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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법률시장도 ‘규모의 경제’… 대형로펌, 시장 독점 양상

법률신문, 최근 10년 매출 추이 분석

미국변호사

우리나라 법률시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로펌을 중심으로 법률서비스를 조직화하고 고도화하는 데 성공해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효과를 거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한 시장 독식 양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를 가늠하기도 어려워 불안 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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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펌 '맑음', 개인 변호사 '흐림' = 4일 본보가 국세청이 관리하는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들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신고액 자료 등을 바탕으로 2010~2019년 최근 10년간 법률시장 매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법무법인 등 법인사업자 '강세', 법률사무소 등 개인사업자 '위축' 양상이다.

 

지난 2008년까지 법률사무소 등 개인사업자의 매출액은 법률시장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49.5%에 달했다. 법무법인 등 법인사업자 매출 합계와 개인사업자 매출 합계가 각각 1조4271억원과 1조3991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작년 법무법인 총 매출 3조9911억

 10년새 179% 늘어

 

하지만 이후 10여년 만에 법률시장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법무법인이 차지하게 됐다. 법무법인 매출 합계가 2019년 3조9911억원까지 늘어나며 179% 증가하는 동안, 법률사무소 등 개인사업자 매출 합계는 같은 해 2조3526억원을 기록해 6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법률시장 매출에서 개인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7%까지 줄었다.

 

이 같은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2008년에는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의 총 매출액 차이가 28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에는 8.7배나 늘어나 차이가 2431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3642억원(2010년) △3285억원(2011년) △4671억원(2012년) △6729억원(2013년) △8730억원(2014년) △1조325억원(2015년) △1조945억원(2016년 △1조1683억원(2017년) △1조3451억원(2018년) △1조6385억원(2019년)으로 매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법무법인은 최근 10년간 6.9~11.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법률사무소 등 개인사업자는 10% 반짝 성장한 해도 있었지만 1%대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많았다.

 

여기에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제외하면 개인사업자가 전체 법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까지 줄어든다(김앤장은 조합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세청 통계에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의 수익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2019년 개인사업자 매출 합계 2조3526억원에서 2019년 김앤장 매출 1조96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6.5%에 달한다. 김앤장에 속하지 않은 개인사업자 형태의 변호사 매출 합계는 1조2566억원에 그친다.

 

개인사업자 매출 합계 2조3526억

 68% 증가에 그쳐

 

◇ 6대 로펌, 전체 법률시장 매출의 37% 차지 = 김앤장을 포함해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율촌, 세종, 화우 등 우리나라 6대 대형로펌이 지난해 국내 법률시장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37.3%(2조3720억원)에 달한다. 이들 로펌에 소속된 국내 변호사는 2700여명으로 전국 개업 변호사 2만3400여명 중 11.8%에 그치지만, 매출 점유율은 3배 이상인 셈이다. 물론 이들 대형로펌에는 외국변호사와 변리사 등 다른 전문 자격사들과 고문·전문위원 등이 다수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변호사로만 구성된 중소형 로펌과 단순하게 효율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지배력은 매우 큰 상황이다.

 

김앤장 포함 6대 로펌 매출이

 국내시장의 37.7% 차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6대 로펌 매출액은 김앤장 1조960억원, 태평양은 3374억원(법무법인 3211억원), 광장 3320억원(법무법인 3232억원), 율촌 2280억원, 세종 2080억원, 화우 17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법률시장 매출에서 김앤장이 17.2%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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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 날로 치열… 코로나19 등 불안 요소도 많아 = 전문가들은 양극화, 부의 편중 등 자본시장의 속성이 법률시장에서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날로 치열해지는 수임 경쟁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우려 등 불안 요소도 많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경영학에서는 조직 시스템도 자산으로 본다. 많은 로펌들이 조직 내 이견 등으로 대형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분열돼 주저앉았다"며 "선두권 로펌들은 인적자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개인변호사나 후발 주자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 지식을 갖춘 인적자원 간 다각도 협업을 촉진하는 경영적 마인드가 변호사업계에도 필요하다"며 "분업을 통해 효율을 높이면서도 공익적 가치를 잃지 않는 방식의 법률서비스 고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더 복잡하게 다변화

 양극화 현상 심화 우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부 개인 변호사와 청년 변호사는 한 달에 한 건 수임하기도 어려운데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돼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며 "월수입이 200만원도 안 되는 변호사와 수십억원을 헤아리는 변호사, 브로커를 쓰고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로펌과 의뢰인이 줄을 서는 로펌으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청년 변호사는 "대형로펌이 덤핑을 해 중소형로펌의 밥줄을 끊거나, 청년 변호사들이 기성 세대에게 일감을 뺏기며 시장에서 밀리는 일도 많다"며 "법조계에서도 공정경제 개념을 논의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은 부동산 시장이 아니라 법률시장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국 변호사는 "법률시장은 로펌 등 법률기업을 중심으로 한층 더 복잡하게 다변화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자문 분야와 글로벌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처럼 병원이나 장례식장 주변 등을 맴돌며 소송을 부추기는 앰뷸런스 체이서(ambulance chaser)가 한국에서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조직에 속한 변호사들은 빠르게 사회·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변호사들은 한정된 시장에서 제로섬 경쟁을 반복하는 양상이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강한·홍수정 기자   strong·soojung@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