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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표현의 자유 위축…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개정해야"

위법성 조각 사유 추가 등 개정방향 제안…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필요 지적도
대한변협·이수진 의원·오픈넷,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개정 방향 토론회 개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성추행 피해자와 내부 고발자 등의 표현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2차 가해 도구로 사용되는 등 부작용이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이수진(51·사법연수원 31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단법인 오픈넷은 28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적 보호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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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는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고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형법 제307조 등에서 정하고 있다.

 

손지원(34·변호사시험 2회)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이날 발제를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따라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발언이라면 '진실', '허위'를 불문하고 모두 형사범죄를 구성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실한 사실을 고발한 사람들이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하고 형사범죄의 피의자, 수사 대상이 돼 또 다른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된다"며 "사람들은 이와 같은 위험이 부담스러워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투(Me Too) 운동과 맞물려 성폭력 가해자가 일부분은 사실이고 일부분은 허위라며 만연히 상대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미투 폭로 여성들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는 제보가 속출했다"며 "미투 외 기업의 비리, 상사의 갑질, 권력자의 부정행위 등 내부고발과 공론화 과정에서 다수가 겪는 폐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진실이라도 한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균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조항 개정안을 내놨다.

 

그는 형법 제307조 1항 및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로 개정하는 방향과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규정에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추가하는 한편 '오로지 공공에 이익에 관한 때'라는 문구에서 '오로지'를 삭제하는 방향, 그리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징역형 폐지,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에서 친고죄로 개정하는 방향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50·36기) 변호사는 토론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징역형을 폐지하는 부분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규정을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로 개정할 경우, 동일한 피해자에 대해 이런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른 자에 대해 법원이 처벌할 수 있는 형벌의 최대치는 벌금 500만원"이라며 "이는 민사적 구제수단이 미흡한 현실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사생활비밀 보장을 국가가 사실상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법조실무에서는 형벌의 위하력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사실무에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경우도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수가 높지 않다"며 "개인보다 범죄피해정도가 중대한 언론의 경우도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의 경우 인용 액수는 평균 1946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의 구제와 명예훼손행위의 방지를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황성기 한양대 로스쿨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와 정성민(41·36기) 사법정책연구원 판사, 장철준 단국대 법대 교수가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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