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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경쟁 격화·워라밸 문화 맞물려 ‘로스쿨 교수 선호’

법조인, 로스쿨 전임 교수 30% 돌파… 실태와 과제

리걸에듀

전국 로스쿨에 우리나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실무 교수'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했지만, 법조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로스쿨은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곧바로 활약할 수 있는 실무 법조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인 만큼 실무 교수 비율이 적어도 50% 이상 또는 70~80% 정도는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튼튼해야 내실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으며, 대륙법을 계수한 우리나라 법학의 특성상 이론가 양성 과정과 교수 채용이 꾸준히 유지돼야 학맥(學脈)을 이어갈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 최선의 교육 시스템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로스쿨 내에서는 과목 배정을 두고 이론 교수와 실무 교수 간 갈등이 발생해 이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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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실무교수 비율 '1위' = 국내 최고 로스쿨로 손꼽히는 서울대 로스쿨은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가장 많은 실무교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실무교수 비율도 50%를 넘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전임교원 63명 중 33명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실무가 비율이 52.3%에 달한다. 올 3월에는 이현종(51·사법연수원 23기)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조인영(43·32기) 전 대구지법 부장판사, 김남희(42·32기) 전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이소은(35·변호사시험 3회) 전 서울대 로스쿨 법무지원실장을 리걸클리닉 활동 전담 임상교수(전임)로 영입했다.

 

교수들의 이력도 남다르다. 1988년 학력고사 수석으로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 송옥렬(51·23기) 교수와 제35회 사법시험 수석합격자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판사 등을 역임한 권영준(50·25기) 교수, 제46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홍진영(39·37기) 교수, 법조인은 아니지만 1988년 학력고사 인문계 수석을 차지했던 오정후 교수 등 각종 국가시험에서 최상위권을 휩쓸었던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다.

 

고려대 출신인 소라미(46·33기) 임상부교수와 연세대 출신인 이소은 임상조교수를 제외하면 전임 실무 교수 모두가 서울대 출신으로 순혈주의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의 안정성·연구활동·개인시간 확보 등

 장점 많아

 

한 로스쿨 교수는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수석', '1등', '최초' 등의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넘치기 때문에 교수들의 자부심이 매우 높고 순혈주의도 강한 편"이라며 "자기 영역에서 출중한 업적을 이뤄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위상을 존중하는 분위기라 이론·실무 교수 간 갈등·분쟁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른 로스쿨에 비해 판사 출신이 많은 점도 특징이다. 서울대는 실무 교수는 판사 출신이 19명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해 변호사나 검사 출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밖에 전종익(49·27기), 김복기(52·29기), 전상현(48·33기), 원유민(38·40기) 교수 등 헌법연구관 출신도 4명에 달한다.

 

서울대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외향적이고 동적인 업무가 많은 검사나 변호사에 비해 판사 가운데에는 판례나 법리 연구 등에 몰두하는 학구적인 스타일이 많다. 그래서 로스쿨 교수로 많이들 가는 것 같다"며 "주변에 모교 교수 등 학계 진출을 꿈꾸는 판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모집공고 내면

 판·검사, 대형로펌 변호사 

앞다퉈 지원

 

◇ 로스쿨 몰리는 실무가들… 왜? = 로스쿨 개원 초기에는 로스쿨로 향하는 실무가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로스쿨에서 교수 모집 공고를 내면 판사와 검사, 대형로펌 변호사들도 앞다퉈 지원서를 내미는 추세다. 

 

이창온(50·30기)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박정난(40·35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효진(45·34기) 아주대 로스쿨 교수처럼 검찰 등에서 파견돼 로스쿨에서 객원교원으로 활동하던 실무가들이 아예 교수로 전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로스쿨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교원 채용 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뽑으려는 학교 측의 요구와 '직업 안정성'과 '연구활동', '개인시간 확보' 등의 장점에 이끌리는 실무가들의 요구가 일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

 실무 교수 비율 50% 넘어야”

 

대형로펌 출신으로 최근 로스쿨로 자리를 옮긴 한 교수는 "로펌 10년 차에 접어들자 파트너로서의 영업부담, 고객관리 같은 강도 높은 업무에 연일 치이다 보니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며 "당시 모 법대에 객원교수로 출강을 했었는데 강의실에 들어설때마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고, 결국 서너차례 도전 끝에 로스쿨 전임교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스쿨 실무교수들의 기수별 권역대를 살펴보면 사법연수원 20~29기가 100명으로 가장 많지만, 최근 5년 사이에는 30~39기(92명) 출신 변호사 유입이 가장 활발하다. 법조 연차로 보면 10~20년 경력으로 법원과 검찰, 로펌 등 각 조직에서 허리 역할을 수행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시기에 이직을 한 셈이다. 법조인 수 증가로 인한 수임경쟁 격화와 수익 감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로스쿨 러시(rush)'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실무 교수의 나이·(법조)연차가 연소할수록 여성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서비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여성 법조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는 교수직으로 몰리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단 여성뿐 아니라 로스쿨 이직을 꿈꾸는 많은 법조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이직 결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실무 교수 '변호사 겸직' 허용해야 = 실무 교수들이 로스쿨에 자리잡으면서 기존 강단 법학의 주류였던 이론 교수와의 관계 조율이 새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새로운 실무 교수가 영입되면 연차가 높은 실무 교수는 첨삭·채점 의무가 많은 기록형 과목 등을 넘겨주고, 전통적인 이론 과목을 맡으려는 경향이 커진다. 이 경우 해당 과목을 전담하던 비(非) 실무가 출신의 이론 교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변호사 출신의 한 교수는 "일부 이론 교수들은 특정 과목을 실무가 출신에게 넘겨줄 경우 제자들을 위한 교수 정원(T.O)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반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로스쿨이 개원한 지 벌써 11년이 지났고, 초창기 넘어온 실무 교수들은 이제 학계의 일원으로 보는 것이 맞으므로 이론·실무 구분없이 돌아가면서 강의를 맡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4~5년 지나면 감각 무뎌져 

변호사 겸직 허용도 필요”

 

이에 대해 독일에서 법학박사(Dr. Juris) 학위를 취득한 한 이론 교수는 "일반적으로 실무 교수들은 외국어 문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논문 쓰는 훈련이 잘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연구실적도 부진한 편"이라며 "이론적 깊이가 충실하게 쌓일 때까지 각자 강점을 보이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실무 교수들에게 '변호사 겸직'을 허용해야 현장감 있는 교육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이론·실무 교수와의 갈등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스쿨 교수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교수로 지내면서) 실무를 접고 4~5년이 지나면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학계에 정착한 실무 교수들도 새 활로를 찾기 위해 자꾸만 이론 영역으로 진출하려 한다"며 "수술 및 진료와 강의를 병행하는 의대처럼 로스쿨도 실무 교수들에게 실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고, 이론 교수와도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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