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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원격의료의 역외허용 여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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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머리말

본고는 역외간 원격의료의 허용 여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선 논의의 전제로 원격의료 개념의 명확화를 들 수 있는데 우리 의료법 제34조는 원격지 의사와 현지 의사 사이를 전제로 하여 이들 사이에 이루어진 원격자문을 원격의료라고 규정하고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의 원격의료는 현지 환자를 진료하는 현지 의사를 위한 원격자문의 형식으로서 원격지 의사와 현지 의사 사이의 공동작업(Zusammenarbeit)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형태의 원격자문은 동법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도 의학계의 실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다. 물론 동법 규정의 신설로 인하여 현지 환자에게 발생한 원격의료과오에 대하여 현지 의사와 원격지 의사의 책임론에 관한 명문규정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점에는 의미가 깊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법의 상기의 형식의 원격의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형태의 원격의료를 포섭하는 규정이라 보는 것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보인다. 이하에서 논의하는 원격의료의 유형은 우리나라 의료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원격지 의사와 현지 환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원격진료로서 소위 '진정한 원격의료'의 법리에 관한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진정한 원격의료'는 아직 우리나라 의료법이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밝혀 둔다. 그렇다면 국내에서가 아닌 국내외 사이의 역외간 원격의료가 이루어진다면 그 원격의료의 허용 여부에 관한 것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II. 원격의료의 유형별에 따른 허용 여부
1. 우리나라 의사가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해외 환자에 대하여 원격의료를 제공한 경우에 그 원격의료의 허용 여부

우선 국내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가 허용되는지 여부를 논증하면 우리나라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의료인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동규정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대면진료 하여야 한다는 의미로서 '의료기관 내에서의 대면진료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물론 동규정은 예외적인 사유에 한하여 의료기관 밖에서도 진료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지만 이 또한 대면진료를 전제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예외사유에 해당하면 '의료기관 밖에서의 대면진료'를 규정한 것으로 대면진료의 원칙은 고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동법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사이에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원격자문만이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비대면진료의 원격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상기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는 의료법 제34조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의료법 제33조 제1항이 적용되어 '의료기관 내에서 혹은 의료기관 밖에서의 대면진료 원칙'이 인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사는 국내 환자를 대면진료해야 하므로 국내 환자에 대하여 원격의료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가 해외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를 실시하는 경우에 그 허용 여부에 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우리나라 의사와 국외 환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원격의료방식의 의료서비스 공급은 GATS의 Mode 1(국경 간 공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격의료에 관하여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구체적인 양허가 이루어진 바가 없기에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게 된다. 


결국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는 우리나라 의사와 그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외국의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의 허용여부의 판단을 위하여는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MRA(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의사자격 상호인정 협약)의 체결여부가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 국가들(미국·중국·일본 등)과는 '의사자격 상호인정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 의사자격을 취득한 자라 하더라도 현지 의사자격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현지법상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외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만약 의료행위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된다. 그렇다면 원격의료에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인지 여부의 판단과 관련한 핵심적 기준은 우리나라 의사가 해외 환자를 상대로 원격의료를 하는 때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 다시 말해서 의료행위지를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 성립여부가 결정된다. 의료행위지를 국외 환자의 주재국으로 볼 수 있다는 '환자기준설'에 따르면 해외 환자 주재국의 의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우리나라 의사의 원격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므로 행정제재처분 및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자간 협정(WTO·DDA)'을 통해 주요국가와 '의사자격 상호인정 협약'을 체결하여야만 우리나라 의사가 해외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그러나 '다자간 협정'은 무역장벽 완화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회원국 수의 급증으로 인해 합의 도출이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양자간 무역협정인 FTA(Free Trade Agreement)'를 통하여 '의사자격 상호인정 협약'을 이끌어 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의료행위지의 판단에 있어서 원격지 의사의 주재국으로 보는 견해(의사기준설)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격지 의사의 해외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닌 것이 된다. 그러나 의사기준설에 따르면 의료행위지가 국내로 인정되기에 우리나라 의료법이 적용된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법은 원격의료를 인정치 않기에 설령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더라도 국내의 의료법을 위반하게 되므로 원격의료는 불허된다고 해석된다. 차후에라도 우리나라 의료법 제33조의 개정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수 있는 '원격진료에서의 비대면 진료방식'이 입법화된다면 우리나라 의사는 우리나라 의료법에 근거하여 해외 자국법에 의하여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해외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도 가능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의사의 역외간 원격의료행위에 있어서 의료행위지를 원격지 의사의 주재국으로 보는 의사기준설을 취함으로써 우리나라 원격지 의사의 해외 환자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원격지 의사가 속한 우리나라의 의료법을 개정하여 비면대 방식의 '진정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규정을 둔다면 우리나라 의사는 해외환자에 대한 역외간 원격의료를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된다. 


2.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해외 의사가 우리나라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경우의 허용 여부

우리나라 의료법은 동법의 목적에 대하여 제1조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동법 제58조 내지 제69조에서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장·군수·구청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해석상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 보호 및 증진을 위해서 보건복지부 장관 및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감독 하에 동법 상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의료법의 적용범위는 위 감독기관의 권한행사범위와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국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만 미치는 것이므로 위 감독기관의 권한행사범위는 대한민국 영토내로 제한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료법상의 의료인의 법적 의무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와 관련된 행위에 대해서만 부과되는 것으로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우리나라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외의 행위에 대해서는 동법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의무위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해외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의료법상의 벌칙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환자가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해외 의사로부터 원격의료를 받는 경우에 의료행위지를 당해 의사가 소재하는 국가로 보는 '의사기준설'에 따르면 원격의료를 하더라도 해외 의사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의료행위를 한 것이 되어서 무면허 의료행위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환자에게도 상기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법이 해외에서는 적용되지 않기에 우리나라 의료법이 개입하지 아니한다. 이처럼 의료행위지의 '의사기준설'에 따르면 해석론에 근거해서도 우리나라 환자에 대한 해외 의사의 원격의료는 허용되게 된다.

 

 

윤석찬 교수 (부산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