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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우리 민법상 채권자취소권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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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익권과 타익권의 어색한 동거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의 사해행위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던 채권자가 '자기채권의 범위 내에서' 문제된 사해행위의 효력을 취소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채권자취소권은 개별 채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권(私權)이자 자익권(自益權)이다. 그런데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효력은 채무자의 모든 채권자들에게 미친다(민법 제407조). 이러한 점에서 채권자취소권은 일정한 범위로 제한된 타인들의 이익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타익권, 他益權)이기도 하다. 다만, 원상회복의 목적물이 금전인 경우 취소채권자는 채무자를 대신해서 수익자로부터 해당 금전을 수령한 뒤 취소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채권을 자동채권, 채무자의 취소채권자에 대한 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함으로써 원상회복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누릴 수 있다. 이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타익권으로서의 성격은 사라지고 다시 자익권으로서의 성격이 전면에 드러난다.


이처럼 자익권과 타익권의 성격을 겸유하고 있는 채권자취소권에 대해서는 종래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① 원상회복의 대상이 부동산인 경우와 금전인 경우를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의 효력이 모든 채권자들에게 미치고 후자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의 효력이 취소채권자에게만 미친다고 보는 것은 민법 제407조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그와 같이 볼 합리적 이유도 없다. ② 다른 채권자들이 배당참가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도 취소채권자로서는 자기채권의 범위를 넘어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통설 및 판례는 채권자취소 및 원상회복의 범위를 피보전채권의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보고 있는데, 채권자취소권이 타익권으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원칙을 묵수(墨守)할 이유가 없다. ③ 채권자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효력이 모든 채권자들에게 미친다면 채권자취소소송의 소송비용은 원상회복의 효력을 누리는 채권자들이 일종의 공익비용으로서 함께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원상회복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시 채권자취소소송의 소송비용을 근저당권자나 수익자에 대한 압류채권자보다 후순위이지만 채무자에 대한 일반채권자들보다 선순위로 배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거법률이 없는 이상 해석론으로 이러한 형태의 우선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위 ① 내지 ③의 문제는 입법을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상환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③의 해결).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으로 채무를 완전히 변제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자기 채권액을 넘어서도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②의 해결). 이는 자익권과 타익권의 병존을 인정하는 현재 채권자취소권의 기본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대가는 부담하지 않으면서 채권자취소권 행사로 인한 이득은 누리는 무임승차 또는 어부지리 문제를 막기 위해 채권자취소권을 오로지 자익권으로 구성함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①의 해결). 채권자취소권을 오로지 자익권으로 보면 위 ②, ③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자기채권 만족을 위해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서 원상회복된 재산에 대하여 독점적 채권만족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취소채권자가 수익자에 대하여 직접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 사해행위 취소의 효력은 취소채권자와 수익자 사이에서만 미친다는 상대적 효력설과도 부합한다. 채권자취소권을 자익권으로 보면 복수의 취소채권자들이 각자 별개의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함으로 인해 소송비용 중복이 문제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인 채권자취소소송에 대하여 다른 일반채권자가 공동소송참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퀘벡주 민법 제1636조 참조). 이들은 강제집행에 있어 동순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취소채권자가 채권자취소소송에 따른 강제집행을 통해 채권만족을 얻은 경우 나중에 채무자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취소채권자가 채권만족을 얻은 부분은 원칙적으로 편파행위 위기부인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취소채권자의 노력에 대한 대가는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자의 악성(惡性)이 높지 않은 편파행위가 평시(平時) 편파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면, 수익자의 안분변제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취소채권자와 수익자가 안분하여 채권만족을 누리는 것이 공평할 수 있고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는 취소채권자와 수익자의 평시 채권만족을 편파행위 위기부인으로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공평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편파행위 취소의 요건 및 효과'와 관련하여 향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2. 교환형 거래에 있어 사해성 판단기준 및 사해행위 취소의 효과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66. 10. 4. 선고 66다1535 판결 등). 또한 판례는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이 아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그 매각이 일부 채권자에 대한 정당한 변제에 충당하기 위하여 상당한 가격으로 이루어졌든가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고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추정된다고 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7252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41850 판결). 그런데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보완 또는 수정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교환형 거래를 무리하게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삼으면 효율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고 무자력인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서 부동산을 '시가'로 매각한 경우라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은닉·증여, 기타 비생산적 용도에 사용할 것임을 수익자가 거래 당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사해행위 취소를 허용해야 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가족이나 친인척 등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면 거래구조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사해행위 취소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착하지만 어리숙한 매수인은 보호되지 못하고 나쁘지만 주도면밀한 매수인은 보호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론으로는 취소채권자가 수익자의 악의를 증명하도록 규정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법 하에서도 법원이 수익자의 증명부담을 낮춰줌으로써 정상적인 교환형 거래가 부당하게 취소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사료된다.

 

교환형 거래의 사해성이 인정되어 채권자취소가 이루어진 경우 수익자의 채무자에 대한 원상회복채권(교환형 거래에 따라 수익자가 채무자에게 급부한 원물 또는 그 가액의 반환청구권)은 어떻게 관철되는가? 판례는 이를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보고 이러한 채권은 사해행위 이후 취득한 채권이므로 원상회복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에서 수익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14975 판결). 그런데 이는 사안을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① 시가 100의 부동산을 30에 염가매각한 것이 사해행위라면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통해 채무자의 책임재산은 70까지만 확충되어야 한다. 100이 회복된다면 원상회복의 효력이 미치는 채권자들 입장에서 이 중 30은 망외의 이득이고 수익자 입장에서 30의 손실은 정당화될 수 없다. 수익자가 위 부동산을 반환하여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는 경우 수익자의 30의 원상회복채권은 취소채권자를 비롯한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해야 한다(개별우선특권). 수익자에게 원상회복으로 가액반환을 명한다면 70의 반환을 명해야 한다. ② 만약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채무자가 매매대금 30을 수령하여 이를 은닉·증여할 것이라는 사정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 교환형 거래의 사해성은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의 시가 100 전체에 대하여 인정된다. 이 경우 원상회복되는 매매목적물에 대하여 수익자의 개별우선특권은 인정될 수 없다. 원상회복된 목적물에 대하여 취소채권자의 채권이 수익자의 원상회복채권보다 우선권을 누려야 한다. 수익자에게 가액반환을 명한다면 100의 반환을 명해야 하고 30의 원상회복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수익자의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책임재산을 염가매각한 경우 이러한 사정을 안 매수인(수익자)으로서는 채무자가 매각대금을 은닉·증여하는 등 비생산적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점도 알았다고 추정할 수 있을까? 채무자와 수익자가 친족관계 등 가까운 관계가 아닌 이상 그러한 추정은 하지 않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사료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현금유동성 확보가 시급하여 자기 재산을 염가매각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이를 매수한 수익자가 '벌'을 받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최준규 교수 (서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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