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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인간은 神을 상상하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을 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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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를 얼마나 인식할 수 있는가?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우주의 원리를 모두 파악할 수 없다. 다만 그 나름대로 해석을 할 뿐이다. 유한한 인간은 세계관이라는 필터를 통해 비로소 불가해성(不可解性)을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신화는 우주를 신과 신적인 것들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세계관이다. 경험적 판단으로 설명될 수 없는 현상들을 납득하기 위해서 인간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신화를 만들어내었고,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세계는 신화를 통해 풀이되었다.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한계로, 인간은 죽음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 한다. 한편 그리스 로마인에 의해 신은 인간과 달리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로 상상되었고, 신의 불멸성은 필멸하는 인간이 동경하는 대상이 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는 인간의 불멸에 대한 욕구를 오뒷세우스 신화로 풀어낸다. 작품 속 오뒷세우스의 행동은, 고대 그리스 로마인이 필멸하는 인간과 대비되는 신을 상상한 이유을 보여준다.

『오뒷세이아』는 귀향의 의지와 망각의 유혹 간에 연속되는 대립을 다룬다. 오뒷세우스가 로토스를 먹고 귀향을 잊어버린 부하들에게 억지로 출항을 명령하는 일이 일어나는가 하면, 전쟁과 방랑에 지친 오뒷세우스가 키르케와 함께 일 년 동안 머물다 부하들의 재촉으로 떠나기도 한다. 칼륍소에 의해 7년의 시간을 보내는 오뒷세우스는, 헤르메스가 전달한 제우스의 전령에 의해서야 간신히 고향으로의 길을 다시 갈 수 있게 된다. 불사의 삶을 제시하는 칼륍소의 최후의 유혹을 거절하는 오뒷세우스는 귀향을 망각하고 불멸하는 삶 대신 필멸하는 삶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도적인 삶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목표를 정립하고 관철하는 것을 망각한 채 사는 대로 생각하며 지낸다. 삶의 의미를 포기, 망각하고 안주하며 사는 삶의 유혹은 로토스처럼 달콤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자신이 결정한 귀향에 끝끝내 성공한 오뒷세우스는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하며 불멸하는 명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오뒷세이아』는 신화가 신의 불멸성을 상상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인간이 죽지 않는 신의 완벽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와 달리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비참함을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유한한 삶의 소중함을 자각하도록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불멸을 추구하는 과정 그 자체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신화 속 오뒷세우스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영원에 대한 동경은, 신에 대한 상상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자체완결적인 삶이 가지는 아름다움으로 해결된다. ‘어째서 내가 죽어야 하는가!’라고 외치는 인간은 신을 상상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박동호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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