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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고유법안 1572건 ‘임기만료 폐기’… 역대 최다

20代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률안 133건 처리

미국변호사

제20대 국회가 결국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0일 임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133건의 법률안을 처리했지만, 임기 중 발의·제출된 법률안 2만4141건 가운데 62.2%에 달하는 1만5014건이 임기만료로 무더기 폐기될 예정이다. 법제사법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법사위는 같은 날 이번 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어 고유법안 9건과 다수의 다른 상임위 법안을 가결해 본회의로 넘기면서 활동을 마쳤다. 그러나 법사위 고유법안 1947건 중 대다수에 해당하는 1572건(80.7%)이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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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제처가 법령관련정보 통합 관리·제공 =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령정보의 관리 및 제공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민이 원하는 법령정보를 편리하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처가 각종 법령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법령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정부 법령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처가 주무부처로 나서 처음으로 만든 법률 제정안으로,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법제처장은 각 기관의 정보시스템과 법제처의 법령정보시스템을 직접 연계하거나 관보의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각 기관에 분산돼 있는 법령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법제처가 통합해 수집·관리·제공하는 법령정보에는 △헌법과 법률, 시행령, 조약,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자치법규(조례·규칙), 행정규칙(훈령·예규·고시) 등 각종 법령을 비롯해 △헌재 결정례, 행정심판 재결례, 법제처 법령해석례, 입법예고안, 규제영향분석서, 비용추계서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된다.

 

발의·제출 법안 2만4141건 중

62.2% 폐기 수순

 

이와 함께 제정안에는 법령정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법제처가 법령정보를 가공·활용하는 민간 기업에 정보를 개방하거나 기술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정부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의 요청에 의해 이 법에서 규정하는 법령정보 범위에서 빠졌다.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종합법률정보 시스템을 통해 중요 판례를 선별해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제처와 개별 협약을 통해 판례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대법원과 맺은 협약에 따라 공개된 대법원 판례는 법령정보시스템에 실을 방침이다.

 

주택 임대차계약에서 계약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통지할 수 있는 최소 기한을 기존 임대차기간 만료 1개월 전에서 2개월 전까지로 앞당기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현행법이 △임대인의 경우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1개월 전까지 △임차인은 1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계약 갱신거절 통지를 하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주택을 임대차한 것으로 간주하는 '묵시적 계약갱신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보통 한 달 만에 임차인이 다른 집을 구하거나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정당 당원이나 공직선거 후보자 경력 등을 헌법재판관 임명 결격사유에 추가하기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재판관의 재판상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오는 9월 시행되는 법원조직법과 궤를 같이 한다.

 

◇ '판결문 공개 전면 확대' 등 21대 국회로 = 20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 1만5014건은 고스란히 임기만료 폐기될 예정이다.

 

2000년대 들어 의원입법이 폭증하면서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6대 국회 당시 2507건의 법안 가운데 30.2%인 756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된 것을 시작으로, 17대 때는 7489건 중 3162건(42.2%), 18대 때는 1만3913건 중 6301건(45.3%), 19대 때는 1만7822건 중 9811건(55%)이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법사위 상황은 더 심각하다. 16대 국회 때는 법사위 고유법안 216건 가운데 95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돼 44% 수준이었지만, 17대 국회에서는 623건 중 298건으로 47.8%, 18대 국회 때는 988건 중 585건으로 59.2%, 19대 국회 때는 1300건 중 901건으로 69.3%까지 늘어났다. 급기야 20대 국회 법사위에서는 고유법안 10건 중 8건 꼴로 임기만료 폐기될 처지다. 처리한 고유법안 수(법률반영 기준)만 보더라도 이번 국회 법사위는 365건으로 19대 국회 법사위(384건)에 뒤처졌다.


판결문 전면공개·세무사법 개정 등

21대 국회로

 

임기만료 폐기 예정인 법사위 고유법안 중에서는 '판결문 공개 전면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이 불발에 그쳐 법조계 안팎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민사사건 판결문 전면 공개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사사건의 경우 국민 개인정보 보호의식을 고려할 때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고 있는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최근 회의에서 미확정 판결문 공개 여부와 공개 시기·방법, 보완조치 등을 연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법률구조법 개정 논의도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상속인 결격사유에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하기 위한 민법 개정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입법도 올해 말까지 21대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법조계의 관심을 모았던 세무사법 개정도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법안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법사위로 넘어온 기획재정위 대안 내용 중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의 업무 범위에서 '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신고 확인업무'를 제외한 부분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한 관계 부처·기관 간의 이견도 조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국회 임기 내 처리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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