의)에 따라 소유권이 변동되므로 증여부동산이 수증자의 귀책사유 없이 멸실된 경우와 같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협의만으로 토지의 승계취득을 인정하는 일부 하급심 판결례의 입장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서울민사지법 1984. 12. 28. 선고 84가합918 판결 참조). 따라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해석론을 일관하여 증여부동산이 기존과 같이 존재한다고 보아 그 상속개시시 시가를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 대비되는 다음 사례를 살펴보면 보다 나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증여부동산이 천재지변에 의하여 멸실된 경우 수증자는 증여부동산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바 없고 증여부동산의 대체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도 증여부동산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면 유류분권자에 비하여 수증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하고 위와 같은 결과가 수증자의 귀책에 의하였다거나 수증자가 그 결과를 의도한 바도 없으므로 증여부동산은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될 증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반면 수증자가 스스로 증여부동산을 무상으로 처분하여 버린 경우 천재지변에 의하여 멸실된 경우와 비교하여 수증자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결과는 같더라도 그 결과가 수증자 스스로의 행위에 의하여 초래되었다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따라서 '법적 안정성'에 입각한 해석을 유지하여 증여부동산의 상속개시시 시가가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라. 위와 같이 사례를 대비하여 생각해 보면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언급된 근거, 즉 '수증자가 증여부동산의 대가로 금전을 이용할 기회를 누리는지'나 '증여부동산의 시가 변동 여부' 등은 법적 판단의 차이를 가져오는 핵심 요소가 아닌 반면, 수증자의 행위 개입 여부는 정합적 결론을 도출하는 데 고려할 주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5. 결론

개발사업이 시행되어 수용절차가 개시되면 부동산 가격이 앙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증여부동산이 상속개시 전 수용되었을 때 그 재산을 어떠한 방식으로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할 것인지는 수증자와 유류분권자의 이해를 가르는 첨예한 다툼의 대상이 된다.


위 방식에 관하여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수용 여부와 무관히 증여부동산의 상속개시시 시가를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하지만 협의에 의한 경우와 달리 재결에 의해 소유권이 변동되는 경우에는 증여부동산의 대상물(代償物)인 수용보상금에 물가상승분을 가산한 금액을 유류분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해석론을 구성함에 있어서 논리적으로 보다 정합적이라고 판단된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종합법무관리솔루션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