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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판결](단독) 사무장이 변호사 고용… 버젓이 ‘로펌 경영’

‘법률사무소 소장’ 직함으로 로펌 전체 업무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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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변호사 증가와 사건 감소 등으로 변호사들이 사무실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사무소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해 로펌을 운영, 법조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무장은 청년변호사에게 '무한책임'을 지는 구성원 등기를 요구하고, 직원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터지자 책임을 청년변호사에게 떠넘기려던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법원은 해당 로펌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사무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무장 로펌의 비윤리적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17년 2년차 변호사로 직장을 구하던 A변호사는 서초동의 한 로펌에서 채용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 장소에는 연로한 선배 변호사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로펌으로부터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로펌은 A변호사에게 구성원변호사로 법인 등기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수락했다. 그런데 막상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니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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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법률사무소 소장'이라는 직함을 단 60대 남성 B씨가 로펌의 모든 업무를 총괄했다. 직원들도 B씨의 지시를 받으며 움직였고,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직원 급여 등 로펌 운영비는 B씨 배우자 명의로 된 은행계좌를 통해 지출됐다. 구성원변호사들도 수시로 바뀌는 등 일반적인 로펌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신입 변호사에 

‘무한책임’ 지는 구성원 등기 요구

 

알고보니 B씨는 1980년대 초부터 법률사무소 등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며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전문적으로 '사무장 로펌'을 만들어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문제는 이 로펌 수익이 급감하면서 불거졌다. 경영 사정이 악화되자 로펌에서 일하던 일반 직원 C씨가 A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C씨는 2017년 5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4개월가량 밀린 월급을 달라며 2018년 서울중앙지법에 "로펌과 구성원변호사로 등기를 한 A변호사는 연대해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깜짝 놀란 A변호사가 즉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본안소송이 시작됐다. C씨는 "A변호사는 (무한책임을 지는) 구성원 변호사이므로 변호사법 제58조 1항 등에 따라 로펌과 연대해 임금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관리 등 문제 생기면 

변호사에 책임 떠넘겨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207단독 이준구 판사는 C씨가 로펌과 A변호사(소송대리인 왕미양 변호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A변호사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변호사 아닌 사람이 변호사를 고용하고 그 명의를 이용해 개설한 '사무장 로펌'에서는 법무법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됐다 할지라도, 실질적인 근로관계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과 성립한 것"이라며 "이 경우 변호사 아닌 사람(설립자)이 근로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로펌은 사무장 B씨가 변호사 명의를 빌려 설립한 '사무장 로펌'으로, B씨가 직접 C씨를 채용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 지휘·감독도 B씨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C씨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는 (A변호사가 아닌) 실질적인 고용주인 B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직원 임금체불 등 

실질 운영자 부담” 판결

 

사무장 로펌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판결로 확인되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사무장 로펌 근절 및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변협은 "비(非)변호사가 변호사를 역(逆)고용해 사무장 로펌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법조문화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같은 행태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강력한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B씨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변호사법 제34조 4항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A변호사가 채용 때 면접을 본 선배 변호사도 명의를 대여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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