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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8. 국제거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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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제재판관할권 판단기준(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는 중국 국적으로 중국에서 사채업에 종사하다가 대한민국에서 영업을 하려고 2014년경 입국하였다. 피고들은 중국 국적의 부부로 중국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영위하다가 2013년경 입국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이 입국 전에 중국에서 500만 위안을 차용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의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입국한 이래 제주특별자치도에 거주하여 왔고 피고들의 자녀는 제주도 소재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사건 소 제기 당시를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토지, 건물과 차량, 예금채권들을 가지고 있었고, 2013년 4월 15일 투자이민제에 따라 자녀와 함께 영주권 취득의 전제가 되는 비자를 발급받았다. 피고1은 2015년 2월경, 피고2는 2013년 7월 23일 대한민국을 출국하였고 현재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1심법원은 1)당사자들 및 이 사건과 대한민국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없고, 2)민사소송법의 국내법 관할 규정을 참작해 보아도 원·피고들의 주소는 중국이며 실질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데 불구하고 단지 피고1 소유의 집행 가능한 재산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나. 판결요지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11조는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사람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재산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청구의 목적 또는 담보의 목적이나 압류할 수 있는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게 된 경위, 재산의 가액,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판결의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한다.

 

다. 해설
본 사안은 피고들의 주소가 대한민국 내에 있지 않고 원고의 청구가 피고들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사안에서도 2심 법원과 대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들 및 이 사건 소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그 근거가 된 사정은 첫째, 피고들이 대한민국에 있는 부동산과 차량을 구입하여 이를 소유·사용하고,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대한민국에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취득한 부동산에서 실제 거주하는 등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생활기반을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피고들이 중국을 떠난 뒤 대한민국에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재산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가 자신들을 상대로 대한민국에 위 소를 제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셋째, 대한민국 내에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가압류한 상황에서 청구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실익이 있다고 보았다. 넷째, 위 사건의 요증사실은 대부분 서증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고 반드시 중국 현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워 대한민국에서 소송을 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현저히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2. 영국법에 따른 의사표시 해석의 원칙(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7다224807 판결)
가. 사실관계

소외 A회사는 해상운송업자인 피고1과 사이에 화물을 말레이시아로 운송해 주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1은 위 운송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피고2와 다시 재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때 피고1과 피고2 사이의 선복확약서 본문에는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을 기재하였으나 당사자의 서명란에는 대리인 자격을 나타내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였다.

 

그런데 피고2의 채권자인 원고가 피고2와 소외 A회사가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하고 운임채권에 관하여 소외 A회사를 제3채무자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는데 동 운임에 관하여 피고1 역시 소외A 회사를 상대로 위 운임을 청구하자 소외 A는 운임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공탁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1, 피고2를 상대로 이 사건 공탁금의 출급권자가 원고 자신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용선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어서 영국법상 계약의 당사자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가가 문제되었다.

 

나. 판결요지
영국법에 의하면 법원은 당사자들이 선택한 용어의 법적 의미와 효과를 판단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 어떠한 의미로 이해할 것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하고 특히 계약의 문언이나 용어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일상적이고 자연적인 의미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용선계약서 본문에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을 기재하였으나 당사자의 서명란에 자격을 나타내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한 경우(in his own name without qualification)에는 영국법상 서명란에 이름이 기재된 자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 

 

다. 해설
제1심 및 제2심판결은 준거법에 대한 검토없이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의사표시를 해석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영국법이 준거법임을 확인하고 영국법에 따라 의사표시를 해석하면서도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선복확약서의 고객·계정란에 기재된 표현 외에는 피고1이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명백히 하는 내용이 없는 사안이었고 서명란의 기재는 본문의 내용과는 상충되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다. 대법원은 해당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함에 있어서 계약서에 이름이 기재된 당사자가 그 계약서에 서명한 방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당사자의 서명이 해당 계약을 확정 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만약 계약서에 서명하는 자가 해당 계약에 구속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그 서명에 자신의 자격을 표기하였거나 달리 자신이 직접 계약할 의사가 아님을 분명히 하였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소외 A가 피고 1에게 대리권을 위임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설시하였다. 이 판례는 영국법에 따른 의사표시해석에 관한 사건으로서 문언상 명백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반 증거에 의하여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를 찾은 실례를 볼 수 있는 판례이다.


3. 불법행위지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5다60689 판결)
가. 사실관계

운송인인 피고의 과실로 컨테이너에 설치된 봉인번호가 탈락됨으로써 이 사건 운송계약의 송하인인 A회사가 냉동 돈육을 B회사에 인도하지 못해 이를 배상하는 손해를 입었고 수하인인 B회사는 냉동 돈육이 멸실되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 보험회사인 원고가 보험계약에 따라 B회사에 손해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A회사 및 B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보유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 이면약관에서 '이 선하증권(Bill of Landing)과 관련된 모든 분쟁은 중국법에 따라 판단되고 운송인을 상대로 한 모든 분쟁은 상하이 해사법원 또는 중국 내의 다른 해사 법원의 관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화물이 화주에게 인도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가 제기되지 않는 경우 운송인은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책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내세워 1) 이 사건 소는 관할합의를 위반하여 부적법하고, 2) 제척기간을 경과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피고가 주장하는 이면약관의 존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관할에 관한 합의는 법정관할에 부가하여 관할권을 창설하는 부가적 합의라고 해석하며 대한민국 법원이 의무이행지 또는 불법행위지로서 이 사건에 대한 국제재판관할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 이면약관 5조의 제소기간 합의에 관하여 사안과 같이 재운송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준거법인 중국 해상법 제257조에 따라 제척기간을 경과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나. 판결요지
피고는 A회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자로서 이 사건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의 원본이 발행되었고 그 이면약관에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조항이 기재되어 위 운송계약에 편입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피고가 주장하는 준거법조항이 기재된 이면약관과 일체화된 이 사건 해상화물운송장 원본이 발행되어 그 이면약관의 내용이 이 사건 운송계약에 편입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에서는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곳에는 손해의 결과발생지로서 법익침해 당시 법익의 소재지도 포함된다.

 

다. 해설
대법원은 이면약관 존재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이면약관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준거법의 합의가 부존재하므로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불법행위가 행하여 진 곳의 법을 준거법으로 하여야 할 것인바, 봉인번호의 탈락이 최종 확인된 장소가 대한민국이고 이로 인해 침해된 소외 A회사의 법익 소재지도 대한민국이므로 원고가 대위하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 된다고 보고, 이 부분 청구에 관하여 제척기간을 준수하였는지를 심리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국제사법 제32조 1항은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행동지와 결과발생지가 상이한 경우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행동지는 실행행위가 행해진 곳이므로 그의 판단은 결과발생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결과발생지라 함은 보호되는 법익이 불법행위에 의하여 직접 침해된 장소, 즉 법익침해 당시 당해 법익의 소재지를 말하며 이는 손해가 발생한 장소인 손해발생지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불법행위지의 개념에 관한 과거의 대법원 판례도 당시 섭외사법 제13조 제1항 소정의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이라 함은 불법행위를 한 행동지 뿐만 아니라 손해의 결과발생지도 포함하므로 화물을 운송한 선박이 대한민국의 영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손해발생이 계속되었다면 대한민국도 손해의 결과발생지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이 경우 대한민국의 영역에 이르기 전까지 발생한 손해와 그 영역에 이른 뒤에 발생한 손해는 일련의 계속된 과실행위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통틀어 그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청구에 관하여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 한편 준거법 결정에 관한 이러한 판례들과는 달리 국재재판관할에 관한 판례에서는 침해법익의 소재지를 고려하여 법정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원에 소를 제기 당할 것임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제조업자와 그 법정지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고려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21737 판결 참조).

 


4.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준거법이 다른 경우 상계의 준거법(서울고법 2019. 5. 14. 선고 2018나2031789 판결)
가. 사실관계

소외 A사는 생체인증장치 기기 및 관련 칩 등을 제조·판매하는 일본회사이고 피고는 대한민국에서 생체인식 관련 보안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소외 A사는 피고와 사이에 기술지원 및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소외 A에 위 물품을 주문하였다. 소외 A는 피고에게 물품을 인도할 준비를 마치고 수차례 물품의 수령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에 불응하자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물품대금 미화 40만 달러 및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 소송 계속 중에 소외 A는 파산절차개시결정을 받게 되었고 원고가 파산자 A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소외 A와 피고 사이의 별개의 계약인 2015년 4월 28일자 통상실시권 설정계약 이행불능으로 인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채권'이 있음을 주장하며 이를 자동채권으로 원고의 이 사건 기술지원 및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판결요지
상계는 반대채권(자동채권)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채권(수동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효과를 가지므로 상대방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반면 양측의 준거법을 중첩적으로 적용할 경우 상계가 사실상 곤란해질 수 있고 이는 당사자들의 기대에 반하거나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응 수동채권의 준거법을 적용하여 상계 주장에 대해 판단하여야 한다.

 

다. 해설
사안에서 자동채권의 근거가 되는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에서 당사자 간에 준거법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고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제2항 제2호에 따라 특허권이나 의장권 등 권리를 이용하도록 하는 계약에 관해서는 계약체결 당시 그 권리를 이용하도록 하는 당사자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자동채권에 관하여는 위 계약상 특허권 및 의장권 보유자인 원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일본국의 법률이 준거법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해 수동채권에 관하여는 그 근거가 되는 '이 사건 기술지원 및 공급계약'에서 합의한 대로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UN협약(CISG,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s of Goods)'이 준거법이 되고 CISG에 정하지 않은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률이 적용되는데 CISG에는 상계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수동채권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률이 된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피고가 주장하는 상계항변의 기초가 되는 자동채권 및 수동채권의 준거법이 달라지게 되었는데 수동채권인 원고의 물품대금채권의 준거법인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인 사안이다. 다만 이 사안에서 일본국 법률과 대한민국 법률에 각 규정된 상계의 요건·방법·효과 등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결론에는 영향이 없었다.

 

상계의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준거법이 다른 경우 상계의 준거법에 관하여 1) 양 채권의 준거법을 누적적용한다는 견해, 2) 수동채권의 준거법을 적용한다는 견해 등이 있는데 해당판결에서는 수동채권의 준거법을 적용한다는 견해에 따랐다. 수동채권의 준거법을 따르게 되는 경우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채권을 상실하게 되는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누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느냐에 따라 상계의 준거법이 달라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즉 상계의 효력에 관하여 한국법과 독일법은 상계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반면 영국 보통법은 상계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데 이러한 경우 누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느냐에 따라 수동채권의 준거법이 달라져 소송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5. 중국판결의 승인 집행 관련 상호보증의 존재(대구고법 2019. 7. 12. 선고 2018나23101 판결)
가. 사실관계

한국인인 원·피고 사이의 중국 북경시 조양구 인민법원(中和人民共和國 北京市 朝陽區 人民法院) (2013)조민초자 제07473호(朝民初字第07473号) 사건에 관하여 같은 법원이 2016년 7월 28일 선고한 판결에 기초한 인민폐 270만 위안의 지급의 강제집행 허가를 구한 사안이다.

 

나. 판결요지
중국의 외국판결 승인요건이 민사소송법이 정한 그것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으므로 중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종류의 판결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민사소송법 제1항 제4호의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본 사례이다.

 

대상판결은 호혜원칙에 따라 외국판결을 승인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중국 민사소송법 제281조와 제282조를 그 근거로 하고 더 나아가 1)대한민국 법원이 중국 산동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 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하여 서울지방법원에 다시 제기한 소를 기각한 사례, 2)대법원과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사이에 '양국 대법원은 민사 또는 상사사건에 관한 상대국 법원 판결의 승인 및 집행이 각 국의 법률에 따라 원만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대한민국 대법원과 중화인민공화국 최고인민법원 간의 사법 교류 및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2016년 6월 14일 체결한 사실, 3)우리나라 국민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에 수원지방법원판결의 승인과 집행력 부여를 청구한 데 대하여 위 중급인민법원은 2019년 3월 25일 '과거 한국 법원이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문의 효력을 인정했다. 호혜원칙에 따라 한국 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도 효력에 대한 인정과 집행의 조건에 부합되고, 한국 법원이 이 사건의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에 대해 내린 판결 내용도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 또는 국가주권, 안전, 사회공공이익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원지법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판결을 한 사실을 인정하며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해설
종래 한국과 중국 간에 외국판결 승인 집행을 위한 상호보증이 있느냐에 관하여 견해가 갈려져 있었다. 이 사건 판결은 상호보증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시하였고 당사자들 사이에 확정되었다.

 

중국 민사소송법 제282조는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과 국가주권, 안전, 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승인과 집행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 집행이 거부된 사례도 있으나 본 판결은 당해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같은 종류의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다2295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했다. 중국의 외국 판결 승인요건이 민사소송법이 정한 그것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으므로 중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종류의 판결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중국과의 상호보증 요건 충족 여부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법 2019. 10. 23. 선고 2019가합503660 판결에서는 영국 법원이 우리나라의 동종 재판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며 영국 법원에서 내려진 확정판결이 우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4호의 '상호보증'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 외에도 과거 하급심판결은 캐나다 알버트주, 아르헨티나, 홍콩과 한국 사이에 상호보증의 존재를 긍정한 바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주와의 상호보증은 대법원판결에 의하여도 확인된 바 있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다22952 판결).

 

 

윤병철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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