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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입법 본격 추진

대법원장·법관 3명·변호사 4명·행정전문가 4명 등으로 구성
민주당 이탄희 의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표 발의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개방형 회의체 사법행정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한 법원개혁 입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사법행정과 재판 영역을 엄격히 분리해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가 사법행정을 전담하고, 법관들은 재판업무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42·사법연수원 34기) 의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계획 등을 알게 되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를 촉발시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개정안은 판사의 보직 권한을 비롯해 그동안 대법원장이 행사해온 사법행정 권한 대부분을 사법행정위로 넘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장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사법행정기관인 법원행정처를 바탕으로 모든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제왕적 체제'를 구축해왔고, 법원행정처는 인사·예산권을 무기로 일선 판사들을 통제하면서 사법부의 조직이기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는 △법원의 인사·예산은 물론 회계·시설·통계·등기·가족관계등록·공탁·집행관·법무사 관련 사무를 비롯해 △대법원 예규 제·개정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또 법원 조직·인사·운영·재판절차·등기·가족관계등록 등 법원 업무와 관련해 국회에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으며, 대법관회의에 대법원 규칙 제·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사법행정위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관 3명과 △변호사 4명(상임위원 2명) △재판제도·행정 전문가 4명(상임위원 2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법관과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위원은 법조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판·검사 출신인 변호사 위원의 경우 판·검사 퇴직 후 2년이 지나야 임명 가능하다. 사법행정위 부위원장은 상임위원 가운데 호선으로 선출되며, 국회·국무회의 출석 등 사법행정위 대외업무를 맡게 된다.

 

사법행정위 위원 임기는 4년으로,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다만 법관인 위원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또 위원 결원 방지를 위해 위원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는 직무를 이어가도록 했다. 위원 중 결원이 생긴 경우에는 새로 추천해 임명하며, 위원 임기도 새로 시작된다.

 

특히 사법행정위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치활동 관여가 금지된다.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국가·지방공무원도 겸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 후보로 등록한지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사법행정위원이 될 수 없다. 대신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신분보장을 위한 규정이다.

 

사법행정위원은 국회에 설치되는 추천위가 추천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추천 인사 1명과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인사 3명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인사 1명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사법행정위 정기회의는 매달 1번 이상 열어야 하고, 임시회의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위원 3명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열 수 있다. 회의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안건 의결 시에는 대법원장도 표결권을 가지며, 가부동수일 때에는 대법원장이 결정권을 가진다.

 

안건 연구·검토·심의를 위해 사법행정위 아래에는 분과위를 둘 수 있는데, 분과위원은 비(非)법관 위원을 포함해 구성해야 한다. 법관 위원은 분과위에 상근할 수 없다.

 

법관 인사도 사법행정위가 담당하게 되면서 기존 법관인사위원회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판사 연임 등에 대한 심의도 사법행정위가 담당하고, 대법원장이 행사하던 판사 보직권도 사법행정위가 맡게 된다. 특히 사법행정위는 판사 보직인사 관련 기본원칙을 구체적으로 정해 법관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 대법원장 자문기관으로 설치돼 있는 사법정책자문위도 폐지하도록 했다.

 

기존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위 사무를 처리하는 집행기구인 사무처가 대체하도록 했다. 장관급 정무직인 사무처장은 사법행정위 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차관급 정무직인 사무차장은 사법행정위가 임명한다. 법관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사무처장이나 사무차장에 임명할 수 없다.

 

이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국민이 부여한 제1의 책무는 '사법개혁'이지만, 대법원장 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도록 개혁안 대부분은 후속 추진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우리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OECD 회원국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서 사법개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명령한 국회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이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청와대와의 재판거래나 일선 법원의 재판에 관여한 것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런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원개혁을 위해서는 비위법관에 대한 탄핵과 다양한 국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사법행정위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근거 규정도 신설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과 각급 법원,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등 각 기관별 판사 수를 고려해 100명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법관의 다른 국가기관 파견과 직위 겸임을 완전히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판사가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앞서 지난 2018년 1월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18년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법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 건의문을 바탕으로 법원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그해 12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 안팎의 인사들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에 사법행정권을 이관해 총괄하게 하는 내용의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을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제출했다.

 

대법원이 제출한 개선 방안은 그동안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이뤄져온 수직적 사법행정시스템을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신설 회의체를 중심으로 삼아 수평적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법관 인사와 관련해서는 외부인사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 사실상 대법원장의 인사 독점권을 유지하는 한편 사법행정회의의 성격도 사법집행까지 아우르는 총괄기구가 아니라 주요 사법행정 사안에 대한 심의·의결기구로 한정해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법원개혁 법안들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에 뒷전으로 밀리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지난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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