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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중국 법원… 국제 법조계서 ‘주목’

자국에 불리한 국제중재판정 잇따라 집행명령

리걸에듀

중국 법원이 외국 중재기구 판정의 효력을 인정하며 잇따라 집행을 명령해 국제 법조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중국 법원은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외국중재판정 집행 신청을 기각하거나, 사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중재합의의 효력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사법시스템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함에 따라, 대중 교역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했던 법적 불투명성이 해소되기 시작한 시그널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한·중 무역규모가 2434억달러(294조원)에 달하는 만큼 우리 기업과 법조계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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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제1중급인민법원은 지난 3월 우리나라 기업 A사가 중국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정 집행 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자신들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톈진에서 음식점을 연 B씨가 브랜드 평판을 떨어뜨리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며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양측은 계약 당시 '한국 법률에 따른 대한무역중재위원회에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는 중재합의조항을 뒀다.


중재과정에서 B씨는 '대한무역중재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기 때문에 중재합의 조항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무역중재위원회'가 대한상사중재원을 의미하더라도, 한국 법률에 대한상사중재원의 설립에 관한 직접적인 조항이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합의가 무효라고 했다.

 

중국정부, 사법시스템에도 

글로벌스탠더드 강조 영향

 

KCAB 중재판정부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판정부는 "한국에서 실질적으로 분쟁 해결 과정을 제공하는 중재기관이 한 곳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합의조항은 대한상사중재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하고, 대한무역중재위원회가 모호한 표현이더라도 모호함 자체가 가공의 중재기관을 지칭하는 것이라 볼 수 없는 만큼 합의가 유효하다"고 판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후 A사가 중국법원에 제기한 중재판정문 집행 신청에 대해서도 중재합의와 이에 근거한 중재판정 모두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톈진 법원은 "한국의 중재법에 따르면 중재기관의 합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중재 협정이나 중재 합의 조항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며 "중재를 통해 향후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법의 취지"라고 판단했다.

 

KACB 중재판정의 효력에 대해서도 "대한상사중재원은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뒷받침되는 기관이고, 대한민국 민법과 중재법에 의거하고 있다"며 "이는 직간접적인 법률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중재법에 따라 중재판정부에는 중재 합의 조항의 존재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부여된다"며 "중재합의의 타당성에 대해 이견이 제기될 경우에도 중재판정부가 스스로 판단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고 했다.

 

“중재 통해 분쟁해결 하려는 

당사자의 의견 존중”

 

전문가들은 중국 측에 불리한 중재내용을 중국법원이 인정한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를 모든 중국 법원에 강제할 수단은 없기 때문에 교류 확대를 통해 점진적으로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상엽 KCAB 국제중재센터 차장은 "기업과 로펌으로부터 가장 많이 접수되는 문의중 하나가 집행 이슈"라며 "현지 소송보다 중재가 효율적인 분쟁해결 수단이지만,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 리스크가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중재 전문가 및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제중재 친화적 인식을 확대해가야 한다"며 "최근 중국 광둥성 최대 중재기구인 광저우중재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국제분쟁사건을 많이 맡는 한 변호사는 "사법시스템이 불투명해 국제소송을 꺼리는 국가들 중에서 중재에마저 비협조적인 나라들이 많고 상당수가 중국과 동남아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이라며 "중국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두려워했던 국제중재판정 집행리스크가 일부 해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집행 결정이 수년간 미뤄지거나, 이 과정에서 외국인에게 불리한 조건의 조정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의뢰인에게 사전에 리스크를 설명하거나, 중재조항을 설정할 때 추후 집행의 어려움까지 고려한 컨설팅을 한다"고 했다. 

 

한국기업과 법조계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집중

 

한 외국변호사는 "중국에서는 다른 국가 법원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까다로운 입증책임이나 엄격한 당사자표시, 원본 증서 요구 등을 통해 중재판정 집행의 절차적 문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시진핑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시스템을 강조하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이징 제4중급인민법원도 지난해 12월 현대홈쇼핑이 중국 가유홈쇼핑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정승인 및 집행 신청 사건을 인용했다. 

 

현대홈쇼핑은 중국 홈쇼핑사업 합작 파트너인 가유홈쇼핑이 약속된 방송송출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며 국제중재를 제기했지만, 가유홈쇼핑이 중재판정문에 대한 집행신청에 대해서도 "공서양속 위반" 등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면서 법적 다툼이 길어졌었다.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판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가유홈쇼핑의 계약 위반에 따라 합자법인이 해산된 점이 인정된다"며 95억여원과 소송비용 등을 손해배상하라고 판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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