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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7. 언론법

공인에게 ‘종북’ 표현은 수사학적 과장… 명예훼손으로 못 봐
前대통령 평가는 성향따라 큰 편차… 표현의 자유 폭 넓게 인정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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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9년의 언론소송 판결 중에서는 공적 인물, 공적 사안에 대한 판결들이 주목된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에 대해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공인에 관한 표현행위를 쉽사리 명예훼손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또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표현행위의 위법성 인정을 엄격하게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판결들이 여럿 선고되었다. 한편 한국감정원의 민간주택 감정가격 산정과 관련하여 이를 공적 사안이라는 관점에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판단한 판결, 역사적 사실을 다룬 상업영화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도 주목할 만하다.


2. 대법원 2019. 3. 6.자 2018마6721 결정
가. 사건개요
1)
신청인은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유엔사령부 공동경비대대 소속 김○ 중위(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아버지이고, 피신청인들은 망인의 사망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제작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들을 상대로 위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망인과 신청인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영화의 제작·상영 등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2) 제1심은 영화 내용 중 일부가 망인과 신청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포함한 영화를 제작·상영하여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신청을 일부 인용하였으나, 원심은 영화가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고, 대법원도 원심을 지지하였다.

 

나. 판결요지
영리 목적으로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

 

다. 평석
드라마·영화의 경우에도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가 일반적인 보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원은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 내용의 진위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사활동을 사전에 거쳐야 하고(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실명의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에 있어서도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그러나 상업영화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다3483 판결, 영화 '실미도' 사건). 이 사건의 경우 원심과 대법원은 영화에 일부 허구적인 장면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상업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상업영화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한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3.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6다278166(본소), 2016다278173(반소) 판결
가. 사건개요
1)
원고는 2010년 6월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되고, 2014년 6월 4일 재선된 사람이고, 피고는 주간지 미디어워치의 발행인이다.

 

2) 피고는 2013년부터 약 1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원고에 대하여 '종북혐의', '종북에 기생하여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종북의 존재를 뻔히 알면서 이를 오히려 국민들에 은폐하고 이들의 힘을 빌어 당선된 뒤 국민의 혈세로 보은을 하고 있는' 등 표현을 사용한 글을 게시하였다.

 

3) 제1심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였고, 제1심은 위와 같은 피고의 '종북' 등 표현으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고, 피고의 항소에 대하여 원심도 이를 기각하여 제1심을 지지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4) 대법원은 아래 판결요지에 따라, 이 사건 표현행위에 포함된 '종북'이라는 말은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였던 원고와 민주노동당 소속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합의, 원고가 시장에 선출된 후 시정위원회의 구성과 인선과정, 원고의 시장 취임 후 시청이나 산하기관에 민주노동당 관련 인사들의 임용 등을 둘러싸고 언론에서 제기된 원고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을 위해 사용된 의견의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고, 원고가 공적 인물이며 스스로 정치적 의견 등을 자주 표명해 왔을 뿐만 아니라 '종북'이라는 표현 등에 대응하여 이를 반박함으로써 상호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는 점을 들어 피고가 이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판결요지
1)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므로,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2) 정치적·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한편 '종북'이라는 말은 과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뜻하는 것이었으나, 이후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반사회 세력'이라는 의미부터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중략) 경우에 따라서는 그 표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으로서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 평석
1)
이 사건 판결은 정치인 등 공인의 정치적 이념이나 활동에 대한 표현행위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넓힌 위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2019. 6. 13. 선고 2014다220798 판결에서 과거 대학생 시절 방북한 전력이 있는 국회의원 임○○에 대하여 '종북의 상징'이라고 한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경멸적인 표현으로서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2019. 12. 12. 선고 2016다206949 판결에서 종합편성방송사가 언론감시활동 등을 하는 단체에 대하여 '종북', '종북세력5인방' 등의 표현을 한 것 역시 공적인 활동에 대한 비판적 의견의 표명으로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은 위 2018년 전원합의체판결과 그 후 이 사건 판결 등 일련의 판결을 통해 공인, 특히 정치인으로서 전면적 공인에 해당하는 사람의 정치적 이념이나 활동에 대한 비판적 표현행위에 대하여는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또는 모욕적 표현으로 인한 인격권 침해의 성립을 쉽게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건들은 모두 '종북' 내지 이와 유사한 표현이 문제된 사안들이다.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성숙정도가 '레드콤플렉스'에서 상당히 벗어난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4.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6다272342 등 판결
가. 사건개요
1)
원고는 부동산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고, 피고 머니투데이는 경제뉴스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신문사이다. 

 

2)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대학교 부지에 짓는 600세대 아파트를 민간건설 임대주택으로 제공한 다음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분양전환하기로 하는 계획이 추진되어, 아파트의 임대인과 임차인들은 임대차 개시일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분양전환을 하기로 하되, 분양전환가격은 임대인이 의뢰하여 얻은 감정평가 결과와 임차인들이 의뢰하여 얻은 감정평가 결과를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


3)
그런데 분양전환 시기가 되어 임대인과 임차인들 양측이 의뢰한 각 감정평가 결과가 2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에서는 주식회사 한국감정원(소송수계 전의 원고이다. 이하 '한국감정원'이라고 한다)에 위 각 감정평가의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였고, 한국감정원은 아파트 600세대의 적정가격을 1조 6800억 원부터 1조 9800억 원까지 사이로 제시하여 상·하한 사이의 편차가 약 18%에 달하였다.

 

4) 피고는 2014년 7월 10일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라,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감정평가금액 가운데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하게 되면 재평가를 하게 되어 있으나,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민간건설 임대주택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14년 7월 21일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조차 하단 대비 18% 격차를 보인 데 따른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통상 범위가 10% 이상이면 재감정을 한다는 점에서 감정원이 내놓은 적정가격 역시 고무줄이란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제1기사, 2014년 7월 29일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은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상·하한 가격차 범위 10%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은 이 사건 아파트 600가구 총액 적정가로 1조 6800억~1조 9800억 원을 제시했다. 상·하한 가격차가 무려 18%에 달한다. 특히 전용면적 243~245㎡ 적정가는 3.3㎡당 4600만~6000만 원으로 제시, 30%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제6기사 등 한국감정원의 위 아파트 감정가격 산정을 비판하는 여러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5) 제1심과 원심은 위 아파트가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의 적용대상인 공공건설 임대주택이 아니고, 위 100분의 110 비율의 적용은 타당성 조사의 대상인 감정평가업체의 감정평가금액의 비교 비율을 의미하는 것일 뿐 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적정가격의 상·하한의 범위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적정가격 범위의 상·하한의 차이가 18%나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위 기사 부분은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보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의 이 사건 제6기사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대법원은 먼저 이 사안이 공적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전제하였다.

 

2) 나아가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에서 정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감정평가금액 중 최고평가액과 최저평가액 사이에 10%를 초과하는 편차가 발생하게 되면 재평가를 거치게 하는 조항이 위 아파트와 같은 민간건설 임대주택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제6기사 중 '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은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상·하한 가격차 범위 10%를 위반하였다'는 부분은 잘못 표현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민간건설 임대주택에 있어서도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의 상·하한 사이에 편차가 커지게 되면 이는 자의적으로 산정된 분양전환가격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피고가 ① 2014년 7월 10일자 기사, ② 이 사건 제1기사, ③ 이 사건 제6기사를 통해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에 위와 같은 문제가 있음을 순차적으로 지적하는 과정에서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대하여는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감정평가금액 사이에 10%를 초과하는 편차가 발생하게 되면 재평가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적정가격의 상·하한은 지나치게 폭이 넓다'라고 표현하였어야 하는 것을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상·하한 가격차 범위 10%를 위반하였다고 잘못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위 기사 부분은 한국감정원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정당한 보도활동의 범위 내의 것으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평석
1)
미국에서 발전된 공인이론은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재판소 결정(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결정) 및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이 나온 이후 공인 및 공적 사안에 대하여 위법성의 심사기준을 완화하여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은 '민간건설 임대주택'에는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상·하한 가격차 범위 10%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제6기사에서 한국감정원이 위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표현한 부분은 외관상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부분은 기사의 중요한 내용에 관련된 것이므로 그것이 지엽말단적인 것으로서 기사 전체의 진실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원심이 위 기사 부분이 사실과 달라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본 것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나 위 보도가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의 감정 업무에 관한 것이고, 감정 대상이 민간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신하여 수행하는 업무로서 다수의 이해관계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공적 사안인 점, 피고가 위 2014년 7월 10일자 기사에서 이미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경우 평가금액 가운데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 재평가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제6기사에 드러난 일부 잘못이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의 최종적인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


5.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5두49474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건개요
1)
원고 '재단법인 ○○방송'은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위성방송사업자와 특정 채널의 전부 또는 일부 시간에 대한 전용사용계약을 체결하여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시청자 제작 영상물 방송) 전문 텔레비전 채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위 채널을 통해 2013년 1월경 시청자인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각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1, 2 방송'이라 한다)을 방송하였다.

 

2) 이 사건 1 방송은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이라는 제목으로 이승만 대통령과 관련된 13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이를 토대로 이승만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내용이다. 이 사건 2 방송은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제1부)'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작성된 프레이저 보고서의 내용에 기초하여 한국의 경제발전이 주로 미국의 동아시아 반공정책에 의해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됨에 따른 결과라는 견해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내용이다.

 

3) 피고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8월 21일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방송이 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2014년 1월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규칙 제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객관성과 공정성에 관한 제9조 제1항, 제2항, 제14조 및 사자(死者) 명예존중에 관한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3호, 제4호 및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와 함께 이러한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에 대한 고지방송을 명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이와 같은 제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4) 제1심과 원심은 이 사건 각 방송은 그 구성, 내용, 편집 등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관점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을 편집하거나 재구성함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하였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희화화함으로써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폄하하였고, 그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는 등의 이유로 위 제재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5)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로 각 방송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아니하여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자 명예존중을 규정한 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이에 대하여 6인의 대법관은 원심에 찬성하는 취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나. 판결요지
1)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공인에 대하여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되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 조항에 따른 제재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심사할 때 해당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매체나 채널이 국민의 생활이나 정서 및 여론형성 등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나 범위를 충분히 고려하여, 방송매체나 채널의 자율성, 전문성, 다양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매체나 채널이 국민의 생활이나 정서 및 여론형성 등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나 범위가 크지 않은 한편, 다양한 정보와 견해의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주로 기여하는 것이라면 방송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에 관한 심사기준을 완화함이 타당하다(대법원은 이에 더하여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은 소수의 이해와 관점을 반영하여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형성하는 방송의 공적 역할을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에 비하여 심사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고,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에 비하여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 '오락 프로그램'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보도 프로그램과 같은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교양이나 오락 프로그램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 위반 여부를 심사할 때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보도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다. 평석
1)
이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역사적 인물로 공인인 두 전직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방송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은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사건을 다룬 표현행위에 대하여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탐구 또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하고,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의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TV드라마에서 백범 김구 암살배후로 묘사된 인물과 관련된 사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이나 가치관, 특히 보수·진보 또는 좌우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판결의 소수의견은 이 사건 각 방송 내용이 일부 자료에 의존하여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인 공인에 대한 평가적 표현행위를 위법하다고 하는 데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지만, 문제는 결국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일 것이다.

 

2) 이 사건 1 방송 내용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독립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내용, 독립운동자금을 장악하기 위해 깡패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내용, 여대생과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내용, 사이비기독교인이라는 내용 등이 있고, 악질친일파, 민족반역자, 돌대가리 등의 지나치게 모욕적인 표현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 이 사건 2 방송 또한 박정희 대통령의 일제 및 해방 전후의 행적이나 대통령 시절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와 관련하여 매우 비판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네이크 박'이라는 표현 및 화면구성 등에 있어 상당히 모욕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다. 원심과 대법원 소수의견은 그 정도가 한계를 넘었다고 본 것이고, 특히 이 사건 1 방송 중 일부 내용에 대하여는 필자 역시 이승만 대통령이 역사적 인물로 사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을 고려하더라도 표현행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볼 소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3)
1년 사이에 선고된 대법원의 두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논쟁이 치열하였고, 대법원 구성의 변화로 주목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두 판결을 통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에 대한 표현행위(2018년 판결의 판단대상)는 물론이고, 대체로 '보수'로 평가되는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표현행위(2019년 판결의 판단대상)에 대해서도 그 위법성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게 되어 양쪽 방향으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 결과가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서의 한계 문제에 대한 모색은 계속되어야 될 것이다.

 

 

양철한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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