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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순직’ 검사 유족 돕기… 해병 전우들이 나섰다

서른다섯 젊은 나이로 세상 떠난 故 이상돈 검사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 아들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늘에서 상돈이가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요." 

 

고(故) 이상돈(변호사시험 4회·사진) 전 천안지청 검사의 어머니 유연화(60)씨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른 다섯,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군대 동기였던 해병대 초군반 137기 동기회가 매달 소정의 지원금을 전달하기로 한 다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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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의 부모는 서울 신림동에서 방앗간을 하며 두 남매를 키웠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힘들게 공부했지만 이 검사는 학창시절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능시험을 치르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며 "지금까지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큰 절을 올리고 수험장으로 향했을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일은 열정적으로 완벽하게…”

 격무도 마다 안해

 

고려대에 진학해 학군사관(ROTC) 46기로 2008년 임관해 해병대 장교로 근무할 때에는 공수훈련을 받다 착지(着地) 도중 허리를 다쳤다. 하지만 이 검사는 "사소한 일로 나라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며 국가유공자 신청도 마다하고 묵묵히 복무를 마쳤다. 

 

검사가 된 뒤에도 그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이 검사는 자신의 업무수첩에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자', '일은 열정적이며 완벽하게 하자', '생각은 바르게, 그리고 똑똑하게 하자', '감사하자, 감사하자, 그리고 겸손하자'라는 다짐을 적고 이를 마음깊이 새기며 업무에 임했다. 검찰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후배지만 선배같은 검사"였다고 말한다.


아내·세 살배기 아들, 부모 남기고

 짧은 생 마감

 

촉망받던 이 검사는 2018년 9월 7일 새벽, 자신이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사인은 심근경색. 빈틈없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쌓인 피로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그렇게 아내와 세살배기 아들, 그리고 그를 의지하던 부모를 남겨둔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흘렀지만, 부모는 아직도 아들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가정형편이 다시 어려워져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식당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이 같은 사정을 듣게 된 이 검사의 해병대 동기들은 모두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했다. 동기들은 어질고 올곧았던 이 검사를 추모하며, 비록 적은 액수지만 각자 1만~3만원씩 모아 부모님께 전달하기로 했다.


“생활 곤란” 소식 접하고

 군 동기들이 성금 모아

 

이 검사의 동기인 김민규(39·2회)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는 "이 검사는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 남다른 책임감과 따뜻한 성품으로 동기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며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어주었던 사려 깊은 행동에 지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의 해병대 전우들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된 이 검사의 부모는 그 돈을 모두 손자의 앞날을 위해 저금하기로 했다. 

 

"해병대 동기분들이 상돈이와 맺었던 인연을 잊지 않고, 큰 도움을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아빠를 일찍 여의었지만, 우리 손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은혜를 받았으니, 아빠의 성품을 닮아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