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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발판 마련

‘특금법’ 개정… “경제적 가치 지난 전자증표”로 정의

3월 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2021년 3월 시행)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상자산(VA)'과 '가상자산 사업자(VASP)'에 관한 법적 불명확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법 체계에서는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을 포섭할 수 있는 뚜렷한 법적 정의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조치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Aanti-Money Laundering system, 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 의무 등을 부과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증표'로 가상자산을 정의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이뤄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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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설립 요건과 금융당국의 감독·통제 강화 등의 내용도 담겨 있어, 사업자 규모에 따른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구비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을 요건으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한 영업신고 수리를 명문화했다. 자기완결적 신고가 아닌 '수리를 요하는 신고' 를 택함으로서 사실상 허가제에 가깝게 운영된다. 

 

‘가상자산 사업자’ 설립 요건,

감독·통제 내용도 담겨

 

현재 시중은행과 입출금계정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중소형 거래소는 반 법인계좌를 발급 받은 뒤 그 아래에 여러 명의 개인계좌를 두는 이른바'벌집계좌'를 운영해 왔다. 이러한 거래소는 추후 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도 이번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에 따른 '자금세탁방지 강화 의무'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기존 '벌집계좌 운영자'에 대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ISMS 요건도 만만치 않다. 인증을 받는데만 통상 1년이상 걸리는데다, 시스템 구축과 관리에 매년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중소형 사업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결국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 거래소로 흡수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자, 사실상 허가제로

 규모 따라 희비 엇갈릴 듯

 

박주현(41·변호사시험 2회)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는 "이미 물적·인적 인프라를 갖춘 대형거래소가 기술력이 부족한 영세한 거래소를 인수합병할 유인이 없다"며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규율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 강화 조치에 따라 이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범위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에 위임돼 있는데, 만일 현금을 다루지 않는 가상자산 사업자(예치 서비스 제공업체 등)도 규제 범위에 포함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보유해야 한다면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직 시행령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법 적용을 받는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가 넓어질 경우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확인 계좌 보유만으로도 투명성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다른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일견 불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오훈 객원기자(변호사·ohkwo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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