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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정 변호사 수’ 연구용역보고서 놓고 의견 분분

“1700명 이상 뽑아도 된다” vs “현실 도외시 한 결론”

미국변호사

본보가 단독입수한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에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현행보다 10%p 높여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85%(매년 1700명 수준)로 하더라도 2050년까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변호사 수가 적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현실을 도외시한 결론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행정사, 관세사 등 여러 법조인접자격사군(법조유사직역)이 존재하는데다, 민·형사소송 사건 수가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변호사업계의 전통적인 먹거리였던 송무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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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700명 배출해도 국내 법률시장 성장" =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제도와 시장 규모를 파악해 적정한 법조인력 규모 산정에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됐다. 이 연구용역에 참여한 연구팀은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1300명(합격률 65% 기준), 1500명(합격률 75% 기준), 1700명(합격률 85% 기준)을 배출할 경우 인구와 경제규모 당 변호사 수를 해외 주요국가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국 간 변호사 수 격차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어떤 방식을 취해도 우리나라 변호사 수가 적다는 취지다. 

 

이 같은 연구는 법률서비스 산업 관련 현황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법률서비스 관련 현황과 시장 상황 및 공급에서의 제약조건 등을 기초로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변호사업계 과세표준액 

10년간 매년 6.7% 증가기록


연구팀은 국내 법률서비스 산업 매출 규모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법률서비스 산업 매출규모에 대한 국세청 전문직 부가가치세 납부정보에 따르면, 2018년 변호사업계 과세표준액은 5조993억원이며, 2015년도 변호사업계 과세표준액은 4조6000억원으로 2006~2015년 10년간 매년 6.7% 증가를 기록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무사건과 법률시장 매출액을 고려하면) 비송무, 즉 법률자문 및 비소송 분야가 법률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송무사건 시장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송무시장을 민사, 형사, 가사, 특허소송사건 수로 보면, 2009~2018년 사이 민사사건 총 접수 건수는 14.9% 늘어났으나 형사, 가사, 특허소송 사건 접수 수는 모두 감소추세"라고 했다. 같은 기간 민사사건도 변호사들의 주요 수임 대상인 민사본안소송은 9%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홀로 소송이 빈번한 민사독촉 사건 규모가 53%나 늘어 전체 민사사건 수가 늘어났을 뿐 송무시장에서 변호사업계 먹거리는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법률자문 및 비소송분야가 

법률시장의 성장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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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사직역·법률수요 고려해야" 지적도 = 법조계에서는 보고서가 제시한 변호사 수 국제비교치가 단순 숫자에 불과할 뿐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다른 나라와 달리 법조인접자격사군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법률수요 등 급변하는 법률시장의 제반 환경을 충실히 고려해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높기만한 

변호사 사무실 문턱도 낮춰야

 

연구팀도 보고서에 "우리나라의 법조 유사직역으로는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행정사, 관세사 등이 있고 지속적 증가 추세"라며 "특히 2012년 행정사법 제정으로 도입된 행정사의 경우 2018년도 35만명을 넘어섰다"면서 적정 변호사 수 기준 결정 시 인접자격사군을 고려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언급은 했지만, "유사직역을 고려하더라도 (변호사 수 국제비교치에서) 한국과 해외 주요국가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본 연구에서는 법률서비스 수요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는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하회하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법률서비스가 증가하는 등 환경의 변화로 법률서비스 수요가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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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변호사단체 의견 엇갈려 = 변호사단체는 보고서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55만명에 달하는 인접직역 자격사들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종우(46·사법연수원 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보고서의 결론처럼) 인접직역이 없거나 적은 해외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55만명’ 유사직역 자격사 영향 

충분히 고려 안해

 

이춘희(60·15기)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지방의 경우 변호사 수 증가와 더불어 지역 경제의 침체, 수도권 로펌·변호사와의 경쟁까지 겹쳐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엄중한 상황을 고려할 때 변호사 배출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로스쿨 측은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늘려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낮추고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하는 등 올바른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수근 전 로스쿨협의회장은 "적정 변호사 수를 도출할 때 고려할 사항이 많은 것을 알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산출식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반대하려면 다른 통계와 산출식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형사소송 사건 매년 감소 추세

송무시장 위축


한 로스쿨 재학생은 "소비자들에게는 아직도 높기만 한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해야 한다"며 "매년 1700명 이상 선발해도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전보다 변호사 수가 많아졌고 시장도 갈수록 힘들다. '적정 인원'은 단순히 인구 수와 GDP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출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체감하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서, 보고서 내용이 전혀 수긍이 안 된다"고 했다.

 

해외 주요국가와 우리나라의 현실 

단순비교는 무리

 

한 로펌 변호사는 "이미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매년 100~200명 변호사를 더 배출한다고 해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갖고 논쟁할 것이 아니라, 성장이 멈춰버린 법률서비스 산업을 어떻게 하면 다시 육성할 수 있는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진강(77·사시 5회) 전 대한변협회장도 "이젠 변호사 수에 대한 논의 대신 전체 변호사를 감당할 수 있는 법률수요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로스쿨 입학정원을 줄이고 성과가 낮은 로스쿨을 통·폐합하는 대신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90%선까지 높이는 등 제3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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