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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취업시장… ‘허탈한’ 새내기 변호사들

로펌 신규채용 축소… 1명 모집에 무려 190명 몰려

리걸에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 채용 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조짐을 보여 취업 전선에 나선 새내기 청년 변호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마땅한 일자리를 못 구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세대와 이미 취업한 선배들 사이에 '낀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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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타운 로펌들, 대부분 '채용규모 축소' = 취업 한파는 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대상 연수 프로그램 참여자 수 증감 현황에서부터 드러난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주관하는 '2020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새내기 변호사는 424명(1일 기준)이다. 연수가 시작되던 지난 5월 791명에서 367명이 줄어든 수치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변호사는 6개월간 의무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통상 법원이나 검찰, 로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 취업하지 못한 새내기 변호사들이 변협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리고 변협 연수를 받다 중간에 법률사무종사기관에 취업하게 되면 변협 연수 참가를 중단하고 취업처에서 연수를 받는다. 따라서 변협 연수를 중도에 그만둔 새내기 변호사가 많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취업처를 찾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남아있던 연수 인원이 342명, 2018년에는 260명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직장을 찾은 새내기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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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 게시된 신입 변호사 채용 공고도 지난해와 비교할 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한 달간 올라온 신입 변호사 채용 공고는 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건에 비해 14건이 줄었다. 특히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로펌 채용 공고는 24건으로, 지난해 39건에 비해 15건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채용 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내기 변호사들의 취업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법조타운이 형성된 서초동의 A법무법인은 지난해 3명의 신입 변호사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1명만 채용했다. 이 법무법인 신입 변호사 모집에는 무려 190명이 지원했다.

 

A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는 "로펌 경영자 입장에서는 단지 올해 상황만 보고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업계 상황과 경제 상황, 법인 특유의 상황 등을 두루 감안해 변호사를 채용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 경제 상황과 법인 운영에 우려되는 부분 등을 고려해 부득이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명의 신입 변호사를 채용한 서초동의 B법무법인도 올해는 1명만 채용하는 데 그쳤다. 이 법무법인 신입 변호사 모집에도 무려 100여명이 지원해 치열한 취업 경쟁이 벌어졌다.

 

변협 취업정보센터 

게시 채용공고 작년보다 줄어

 

B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지난해보다 적은 신입 변호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작년보다 지원자 수는 30~40명가량 더 늘었다"며 "출신 로스쿨에서 수석 졸업한 지원자도 여럿 있어 놀랐다"고 했다. 그는 "새내기 변호사의 경우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취업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진다"며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긴다면 변호사 채용 시장에서 '새내기 변호사'라는 메리트(merit)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구직 활동 중인 새내기 변호사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이 달부터 법무관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한 변호사들이 채용 시장에 합류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제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변호사 C씨는 법무법인 20여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을 보자며 연락이 온 곳이 4곳에 불과했다. 그는 "오래 꿈꿔왔던 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들고 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선발 인원과 모집 공고가 극히 제한되고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이야기가 많아 불안하다"며 "올해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내년 변호사시험 합격자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새내기 변호사 D씨는 "9월부터 변협 연수 마지막 부분인 현장연수를 위해 변호사사무소로 출근하는데, 5일 동안 풀타임(full time) 근무할 예정이라 취업 활동에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며 "실무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지만 취업할 수 있는 기간을 날리게 될까봐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법무관 전역 변호사들 가세 땐 

경쟁 더 치열


◇ "마땅한 묘수 찾기 어려워" = 변호사 채용 시장이 어둡지만 원인 진단과 해법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내기 변호사들의 비현실적인 눈높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일부 새내기 변호사들이 근무지역, 급여 수준, 복지 등에 관해 현실적인 채용시장 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기준을 내세우면서 취업문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 입사한 새내기 변호사 E씨는 "개인마다 원하는 조건이 각기 다르지만, 아직까지는 변호사들의 눈높이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좋은 조건만 찾다 취업이 늦어지면 먼저 일선에 뛰어든 다른 변호사들보다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변호사 업무 경험이 적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변호사 채용 시장의 어려움도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방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지방대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들조차 상당수가 서울 및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일부 지역에 한정된 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양상이어서 새내기 변호사들이 체감하는 취업시장의 한파가 더욱 매섭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조건 낮춰 지방으로 

눈 돌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

 

지방에서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변호사는 "매년 1~2명의 신입 변호사를 뽑고 있는데, 지역 로스쿨에서 최상위권으로 졸업한 인재들을 우선 채용 대상으로 고려하는 편"이라며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에서 학부를 나왔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에 일자리를 얻어 상경하거나, 지역에 남아도 몇 년만 경력을 쌓은 뒤 서울로 이직하는 등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변호사들은 취업난에 시달리지만 지방의 중소 로펌은 인재난을 겪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으로 눈을 돌릴 경우 취업 문호가 넒어진다는 주장은 허상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전국 법무법인(유한 포함) 수는 1263곳(8월 기준)으로, 이 가운데 66.8%인 844곳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와 부산지방변호사회도 등록된 법무법인 수는 각각 75곳, 80곳에 불과하다. 서울을 제외한 13개 지방변호사회의 법무법인 수(419곳)를 다 합쳐도 서울지방변호사회 한 곳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로스쿨 졸업 후 지방 로펌에서 2년간 일하다 서울로 올라온 한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지방에 취업 기회가 더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 처우가 열악한 법률사무소가 많다"며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다 지역 연고가 없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수임 경쟁에서도 밀려 결국 서울로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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