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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수원법원 종합청사, 한진섭 作 ‘세상이 다보이네’

미소 짓는 호랑이 조각상… 법원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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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12간지 중 호랑이를 뜻하는 인(寅)년, 인(寅)월, 인(寅)일, 인(寅)시에 제작한 '사인검'을 왕실 전용 도검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2019년 개원한 수원법원 종합청사 후문에 자리잡은 '세상이 다보이네(한진섭 作)' 조각상도 이 같은 호랑이를 형상화했다. 하지만 담벼락에 매달려 미소짓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은 위엄과 기백이 넘치기보다는 친근하고 귀여운 인상을 준다. 악한 세력을 제압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법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한 까닭이다. 이러한 외양 덕분에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호돌이'와 닮았다는 반응도 많다. 둥글둥글하게 깎은 코와 귀, 익살스럽게 부조된 커다란 입은 하회탈의 그것과 닮았다. 전통의 향취와 현대적 감각을 세련되게 조화시킨 매력이 도드라진다.


위엄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악한 세력 제압 형상화


담벼락의 모습은 비석을 연상시킨다. 비좌와 비신석을 떠올리게 하는 하대석과 넒고 평평한 담을 보면, 영락없이 고을마다 하나씩 서 있던 송덕비의 모습이다. 다만 오른편 담벼락의 선 처리를 직선이 아닌 안쪽으로 파고든 완만한 V자 곡선으로 마감해 작위적인 느낌을 덜어냈다.

뒤켠으로 돌아가면 호랑이가 뒷발을 지상에서 띄운 채 떨어지지 않게 버둥거리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법대(法臺) 위에서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판사들의 모습을 빼닮았다. 호랑이상과 담벼락은 단일한 석조가 아닌 별개의 조각상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한진섭 작가 특유의 '붙이는 석조' 양식인데, 이러한 기법이 회화적 장식을 아닌 석조 고유의 기법 중 하나로 차용됐다는 점에서 방법론적 신선함을 선사한다.

법대에서 담담하게 진실 규명하는 

 판사 모습 연상


40년 넘게 돌 조각을 고집해온 한진섭 작가는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물다섯이 되던 해 대리석 채굴과 조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소도시 카라라로 유학을 떠났으며,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Accademia di Belle Arti di Carrara) 조소과를 졸업했다.

1983년 이탈리아 피사국제미술공모전 조각부문에서 1등상을 차지한 이래 제1회 환나노 국제조각심포지엄(이탈리아), 제1회 디녜 국제조각심포지엄(프랑스), 로댕미술대상전(일본) 등 국내외 여러 작품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재 그의 작품은 프랑스 대통령궁을 비롯해 미국,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전세계 곳곳의 미술관·공공기관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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