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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평등법' 시안 공개… "차별피해 시 소송지원"

"평등법 제정은 우리 사회 당면 과제"… 국회에 법 제정 촉구
'성적지향' 등 21가지 차별사유 규정… '수사·재판절차 차별금지'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공개하고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법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에 관한 일반법이다. 우리나라에는 개별 분야에서 양성평등 등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은 있지만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차별 금지와 관련한 일반법은 없는 상태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법 시안을 공개하면서 "평등법 제정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며 "국회는 시안을 토대로 건설적 논의를 통해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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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현재 성별이나 장애, 특정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있지만, 개별법만으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차별을 정확히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구제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차별의 개념·유형을 상세히 담고 있지는 않은 만큼 평등법이 그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평등법 시안은 모두 5개 장, 39개조로 구성됐다.

 

법안은 우선 차별의 개념을 △직접차별과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행위로 나눴다. '괴롭힘'의 경우 멸시·모욕·위협 등의 부정적 관념의 표시나 선동 등의 혐오적 표현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됐다.

 

'간접차별'은 실질적·결과적으로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으로,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170㎝가 넘는 사람'에게만 지원 자격을 줬을 때 평균 신장을 고려하면 남성에게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여성에게는 불리한 기준으로 작용해 직접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시안에서 규정한 차별은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며 "합리적이라고 판단된 행위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차별사유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21가지로 예시적으로 규정됐다. 우리 사회의 차별 현실을 정확히 드러내고 경험을 공유하자는 의미에서다. 다만 사회 변화에 따라 차별 사유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법안은 또 △고용을 비롯해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 제공·이용 등 4가지 영역에서의 대표적인 차별금지 행위를 명시했다. 예컨대 사법절차의 경우 '수사·재판 관련 기관은 수사·재판 절차·서비스에서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차별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식이다.

 

특히 법안은 차별피해에 대한 인권위의 구제 수단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차별피해 소송지원 제도'를 뒀다. 차별행위가 발생하면 인권위가 시정권고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 때 차별을 한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인권위가 해당 사건의 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송지원 제도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소송지원 변호인단 설치·운영 규정과 국가의 비용 부담 규정도 법안에 담겼다.

 

법원은 차별 관련 소송 제기 전이나 제기 중에 차별이 소명되는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 중지 등 적절한 임시 조치를 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 중지 및 원상회복 등의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법원은 이행명령도 내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법안에는 차별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도 포함됐다. 특히 차별이 '악의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액 이외에도 손해액의 3배 이상~5배 이하에 이르는 '가중적 손해배상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차별 피해자에 대한 손해의 전보와 동시에 차별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악의성 여부는 차별의 고의성과 지속성·반복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피해 내용·규모를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차별 분쟁 해결 과정에서 차별행위가 성별 등 차별사유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은 '차별을 한 사람'이 입증하도록 했다. 차별 분쟁에서는 통상 차별을 한 쪽에 정보가 편재돼 있다보니 차별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법안은 차별 피해자가 인권위에 진정을 내거나 진술·증언·자료제출·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동시에 이를 위반할 경우 가중적 손해배상 책임 부과와 함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의무 규정도 법안에 담겼다.

 

앞서 지난 2006년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 이후 2007년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17~19대 국회에서도 6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법 제정 권고 이후 인권위는 정부 입법 과정에 참여하거나 차별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표명, UN 인권조약기구 의견 제출 등을 통해 평등법 제정 필요성을 알려왔다.

 

최 위원장은 법안의 명칭을 기존 '차별금지법'이 아닌 '평등법'으로 한 이유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며 "이름에서 '평등'을 앞으로 놓는 것이 보다 이 법안의 목적을 국민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 봤다"고 말했다.

 

평등법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기본권이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장된다"며 "평등법은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에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종교 등을 이유로 달리 대우하는 행위가 무조건 차별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평등법이 '동성애 옹호 법률'이나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과 같은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유뿐만 아니라 장애와 나이, 종교, 인종, 학력 등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한다"며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률'이라는 주장은 입법취지와 목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종교계의 입법 반대 주장에 대해서는 "입법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평등법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공감대를 넓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위원장은 "평등법은 21대 국회의 중요한 입법 과제가 돼야 한다"며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위한 평등'이라는 목표를 향해 평등법 제정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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