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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 인수 어떡해”… 고민 깊은 ‘HDC현산’

‘코로나 여파’ 항공사 실적 90% 이상 급강하로 '최악상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가간 이동이 제한돼 여행객 등이 크게 줄면서 항공·운송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현산 컨소시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항공사의 여객 운항 실적이 90%이상 급감하면서 이미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타격을 입은데다, 팬데믹(pandemic)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완전한 수요 회복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공권 판매 부진 등의 사유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5~6월 'ABS 뇌관'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겹겹이 쌓인 악재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화케미칼이 이행보증금 일부를 몰취당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의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현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건을 단선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우며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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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활주로에 아시아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초 국내 항공사의 여객 운송률은 전년대비 90% 이상 줄었다.

 

◇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 "발빼기 쉽지 않아" = 2008년 한화케미칼은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워크아웃 절차 중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50.37%를 6조 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맺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납입했다. 그러나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이 결렬됐고, 이듬해 1월 산은과 자산관리공사는 한화가 납부한 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몰취하겠다고 통보했다. 한화 측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방해 등으로 확인실사를 하지 못해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이행보증금 몰취 등을 규정한 양해각서 조항을 근거로 산은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양해각서의 몰취규정이 민법 제398조 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며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결국 한화는 파기환송심에서 이행보증금 일부를 감액받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팬데믹 사태 진정 되더라도

수요회복까지 오랜 시간 필요

 

그런데 HDC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나 항공의 소유주인 금호산업과 본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매매계약(Share Purchase Agreement, SPA)까지 체결한 상태다. 양해각서 단계에서 이행보증금만 포기하면 발을 뺄 수 있었던 한화와 달리 HDC는 쉽사리 해제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또 적지 않은 M&A 계약에서 계약금을 포기하면 매수인의 해제권을 인정하는 민법 제565조를 배제하는 특약을 두고 있는 만큼, HDC와의 계약에도 이러한 조건이 설정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건은 본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양해각서 교환단계에서 엎어졌기 때문에 소송에서도 이행보증금의 법적 성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었다"면서 "주식양수도방식의 M&A에서 본계약이라고 볼 수 있는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 HDC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아시아나 인수 절차를 중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한 상태

 중도포기하기 쉽지 않아

 

◇ 'MAC 조항' 인정 여부가 관건 = 인수합병 절차에서 '중대한 부정적인 변경(Material Adverse Change, MAC)'이 인정되면 해제권 주장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MAC은 '어떠한 사건 또는 변경이 특정 사람·기업의 자산, 권리, 운영, 재정 사태에 중대하게 부정적이거나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로 정의되는데, M&A 계약에서는 양수인을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로 활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HDC와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항공과 계열사의 사업, 자산, 부채, 기업가치, 재무상태 또는 영업 상태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 또는 변경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일체의 사건, 사유, 사정 등'이 발생하는 경우 MAC을 인정하는 조항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조항을 근거로 HDC가 계약 해제를 주장한다면 '중대한 부정적 변경'이 인정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기준을 어떻게 제시할지 여부가 과제로 남는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객관적인 지표에서 상당한 수준의 하락이 발생했고,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당사자에게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물론 '상당한 수준'이나 '현저한 불공정'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원과 중재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중대한 부정적 변경’

MAC조항 인정여부에 주목

 

다만, MAC 조항을 근거로 한 해제 주장을 법원에서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만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중대한 부정적 변경'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항공업 내에서도 화물 운송 영역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은데다, 확산이 잦아들어 여객수요가 완만히 회복되기 시작하면 '중대한 부정적 변경'까지는 인정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매출의 90%가 감소하고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정부 지원 없이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처럼 심대한 타격을 받은 경우에도 MAC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중대한 부정적 변경'이 적용되는 상황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MAC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하급심 판결 등을 볼 때 법원은 MAC의 인정 여부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당사자들이 '(인수) 대상회사의 총자산 10% 이상 감소와 총부채의 10% 이상 증가'를 중대한 부정적 변경으로 규정한 양해각서 조항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사업수행 과정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부채 증가를 '중대한 부정적 변화'로 인정할 수 없다"며 효력을 부인한 바 있다(2011나21169).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