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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의 총장화’… 검찰 수사의 중립·독립성 침해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강화” 검개위 권고안에 비판 목소리

리걸에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전국 고검장에게 분산하고, 법무부장관이 이들 고검장에게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자는 취지이지만, 사실상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확대 강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지난달 27일 검찰총장은 검찰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는 대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가진 전국 6개 지역 고검장들에게 서면으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검사 인사 관련 의견을 듣도록 한 현행법을 개정해 검찰총장이 검찰인사위원회에 서면으로 의견만 내도록 개선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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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법무부에서 개최된 신임 검사 임관식 때 추미애(왼쪽) 장관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당부하고, 같은날 열린 대검 신고식에서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설 것'을 강조해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 제공 법무부, 대검찰청>

 

법무부는 권고안에 대해 "형사사법 주체는 총장이 아닌 검사"라며 "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검찰 수사 지휘체계의 다원화 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권고안 등을 참고해 심층적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총장에 집중된 권한 분산 필요

 심층 검토”

 

하지만 검찰 내부는 물론 변호사단체와 시민단체에 이어 학계에서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검찰을 정권에 예속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29일 '검찰개혁은 필요하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권고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성명에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는 정부의 구체적인 사건 개입 시도가 있을 때 검찰총장이 수사 공정성을 위해 이에 맞서라는 뜻"이라며 "이를 위해 법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동안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도 법률 해석·적용의 통일을 추구하고 판결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체계가 구축돼 있다"며 "검찰 또한 실체적 진실 발견 등을 위해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하는 준사법기관인 만큼 대검찰청을 기점으로 한 통일적인 검찰권 행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개혁이 필요하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침해 위험이 없는 다른 방법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법조계 

“장관과 충돌한 검찰총장 무력화”

잇따라 성토

 

참여연대도 28일 논평을 통해 "권한 분산이라는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생뚱맞고 앞뒤가 맞지 않는 권고안"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같은 날 "검찰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채 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며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장기적 비전을 생각했다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부터 폐지해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학계 등 법조계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한 형사소송법 교수는 "고검장은 차기 총장 승진 후보군들이고, (총장과 달리) 임기 보장도 되지 않으므로 (법무부 등 정부에 대한) 충성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며 "이번 권고안은 정권이 검찰 수사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는 것이다. 그동안 방파제가 되어왔던 검찰총장의 역할이 상실되면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성과 정합성이 확보된 개혁 방안에 대한 학계와 실무자 대상 의견수렴이 사실상 전무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일각서는 

“정부가 검찰을 정권에 예속화 시도”

 비난

 

진보 성향의 한 로스쿨 교수도 "검찰총장 지휘권 분산은 필요하지만, 그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쥐어주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자 현 정부가 줄곧 내세워왔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 불도저식 법무부 장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여당이 함께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초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개혁 정책에 대한 찬반을 넘어선 문제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는 형사법 관련 주요 학회와 함께 이번 권고안에 대한 연대 비판 성명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 

“검찰개혁 취지 역행하는 

생뚱맞은 권고안”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명백하고 노골적인 윤석열 밀어내기다. 말문이 막힌다"며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현 정권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검찰을 정적 제거 도구로만 생각해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중립성의 요체는 청와대 입맛에 맞는 검찰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은 (정무직인) 장관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이번 권고안은 장관과 충돌했던 검찰총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법치주의는 다수결에 따른 민주주의의 폐해를 견제하는 핵심 축이고, 형사법은 정무직인 장관과 사법관료인 검찰총장이 견제·협력하면서 검찰에 미치는 청와대의 압력을 막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권이 검찰을 공적화하면서 이 같은 이념과 원리가 실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총장은 원래 감사원장과 함께 정권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의무를 부여 받은 직책"이라며 "(눈에 가시 같은) 특정인을 상대로 한 제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개혁이 변질되고 있다. 권력기관이나 사정기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개혁의 순수성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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