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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피의자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 보장하지 않으면 방어권 침해"

인권위, 해경청장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조기 식별해 방어권 보장하라"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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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지적장애를 가진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홀로 조사를 받게 했다면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북한이탈주민인 A씨 부녀가 "정신질환으로 후견인 지정을 받았는데도 신뢰관계인 동석 없이 피의자신문을 실시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 B씨 등을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는 해경청장에게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조기에 식별해 적절한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해경은 A씨 딸의 마약 투약 혐의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해 법원으로부터 A씨의 딸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았다. A씨의 딸은 탈북 과정에서 정신질환이 생겨 지난 2017년 법원 판결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선임된 상태였다. 

 

A씨의 해외출장 도중 A씨의 딸은 공공장소에서의 소란행위와 경찰관 폭행 혐의 등으로 현행범 체포됐는데, 해경은 A씨 딸의 신병을 넘겨받아 체포한 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A씨의 딸은 해경에서 4차례 피의자 신문 조사를 받았지만, 신뢰관계인이나 보조인은 참석하지 않은 채 홀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해경이 정신질환으로 후견인 지정까지 받은 딸을 체포하면서 후견인 등에게 체포통지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딸에게 지적장애가 있어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뢰관계인 등의 동석 없이 피의자 신문을 실시해 적절한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고 적법절차를 위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의사소통 등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장애가 있다고 확인되면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조력권을 고지하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B씨 등은 "A씨의 딸이 진술거부권 등 법적 권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다"며 "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 부녀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A씨의 딸이 정신질환 등으로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다는 사실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지정돼 있다는 사실, 입원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지능지수가 57, 사회성숙연령이 약 11세 수준으로 측정된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딸과 대화를 하면 '의사소통 능력에 한계가 느껴진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1차 피의자 신문 조서 말미에 B씨 등이 'A씨의 딸이 조서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의심이 돼 재차 설명했다'고 기재한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B씨 등이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A씨의 딸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적장애인에 대한 피의자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당사자로 하여금 형사사법 절차상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B씨 등의 행위는 헌법상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권위는 수사 경과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이 B씨 등의 개인적인 책임보다는 수사단계 초기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식별 방안이 미비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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