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 대상 신종 범죄 ‘경계령’

“비슷한 사례 겪었다” 여성변호사들 잇따라 나와

리걸에듀

여성변호사를 "사건 상담이 하고 싶다"며 유인해 강력범죄 대상으로 삼으려한 일이 벌어져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여성 변호사의 슬기로운 대처로 다행히 큰 일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사건수임을 미끼로 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는 여성변호사들까지 잇따라 나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15일 여성변호사인 A변호사로부터 이 같은 사건 제보를 받고 전국 여성변호사들에게 '여성회원 대상 범죄 시도 주의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A변호사 사례를 공유하며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변협은 또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여성변호사는 변협으로 연락해달라고 요청했다.

 

164374.jpg

 

A변호사가 제보한 사건 내용에 따르면, B단체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A변호사는 얼마 전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이 B단체의 부회장이라며 전에 A변호사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중요한 클라이언트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중요한 클라이언트를 소개하고 싶다며 

만남 제의


이에 A변호사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는데, 이 남성은 자신이 업무 때문에 미국에 있다며 국제전화로 10통 가까이 A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이 남성은 "(소개할) 고객은 일본에서 사업하는 재일교포인데, 최근 한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 이 재산을 관리해 줄 변호사를 찾고 있다"며 "대형로펌과도 미팅을 했지만 A변호사가 B단체 고문이니 꼭 소개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A변호사는 사무실로 찾아와 상담할 것을 권했지만 남성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다른 장소에서 만나자고 졸랐다. 그러면서 "지하철 ○○역 근처에서 만나 회장님 차로 (함께) 이동하든, 변호사님 차로 (따로) 이동하든지 하자"고 했다.

 

위장한 경호원과 약속 장소 갔더니 

나타나지 않아

 

이상한 낌새를 느낀 A변호사는 불안한 마음에 사설 경호원을 고용해 운전기사인 척 대동하고 약속 장소에 갔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A변호사가 이 남성이 걸어왔던 번호로 전화를 하자 한참을 받지 않다가 이후 '없는 번호'라는 음성 안내가 흘러나왔다.

 

A변호사는 "경호원이 검은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아마 형사로 착각하고 도주한 것 같다"며 "계좌정보 등을 요구한 것이 아니어서 아마 특정장소로 나를 유인하려는 게 최종 목적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납치와 같은 강력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A변호사는 "로펌이나 변호사사무실 홈페이지에는 변호사의 얼굴과 약력 등이 공개돼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짜 속이려는 것 같다"며 "여성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아닌지 우려된다.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협회에 알린다"고 했다. 

 

걸려온 번호로 전화하자 

한참 뒤 “없는 번호” 안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여성변호사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공문 발송 후 변협으로 연락해 자신이 겪은 내용을 제보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제보 내용들을 종합하면 △여성변호사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 △국제전화로 연락을 한다는 점 △사무실이 아닌 특정장소로 유인한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전문가들은 미수에 그친 단순 보이스피싱 범죄일 수도 있지만 여성변호사를 상대로 한 신종 범죄일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한다.

 

한 범죄심리학 교수는 "제보 내용만 가지고는 (범행동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동일한 수법으로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문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신종 범죄가 아닌지 우려된다"며 "변호사는 피해를 입어도 오히려 신고를 꺼릴 수 있다는 심리를 악용한 성범죄 시도였거나, 최악의 경우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연계된 인신매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 소개 상담 등으로 유인

강력범죄 계획한 듯

 

법조계는 경악하고 있다.

 

한 여성변호사는 "변협이 보낸 공문 내용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며 "해당 변호사가 굉장히 현명하게 대처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임·고객 유치 등을 미끼로 유인하려 했다는 점에서 변호사시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여 불안감이 더 크다"고 했다.

 

다른 여성변호사는 "예전에 합의금을 2억원 정도 줄 일이 있어 당사자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한 적이 있는데, 순간 '돈 때문에 나를 어떻게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내심 두려웠던 적이 있다"며 "업무장소가 아닌 곳에서 미팅을 요청하면 자연스레 꺼려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더 위험한 사회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변호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며 "홀로 개업한 여성변호사나 여성변호사들만 있는 로펌들도 있는데 걱정"이라며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