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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

이재명 지사 기사회생… 권순일 대법관이 명운 갈라

李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한 김선수 대법관은 회피

미국변호사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위기에 빠졌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명운을 판가름 한 것은 권순일 대법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권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합의과정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5대 5 동수를 이룬 상황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의견을 밝혀 향배를 갈랐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같은 의견을 내면서 7대 5로 파기환송 결론이 확정돼 이 지사는 기사회생하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6일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1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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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오른쪽) 대법원장과 권순일(왼쪽) 대법관이 16일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선거 후보자가 토론회에 참여해 하는 질문이나 답변, 주장과 반론은 해당 토론회 맥락과 상관없이 일방적·의도적·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민주주의 보장을 위해 후보자 토론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대법관들 의견은 7(무죄취지 파기환송)대 5(유죄취지 원심확정)로 팽팽히 나뉘었다. 과거 이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유로 이 사건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하고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모두 12명이 심리에 참여했다. 

 

대법관 12명 참여

 유·무죄 취지 5대5 팽팽한 상황

 

통상 전합 판결 최종 합의에서 대법관들은 가장 후임 대법관부터 최선임 대법관의 순서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 표명이 끝난 후 맨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이를 고려하면 최선임 대법관인 권 대법관이 의견을 밝히기 전 나머지 대법관들의 의견은 5대 5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 권 대법관이 결정적으로 파기환송(무죄취지) 의견을 내면서 6대 5가 됐고, 김 대법원장이 다수의견에 가담하면서 7대 5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 의견이 6대 6 동수로 갈리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 대법관들의 중간 합산 의견이 동수일 경우 최선임 대법관이 한쪽 의견을 내면, 대법원장도 그 다수 의견에 따라 입장을 내는 것이 관례이자 불문율처럼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6대 6 상황이 됐다면 대법원은 선고를 하지 않고 최소한 어느 한쪽이 다수가 될 때까지 계속 심리를 이어갔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이날 상고심에서는 이 지사가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것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권 대법관 결정적 파기환송 의견에

대법원장도 합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며 "선거 후보자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친형 관련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는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 원심을 파기했다.

 

만약 6대6 동수였다면 

선고 못하고 계속 심리해야

 

이에 대해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에 대해 개별 사안에 따라 허위성 내지 허위성 인식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대법원의 기존 해석은 선거의 공정과 후보자 토론회의 의의 및 기능,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이 지사는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전체적으로 '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이는 이 지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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