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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형집행업무’ 추가해야”

권익위, ‘청탁금지법 쟁점해소’ 연구용역 보고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수용·처우·가석방 등에서의 부정한 청탁'을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형집행업무 과정에서 교도관들이 부정청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행 청탁금지법 제5조 1항 14호의 '사건의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화해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에 교정시설에서의 수용 관련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나와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대상 직무를 확대하기 위한 대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에서 이 같은 주장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단국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김래영 교수)은 최근 권익위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제출한 '청탁금지법 쟁점 해소를 통한 해석기준 명확화 연구' 보고서에서 "법 개정을 통해 형집행업무를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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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 제5조 1항은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 관련 직무 등 부패가 빈발하는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 유형을 14가지로 구체화해 열거하고 있다.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권한을 벗어나 행사하도록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된다.

 

그러나 교도관의 교정·교화 업무나 학위 취득, 인턴 채용 등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인데도 현행법상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교도관의 교정 업무,

학위취득·인턴채용 공직자 등

부정청탁 받을 수 있는 분야지만

현행법상 해당 안돼

 

지난 2016~2017년 교도관 정모씨는 투자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김모씨가 '배우자와 연락을 하고 싶은데 대신 전화를 해 달라. 나중에 교도소를 나가 감사인사를 하겠다'는 부탁을 하자 3개월 간 모두 155차례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로 김씨 부인에게 대신 연락해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및 부정처사후수뢰 등)로 기소됐다. 김씨는 정씨를 통해 보석 결정 관련 진행 상황부터 증인 불출석, 증언 방향 종용 등 재판 관련 내용은 물론 회사 운영 지침까지 자신의 부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김씨로부터 임원 영입과 함께 매월 세후 1000만원의 급여와 고급 차량, 오피스텔,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지분 50% 제공 등을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9월 정씨를 재판한 대전지법은 "수용자의 지도, 처우 및 계호 과정에서 특정 수용자와 그의 가족의 연락을 주선해 주는 행위는 청탁금지법 제5조 1항 14조의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화해 업무와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교도관이 수용자와 외부의 연락을 주선하는 행위가 청탁금지법상의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화해 업무에 준하는 업무를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로 보아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며 정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합125). 다만,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18년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보고서는 이 판결와 관련해 "청탁금지법 제5조 1항 각호의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업무는 제한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해석해야 함을 전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청탁금지법의 해석자가 견지해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첫 판례로서, 향후 유사 사례에 관한 법률해석에 있어서도 명확한 전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찬성론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판결에 대한 찬반이나 학문적 비판은 차치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마당에 이와 달리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형집행업무를 부정청탁의 대상직무에 포함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청탁내용 특정 않은 묵시적 청탁도

부정청탁에 해당

 

실제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교정시설에서 교도 관련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추가하기 위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에서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이후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제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인지 단순한 부탁·질의인지는 청탁을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비춰 청탁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되,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판단한다"며 "청탁의 내용을 특정하지 않은 이른바 '묵시적 청탁'도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잘 봐달라고 하거나 심사기준을 유리하게 변경해 달라거나, 소관 부서가 아닌 곳에 절차를 알아봐달라고 하는 행위 등은 모두 묵시적 청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부정청탁 대상 직무 중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부과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감경·면제하도록 하는 행위(법 제5조 1항 2호)'에 행정처분이나 형벌의 가중을 부정청탁하는 경우를 포섭하기 위한 입법도 필요하다고 봤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이해관계인이 법령을 위반해 처분이나 형벌부과를 가중해 다른 사람을 오히려 무겁게 처리해 달라고 청탁한 경우에는 현행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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