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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판사들, 법복 벗고 ‘선생님’으로

2018년부터 경기도교육청과 ‘경기꿈의대학’ 업무협약

한 법관이 판사실에서 정신없이 사건기록을 뒤적이다 힐끗 시계를 본다. 시계는 어느덧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에 화들짝 놀란 판사는 기록물을 정리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이어 화상 수업용 MS팀즈 프로그램을 켠다. 컴퓨터에 판사 얼굴이 나오고 학생들이 하나 둘 화상 수업에 들어오자 판사는 반갑게 학생들에게 인사를 한다. 이제 판사는 약 2시간 동안 선생님이 된다.

 

법대(法臺)를 내려와 선생님으로 변신한 주인공은 바로 수원지법 판사들이다. 수원지법(원장 허부열)은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과 2018년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꿈의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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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판사들이 지난 1월 진행한 경기꿈의대학 수업 때 학생들이 판사·검사·변호사 역할을 맡아 모의재판을 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지역 내 고등학생들에게 진로·적성 맞춤형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부터 경기꿈의대학을 시작했다. 교육청은 공학, 예술, 의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하고자 했고 이러한 취지를 존중해 수원지법은 법학 분야 강좌 개설 요청에 응하게 됐다.

 

올해는 윤민수·김민정 판사가

 ‘생생 사법체험’ 강의

 

업무협약 후 처음으로 수원지법에서 경기꿈의대학 강좌를 맡은 사람은 전범식(39·사법연수원 38기) 판사였다. 이어 지난해 이새롬(36·38기)·이정우(40·38기) 판사가 배턴을 이어받았고, 현재는 윤민수(35·40기)·김민정(37·41기) 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의를 할 판사는 매년 자발적 신청을 통해 받고 있다.

 

전반기 온라인으로 이론 수업

 후반기엔 모의재판도

 

윤 판사와 김 판사는 지난 5월 19일부터 3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원 생생 사법체험' 수업을 시작해 어느새 8회차 강좌 중 4회차 이상을 마쳤다. 전반기 강좌는 이론 수업이었는데 △민주주의 △삼권분립과 법률 △민사재판의 이해 △형사재판의 이해 △판사와의 대화 △생활 속 법률적용 등을 강의했다. 매년 학생들이 수원지법을 방문해 수업을 들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후반기 강좌는 모의재판이다. 모의재판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 법원 방역을 철저히 한 후 수원지법 법정에서 열린다. 가상의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각자 원고, 피고, 변호사, 재판장 등의 역할을 맡는다. 두 판사는 모의재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실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건에서 법적 쟁점이 무엇인지 등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판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들에게 ‘판사’ 직업 알리고 

판사도 초심 되새겨

 

수원지법 판사들도 경기꿈의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딱딱한 법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힐링(healing)'한다. "왜 판사가 되셨냐?"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면 판사를 선택했던 때를 다시 떠올리며 그 때의 다짐을 되새긴다. 수업을 진행했던 판사들은 보람을 느끼며 동료 판사들에게 경기꿈의대학 강의를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경기꿈의대학은 법과 재판에 관해 알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법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모의재판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재판 과정 등을 조금이라도 간접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법원 입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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