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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가짜 뉴스' 판단권 행사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철우언론법상' 수상 논문서 주장

미국변호사

지성우(사진)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18일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김종철)가 시상하는 제19회 철우언론법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 교수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헌법적 문제점'이라는 논문으로 수상했다. 시상식은 28일 서울 중구 ENA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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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학회는 지난 2002년부터 언론법의 학문적·사회적 발전에 기여한 연구업적을 선정해 철우언론법상을 시상하고 있다.

 

지 교수는 수상 논문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해 "미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기존 미디어는 물론 1인 미디어가 개인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며 "가짜뉴스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왜곡하여 민주사회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저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행위가 '사실 적시'인지, '주장' 또는 '가치판단'인지가 불명확하고 손해발생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순히 표현행위가 '가짜'라는 이유로 이를 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국가 또는 유사기관이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들의 표현행위에 대해 가짜여부와 아울러 처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대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게 될 우려가 크다"며 "가짜뉴스의 퇴출문제는 집단지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다만 가짜뉴스 중 개인에 의하더라도 '언론보도의 형식'으로 전파되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개인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만 취급하거나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향후 '유사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개인'의 의사표현행위를 단순히 헌법적으로 개인표현의 자유로 다룰 것인가 아니면 언론에 준해서 기본권 제한의 수준을 조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해당 논문 요지.

 

 

<논문 요지>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 함은 헌법 제21조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총칭하는 개념으로서,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표현의 자유 역시 다른 모든 기본권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무제한적인 자유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그로 인해 공동체의 존립 자체가 파괴되거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구성원들의 인간성과 인격이 파괴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의 한계는 무엇이며, 또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어느 시점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행 법제는 가짜뉴스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매우 정교하고 상세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가짜뉴스에 의해 사회적?국가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조치를 강구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향후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는 가짜뉴스에 의한 사회적·국가적 법익의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새로운 규제를 신설해야 하는가의 논의에 집중되어야 한다.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표현의 자유의 부작용과 가짜뉴스를 예방·억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 현대사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익' 또는 '공익'이라는 개념을 앞세운 국가우선주의에 의해 억압당해왔던 현실을 벗어난 지 불과 몇 십 년도 되지 않았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다양성과 역동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여전히 큰 현실에서 과연 가짜뉴스에 대해 '공익' 또는 나아가 '국익'이라는 국가적·사회적 법익 보호를 위해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한국에서는 일제 강점기와 건국 이후 6·25 전쟁과 5·16 군사혁명, 유신, 5·17 등을 거치면서 다분히 국가에 의해 강제된 '국익'의 개념이 '공익'을 대신해 왔다. 이 시기에는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이라는 국가이익 또는 국가목표를 설정한 대통령 등 일부 권력집단에 의하여 공익(또는 국익)의 내용형성권이 독점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공익에 대한 가치판단권은 행정과정을 통하여 행정부, 특히 실질적으로는 최고통치권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 권력자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의 필요성이 있을 때, 법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들을 설득하고, 사익과 비교하여 우월한 공익을 증명함으로써 국민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그저 실체 없는 '공익(때로는 국익)'을 내세우고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였다. 이 과정에서 해방 이후 오랫동안 국민들은 민주적 토론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공익의 개념을 창출할 수 있는 '정치적 의사형성의 장'이나 '소통의 장'이 만들어질 기회조차 박탈당해왔던 것이다.

 

권위주의적 정부 하에서 그동안 국민들은 과연 그러한 행정기관(또는 때로는 독재자 개인)의 판단이 공동체 전체를 위한 합리적·객관적인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정권유지의 수단 또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었는지에 관해 규범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거나 또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진행된 정치적 측면에서의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와 더불어 현격히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부터 사회집단간의 욕구와 갈등이 다양화·표면화되면서 그때까지 당연시되었던 국가적·사회적 가치관에 대한 회의와 논쟁이 노정되게 되었다. 

 

이 주장들은 때로는 '좌익' 또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매도당해왔다. 하지만 시대적 아픔에 대한 치열한 문제제기와 시대정신에 대한 논쟁은 그때까지 비민주적인 국가권력 행사로 인하여 억압되었던 국민들의 민주화요구의 당연한 표현이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의 진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현에 유익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한 논쟁도 헌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익판단의 기준에 대한 건국 이래 지난 수십 년간의 논의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즉 '공익'의 개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행사의 방향에 대한 판단권은 지금까지 국가가 독점해 왔고, 국민들은 그저 이에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공익'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판단을 국민들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가짜뉴스'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척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표현행위가 '가짜'이고 따라서 처벌받아야 한다면 당해 표현행위가 '가짜'인지 여부를 먼저 가려야 한다. 

 

하지만 표현행위가 '사실 적시'인지, '주장' 또는 '가치판단'인지가 불명확하고, 손해발생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순히 표현행위가 '가짜'라는 이유로 이를 외부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의 위축을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만일 '가짜뉴스'인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국가(또는 유사기관)가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들의 표현행위에 대해 가짜여부와 아울러 처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대 헌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게 될 우려가 크다. 나아가 '가짜뉴스'에 대한 일반적·학문적인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규정을 새로 규정하거나 강화한다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기존 미디어는 물론 1인 미디어가 개인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므로, 가짜뉴스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왜곡하여 민주사회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저해할 위험성이 크다. 단순한 개인의 거짓말이나 가짜뉴스의 경우 이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또한 어떠한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는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도 안 된다. 가짜뉴스의 퇴출문제는 집단지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 

 

다만 가짜뉴스 중 개인에 의하더라도 '언론보도의 형식'으로 전파되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개인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만 취급하거나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향후 '유사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개인'의 의사표현행위를 단순히 헌법적으로 개인표현의 자유로 다룰 것인가 아니면 언론에 준해서 기본권 제한의 수준을 조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 중 단순히 정보(뉴스)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자 이외에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하여 언론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제공자들은 일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뉴스 미디어로서의 책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방송의 공적 책무 요구에 대한 이론적 근거였던 전파 자원의 희소성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플랫폼의 공적 책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당해 매체의 ‘영향력’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영향력이 큰 플랫폼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공개함은 물론, 가짜뉴스 여부에 대한 판별 과정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입법조치가 고려되어야 하며, 나아가 멀티미디어시대, 1인 미디어시대를 맞이하여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전반에 대한 헌법이론적 관점에서의 재검토와 관련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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