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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부동산이 횡령죄의 행위객체에 포함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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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한다. 판례와 학설은 횡령죄의 행위객체인 재물 속에 부동산이 포함된다고 한다. 그러나 횡령죄에서 재물은 보관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하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보관의 대상이 아닌 부동산은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부동산에 대한 횡령을 인정하는 판례는 대부분 '재물'인 부동산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을 행위객체로 오해하고 있다.


Ⅱ. 횡령죄의 행위객체
1.
횡령죄의 행위객체는 재물이다. 학설과 판례는 재물을 민법상의 물건과 동일한 개념으로 파악하여 민법상 물건인 부동산은 당연히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은 민법상의 ‘물건'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횡령죄의 재물은 우선 보관이 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관리'가 가능할 뿐 '보관'이 가능한 재물이 아니다. 그래서 누구도 '부동산을 보관한다'고 하지 않는다.


상법 제155조는 '타인을 위하여 창고에 물건을 보관함을 영업으로 하는 자를 창고업자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창고업의 영업대상을 물건이라고 규정하지만 부동산은 그 물건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유는 창고업의 영업대상인 '물건'은 보관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보관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창고업의 영업대상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보관의 대상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행위객체가 될 수 없다.


2.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해보자. 독일 형법은 횡령죄의 행위객체를 '동산'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 형법은 재물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부동산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형법은 횡령죄의 객체를 '재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도 그 나라의 판례나 학설은 그 재물에 부동산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우리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자를 절도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다수설은 부동산이 절도죄의 재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횡령죄의 객체를 재물로 규정한다고 하여 그 재물에 부동산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3. 부동산을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판례와 학설은 동산의 경우에는 타인의 동산을 보관하는 자를 횡령죄의 주체로 파악한다. 그런데 부동산의 경우에는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 '타인의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 자'를 횡령죄의 주체로 파악한다.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할 수 없으니 부동산 횡령을 인정할 수 없는데도 이것을 인정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법리라고 생각된다. 재물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은 '보관'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보관의 개념 속에 포함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부동산에 대한 보관의 가능 여부가 아니라 부동산을 유효하게 처분할 권한의 유무로 보관자를 판단하려는 학설과 판례는 횡령죄와는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새로운 범죄를 창조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4. 부동산에 대한 횡령죄가 문제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명의신탁과 양도담보이다. 그것이 횡령죄나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혹은 무죄인지에 관하여 형법교과서나 주석서는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혹은 법률의 제정 전후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다. 판례도 여러 차례 태도를 변경하였다. 이러한 혼란상은 부동산 횡령에 대한 논리가 매우 불완전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Ⅲ. 판결에 대한 검토
1.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3자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를 변경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이 판결의 판시에는 대법원이 향후 모든 유형의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만약 그렇게 되면 명의신탁에 관련하여 부동산이 횡령죄의 객체에 포함한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 


2. 횡령이란 재물 그 자체 또는 그 소유권 전체에 대한 법익침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재물을 횡령하였다면 이미 그 법익침해는 종료되었기 때문에 후행행위에 의한 추가적 법익침해라는 것은 논리상 불가능하다. 종래 판례는 자신이 보관 중이던 토지에 대하여 피해자인 소유자의 승낙 없이 제3자에 근저당권등기를 넘겨주면 그때 위 토지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고 그 후 피해자의 승낙 없이 그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더라도 별개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은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이 판결은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의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이 자신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할 돈을 차용하기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그 후 이를 제3자에게 매도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횡령은 물건을 가로채는 것이다. 물건의 물리적 일부도 아닌 물건 가치의 일부를 가로채는 것은 횡령이 아니다.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설정은 부동산 그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 소유권의 일부인 교환가치만을 가로채는 것이므로 횡령행위가 될 수 없다. 또한 저당권설정으로 영득하는 것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다.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횡령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면 후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침해할 추가적 법익침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후행 처분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추가적 법익침해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횡령의 대상을 재물 그 자체가 아닌 재물에 대한 재산적 이익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설정이 부동산의 재산적 이익의 일부에 대한 침해인데도 이를 횡령이라고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자동차 지입계약의 경우
종래 판례는 지입차량에 대한 보관자의 지위를 차량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소유권 취득에 등록이 필요한 차량에 대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의 지위는 차량에 대한 점유가 아니라 등록에 의하여 차량을 제3자에게 법률상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5도1944 전원합의체 판결은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지입차량의 경우에 등록명의자인 지입회사가 아니라 지입차량을 인도받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지입차량의 보관자라고 함으로써 지입차량에 관하여 제3자에게 법률상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에 따라 보관자의 지위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포기하였다. 대법원이 등록을 요하는 자동차에 관하여 이러한 법리를 폐기한 것처럼 부동산의 경우에도 같은 태도를 밝히기를 기대한다. 형법의 문언에 맞게 부동산은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혼란스러운 학설과 판례의 잘못을 시정하는 바로잡는 길이다.


Ⅳ. 결론

학설과 판례는 횡령죄의 행위객체인 재물에 부동산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형법의 문언상 부동산은 보관이 가능하지 않아 보관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학설과 판례는 부동산이 횡령죄의 객체가 된다고 전제하면서 부동산의 경우 '보관' 대신 '제3자에게 법률상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에 따라 보관자의 지위를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형법상 횡령죄와 다른 새로운 범죄를 입법한 것과 다름없다. 한편 부동산 명의신탁이나 양도담보의 경우는 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재산상 이익을 행위객체로 파악하여야 할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횡령죄가 아니라 배임죄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최근 선고된 횡령죄 성립 이후의 횡령을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도 실상은 부동산의 재산상 이익을 행위객체로 파악하였다. 부적절하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임의처분을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동산 명의신탁 사안에서 부동산 횡령죄의 성립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지입차량의 등록명의자인 지입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인도받아 보관하고 있는 지입차주에게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지입차량의 경우 제3자에게 법률상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에 따라 보관자의 지위를 결정한다는 종전 법리를 포기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이 횡령죄의 행위객체인 재물에 포함된다는 학설과 판례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하는 한편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부동산 횡령죄의 성립을 되도록 회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부동산이 횡령죄의 행위객체가 될 수 없음을 선언하는 판례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김신 전 대법관 (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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