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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변호사회

"상급자 지시 따른 하급 공무원은 직권남용죄 면책해야"

서울변회, '직권남용죄 적용 한계와 바람직한 적용 방안' 심포지엄

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기소할 때는 상급자의 지시가 명백한 불법이 아닌 한 지시를 따른 하급자를 면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법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시를 따른 하급자를 무차별 수사·기소하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무가 있는 하급자는 딜레마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16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직권남용죄 적용한계와 바람직한 적용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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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적용과 입증이 어려워 사실상 '잠든 범죄'였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크게 증가했다"며 "직권남용죄가 정치보복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라는 보호법익이 충분히 관철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심포지엄 개최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어질 국정농단 사건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선고가 이루어질지 법조인들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완규(59·23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직권남용죄 성립요건과 기관 내부 지휘관계에서의 적용범위'를,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가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국군기무사령부의 사이버 댓글 의혹 사건, 세월호 관련 의혹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기관 내부의 지휘관계에 초점을 맞춰 직권남용죄 적용범위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적 지시복종관계에 있는 관청과 보조기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권남용 문제는 지시권 남용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며 "법령상 보조기관인 공무원에게 고유한 권한이 부여된 경우가 아니라면 (지시를 받은 공무원이) 해당 직무에 관한 법률상 권한자가 아니므로, 공무원을 별도로 직권행사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해당할 권리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피지시권자는 면책된다는 법리를 엄격히 적용해 공무원의 직무수행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문언에서 '남용'의 해석 기준이 모호해 판단자의 자의가 개입하기 쉽고, '직권'과 '의무'의 개념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소된 사건에서 검찰이 지시권자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면서 피지시권자를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기소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지시권자와 피지시권자를 직권남용의 공범으로 기소한 사례도 있다"며 "검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피지시권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공범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형법이 검사에게 이처럼 광범위한 재량권을 준 것인지 의문"이라며 "직권남용죄에서 죄형법정주의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행정권력이 각부 장관의 지휘체계 안에 들어오게 구성함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구현하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공무원을 직권남용죄로 기소하는 사례가 늘어나) 피지시자가 함부로 지시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하면서 지시에 따르지 않으려 한다면 이같은 책임구조를 훼손하고 국가권력의 집행가능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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