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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찰 허용여부와 원격진료의 향방

[ 2020.04.20. ] 


최근 대법원은 의사가 대면진찰 없이 간호사에게 전화로 ‘전에 처방한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처방전을 발행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하여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그러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 파기환송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20.1.9. 선고 2019두50014 판결).


의사 甲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없는 상태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 乙에게 지시하여 丙 등 3명에게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조이 처방전을 발행한 사실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사 등만이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하고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는 규정) 위반죄가 인정되어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확정되었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은 ‘위 위반행위는 의사 甲이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 乙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이어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의료행위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의사 甲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을 명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의사가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의 적법성에 대하여 다툰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9일, 직접 진찰 등을 하지 않은 의사 등에 의한 처방전 등 작성·교부의 금지에 관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과 무면허 의료행위의 금지에 관한 같은 법 제27조 제1항은 입법 목적,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별개의 구성요건이므로, 위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 파기환송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두50014 판결).


현행 의료법은 보건복지부장관에 의하여 면허된 범위 내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만을 허용합니다(의료법 제27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자는 의료법위반죄(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제2호) 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죄(「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제5조)의 죄책을 부담할 수 있고,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므로,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시하여 이른바 ‘전화 진찰’ 사안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13.4.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은 판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일반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코로나 3법’ 개정으로 최근 의료법이 개정되었으나(법률 제17069호, 2020. 3. 4. 일부 개정) 개정법에서도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가 강화되었을 뿐 원격의료에 관한 내용이 개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정부의 시범사업이나 메르스,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도·명령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 현행「의료법」및「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상 허용되는 원격의료의 형태는 여전히 아래 두 경우만 가능합니다.


1. [의료인-의료인 원격의료]

원격지 의료인(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이 환자소재지 의료인(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여야 하고, 원격진료실 기타 서버 등 장비를 갖추어서 하는 것(의료법 제34조, 의료법 시행규칙 제29조, 제63조 제1항)


2. [의료인-국외 의료인 원격의료]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소속자인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국외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지원, 환자의 건강 또는 질병에 대한 상담·교육을 하는 것(의료해외진출법 제16조 제1항)


요컨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처방전의 내용을 의사가 결정한 이상 전화로 지시를 받아 처방전을 발급한 간호조무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아 의료법 제17조 제1항과 제27조 제1항은 별개의 규정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의 필요성, 허용범위에 대한 논의는 기존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승수 변호사 (sschoi@jipyong.com)

이태현 변호사 (thlee@jipyong.com)

이예솔 변호사 (yslee@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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