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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검사 ‘피신조서’ 증거능력 배제… 시행 시기에 ‘촉각’

“형사재판 공판중심주의 실현”… 방향성에는 공감

개정 형사소송법 가운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제312조를 청와대가 조기에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검찰·경찰과 법원이 제도 시행 후 수사와 재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개혁과제인 만큼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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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바로 시행해도 문제 없다"… 검찰 '비상' =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 현재는 검사가 피의자를 적법하게 조사해 작성한 진술 조서는 진정성립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된다. 하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아예 쓸 수 없다. 공판준비기일, 공판기일에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해서만 증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이 조항에 대해 공포 후 4년 내에 시행하되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2월 4일 형소법을 공포했다.


대법원

 “즉시 시행하더라도

 재판 실무상 문제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주재한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 후속 추진단' 전문위원 회의에 참석한 법원 전문위원을 통해 '검사 작성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이 변경되더라도 실무상 큰 문제가 없다'며 '유예기간을 둘 필요 없이 즉시 시행하더라도 재판 실무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같은 의견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지난해 5월에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당시 "형사소송법상 이념인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구현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보완책 없는 급박한 변화는 수사 공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보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충분한) 제도 보완 없이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개정 규정을 시행할 경우 형사사법 제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n번방 사건과 같은 조직 범죄나 다수가 관여하는 조직적 경제범죄의 경우 피의자 신문을 통해 상호 공모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며 "조직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어려워져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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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기적 변화… 안전장치 없으면 부작용 커" = 법조계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이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거쳐 빠르게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보완 장치 없이 곧바로 시행할 경우 실무상 부작용도 커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취지가 오히려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무죄 판결이 날 것을 염려해 검사들이 제대로 기소하지 못하거나, 가뜩이나 업무 부담이 큰 법원의 업무가 가중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뇌물범죄처럼 피의자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이나 범죄단체 관련 혐의처럼 공범이 많은 사건에서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여러명의 관련자들이 잇따라 수사나 재판을 받는 대형사건들에서 검찰의 조서를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할 경우 법정에서 다시 조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한 검사는 "당장 8월부터 시행되면 증거능력 공백에 따른 공소사실 철회가 늘어날 수 있다"며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을 중심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중심주의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죄 있는 사람을 놓아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특히 경찰수사 역량 강화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보완 없이 시행 땐 

형사사법제도 붕괴 우려”

 

한편 개정 형소법은 제312조를 언제부터 시행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령이나 규칙에 어느 시점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한다는 규정을 둘 수도 없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형소법 교수는 "해당 조항은 법 시행 이후에 기소된 사건 뿐만 아니라 이미 기소된 모든 사건에 소급 적용될 수도 있다"며 "시행 시점에 따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이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 라임 사건 등 주요사건이 모두 적용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판결 뒤집기 논란을 부르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은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는 한만호씨를 검찰이 수십 차례 불러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은 것이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데, 정부와 여당이 이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도 피의자 신문조서를 염두에 두고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에 부여된 과도한 증거능력이 검사와 피고인 간 대등한 재판을 어렵게 하고, 판사에게 사전 심증을 형성하게 만드는 부정적 측면이 있었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공소사실 입증에 유리한 조서를 만들기 위해 강압적·인권침해적 수사를 해왔다는 의혹도 많았던 만큼 지체없이 시행하고 부작용은 완화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 "제21대 국회 형소법 재정비해야" = 새로 출범한 제21대 국회가 형사소송법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의 큰 변화를 앞둔 검찰의 수사 관행 변화와 변호사들의 변호 역량 강화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예컨대 성폭력 사건에서 조사를 공판단계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 피해자들이 입는 피해가 클 것"이라며 "진술이나 증언을 둘러싸고 법정공방이 이어질 경우 재판이 한정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다른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공판중심주의는 자칫 판사가 조사와 재판을 같이 하는 규문주의로 빠질 수 있다"며 "수사권 조정보다 더 큰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 구체적 규정 안돼 

형소법 재정비필요” 의견도

 

금융사건을 많이 맡는 한 변호사는 "범죄자의 공모 증거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될 때가 많다"며 "이들이 법정에서 조서를 부인하면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의 경우 진술증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앞으로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사문화된 증거보전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경우 공판부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하고 미진한 수사관행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물증 확보에 소극적인 반면 참고인 진술 등 인적진술을 받은 뒤 의도한 대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받는 낡은 관행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다만 "피의자 진술을 녹화한 영상물이나 녹음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증거조사를 위해 녹취서를 제출하는 등 대체 수단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앞으로는 공판 구술 변론 기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변호사들도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공판정에서 본격적인 진술이 이뤄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변론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법관의 재판 진행도 보다 정교해져야 할 시점"이라며 "이미 공판중심주의에 기반해 증인 신청을 적극적으로 받아주고, 직권으로 증인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부들도 있다"고 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