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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법정 증언대에 선 현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공판에 출석
"문건 받았지만 판결엔 영향 전혀 없었다" 증언

미국변호사

이동원(57·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이 1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현직 대법관이 법정에 증인으로 서는 것은 사법사상 처음이다.

 

이 대법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59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대법관은 양승태(72·2기)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왔다. 이 대법관은 201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일 때 통진당 의원들이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다. 

 

검찰은 당시 이 대법관이 행정처로부터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지시대로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이 이민걸(59·17기)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이 대법관과 만나게 해 관련 문건을 전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대법관은 이 전 실장에게 문건을 받은 것은 맞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이 전 실장과는 연수원 때부터 친한 사이로, (2016년) 2월 (내가) 서울고법으로 발령받자 식사를 같이 하자고 연락을 받았다"며 "식사가 끝나고 나서 읽어보라며 (이 전 실장이) 문건을 줬다"고 증언했다.

 

이어 "(문건은)10페이지 내외의 짧은 보고서 형태 문건으로 국회의원 지위에 대한 확인이 사법판단의 대상인지 여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면 국회의원의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 (각 경우의) 장단점 등 내용이 담겼다"며 "1심 판결에 대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법관은 해당 문건이 재판에 미친 영향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이 '이 전 실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이 판결문 작성에서 영향 받은 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당시 사건과 관련해) 법원 심판권 부분은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으로 해결됐고 국회의원 지위 상실 여부는 재판부 구성원과 합의도 거치고 헌법 논문과 각종 자료를 찾아보면서 고민을 많이 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 읽어도 되는데, 선례가 없는 법률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보니 법원행정처에서 검토했으면 참고할 만한 게 있을까 해서 보긴 했다"며 "안 읽었으면 더 떳떳할텐데, 그걸 읽어서 면목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또 "재판부가 법원행정처에 '검토한 자료가 있느냐'고 물을 수는 있지만, 법원행정처에서 거꾸로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며 "모든 것은 재판부 의도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 외부에서 재판부에 접근하는 것은 절대로 반대한다"고 했다. 

 

증인 신문을 마치며 재판부가 그간의 소회를 말해달라고 하자 이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증인석에 앉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형사재판을 해본 사람 입장에서 누구든지 증거로 제출된 서면의 공방이 있으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석에 서서 '이 사건의 무게 가운데에서 재판부가 많이 고생하시겠구나'하는 생각했다"며 "잘 마무리해서 좋은 재판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법관이 맡았던 통진당 의원들의 국회의원 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이 대법관은 소송 자체는 성립할 수 있다고 봤지만 통진당 의원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헌재 결정을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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