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의날 특집

[법의날 특집] 과다한 수임료·불명확한 ‘타임차지’ 기준에는 불만

본보·사내변호사회·IHCF 공동 ‘로펌평가’ 조사 분석

'전국 사내변호사 대상 2020년 대한민국 로펌 평가'에서 사내변호사들은 '국내 로펌의 서비스와 관련해 불만인 점,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묻는 질문에 590여개의 상세한 답변을 제공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여러 분야에 걸쳐 골고루 나왔는데, 이 가운데 수임료 관련 문제가 가장 많았다. 국내 대형로펌의 수임료 수준을 묻는 질문에 1846명 중 358명(19%)이 '매우 비싸다', 920명(50%)이 '조금 비싸다'고 답해 모두 69%에 달하는 사내변호사들이 수임료가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본보는 로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내변호사들이 익명으로 제기한 의견 중 의미 있는 내용을 정리했다.

 

161131.jpg

 

◇ 불투명한 '타임차지'… 합리적 기준 마련 필요 = 사내변호사들이 지적한 '과다 수임료' 문제 가운데에는 '타임차지(Time Charge)' 기준의 불명확성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내변호사들은 불필요한 인원이 자문·소송에 참여하는 것과 학습·교육 시간 등 기본적인 요소까지 요금으로 청구되는 사례가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사내변호사는 "타임차지로 진행하는 자문 건에 역할이 불분명한 고문·전문위원이 너무 많이 참여해 비용이 과다하게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내변호사는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내기 위해 연구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청구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저년차 변호사에 대한 교육이나 어쏘변호사들의 시행착오, 수련과정에 들어간 비용까지 청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저년차 변호사의 트레이닝 비용까지 고객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문에 불필요한 인원 참여

 기본 사안도 요금 청구

 

사내변호사들은 로펌들이 최적화된 팀 구성을 제안하고 합리적인 타임차지 기준을 마련해 고객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내변호사는 기업 내에서 법률사무에 관한 '빌링 매니지먼트(Billing Management)'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합리적인 비용 책정 기준이 전제돼야 로펌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에 밀착될 수 있다는 취지다. 

 

한 사내변호사는 "사내변호사도 결국 기업의 일원이며 보고라인 등 직제에 속한 직원"이라며 "경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월(月)자문을 받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임원진을 설득해야 하는데 불투명한 타임차지 기준이 이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간단하게 자문하고 끝낼 수 있는 사건인데도, 로펌들이 과다하게 많은 전문가를 투입해 새로운 팀을 꾸릴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접근한다"며 "사건에 맞는 '적정규모'의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또 관련된 파생 이슈까지 모두 검토를 원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팀을 구성해야 고객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 '솔루션 제시' 미흡, 기업실무 이해 높여야 = 사내변호사들은 기업의 경영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문의견을 받을 때 가장 답답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원론적이거나 단편적인 의견 제시 △기업 내부 의사 소통, 판단 구조에 대한 이해부족 △개별산업·특수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 △솔루션 제공능력 미흡 등이 거론됐다. 

 

한 사내변호사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은 기업 의사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로펌이 각 기업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용가능한 대안을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경영 판단 도움 안 되는

의견 받았을 때 가장 답답

 

다른 사내변호사는 "법조항을 몰라서 자문을 맡기는 게 아닌데, 피상적인 판례 결론에 의존하거나 단순한 법령 해석에 그치는 의견을 받을 때가 있다"며 "기업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찰력 있는 자문을 제공받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기업의 니즈(needs)를 파악하지 못하고 학술적 분석에 그치는 의견을 줄 때 답답함을 느낀다", "어떤 사안에 대해 기업에서 왜 로펌에 질의했는지 한 번 더 고민한 다음 의견서를 줬으면 좋겠다", "일부 파트너 변호사의 경우 어쏘변호사의 의견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발송하는 경우가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전문성과 경험이 검증된 경력있는 변호사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 '내부 협업' 강화해 풍부한 인적자원 활용을 =로펌 내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로펌이라도 팀에 따라 실력 편차가 크게 나타나거나, 내부 협업이 잘 안 된다고 느낄 때 해당 로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사내변호사는 "모 로펌으로부터 인사관리(HR)에 관한 자문을 받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아 (해당 로펌에) 다른 분야 소송을 맡긴 적이 있다. 그런데 사건 수임 이후부터 담당 파트너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으며, 미팅 중간에 들어와 인사만 하고 나가는 등 불성실하게 일하는 태도를 보여 크게 실망했다"며 "같은 로펌이라도 법률서비스 수준이 균질하지 않고, 격차가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다른 사내변호사는 "최적의 전문가들로 팀을 꾸리기 보다는 파트너 입장에서 자기가 부리기 쉬운 사람들로만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며 "종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로펌 내 개별 팀과 파트너 간에 벽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했다.


같은 로펌이라도

법률서비스에 격차 느낄 때는 실망

 

로펌 내의 복잡한 의사소통 구조 때문에 대형로펌의 강점인 풍부한 인적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다른 사내변호사는 "팀 구성을 수임 변호사 네트워크에 의존하다보니 대형로펌 내 충분한 인력 풀(pool)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변호사 수만 많았지, 실제로는 중소형 로펌이나 다름없어 부띠크 로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이가 없을 때도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로펌 내 한국변호사와 외국변호사 간 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국문 자문내용과 영문 자문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서로간의 소통·멘토링을 강화하는 등 지분 파트너 중심의 고착화된 구조를 넘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