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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새 사외이사’ 187명 중 법조인 12.8%

개정 상법 시행령 시행… 사외이사 대거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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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이 올 1월 시행된 후 각 기업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이 줄을 이은 가운데 새로 선임된 100대 기업 사외이사 187명 중 법조인 비율은 12.8%인 2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가 시가총액 상위 국내 100대 기업(한국거래소 4월 공시 기준)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사외이사 현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 신규 선임된 법조인 사외이사는 13명, 재선임 된 법조인 사외이사는 1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조성욱(58·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LG(신규선임)와 쌍용양회(재선임) 두 곳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법조인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59.08세이다. 최고령은 한온시스템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김도언(80·고시 16회) 변호사이고, 최연소는 SK하이닉스에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된 한애라(48·27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다. 남성이 20명, 여성이 4명으로 남성 비율이 여성의 5배에 달했다.


최고령 80세 김도언 변호사

최연소 48세 한애라 교수

 

◇ 이사회 독립성 강화 취지… '친여 편중 우려' 법조인은 해당 없어 =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과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사외이사는 비상근이사로서,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서 장기간 재직하는 사외이사가 점점 늘면서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장회사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상법 시행령 제34조 5항은 △특정 회사의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기존 2년)이 되지 않은 자는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고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신규 13명·재선임 12명

 조성욱 화우대표 2곳 겸직 

 

법무부는 개정 상법 시행령 시행 때 사외이사 대거 교체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시행 시기를 1년 늦추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당정 협의 끝에 무산됐다. 이에 상장사들은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조건에 맞는 사외이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친여(親與)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지만 법조인 사외이사 중에서는 그 같은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대기업 사내변호사는 "주주 및 투자자의 모니터링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사(私)기업에서는 공기업과 달리 정치권의 입김을 받은 '낙하산' 사외이사가 꽂히기 힘든 구조"라며 "기업에서는 정치와 관련된 리스크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특정 성향을 갖춘 인사는 처음부터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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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관 선호 기류 여전 = 사외이사 선임 때 전관(前官) 선호 경향은 여전했다. 올해 선임된 법조인 사외이사 24명 중 전관 출신은 21명으로, 무려 85.7%에 달했다. 판사 출신 9명, 검사 출신 12명으로 검사 출신 사외이사가 선임·재선임된 경우가 더 많았다.

 

제37대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65·11기) 변호사는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에 재선임됐으며, 제38대 검찰총장인 한상대(61·13기) 변호사는 CJ ENM의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서울동부지검장과 법제처장을 지낸 이재원(62·14기) 율촌 변호사는 롯데쇼핑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낸 이창세(58·15기) 동인 변호사는 씨젠 신규 사외이사로, 법무부 차관과 수원고검장 등을 지낸 이금로(55·20기)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는 롯데케미칼 신규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남성이 20명 여성의 5배

 ‘낙하산 인사’ 징후 안보여

 

법원 출신으로는 롯데지주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권오곤(67·사법연수원 9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법연구소 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고등부장판사 출신으로 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을 거쳐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의정부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이동명(63·11기)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는 한진칼 사외이사로, 부장판사 출신으로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조현욱(54·19기) 변호사는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밖에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와 부천지청 검사를 지낸 최윤희(56·20기)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한진칼 신규 사외이사로, 서울지법 판사를 지낸 홍대식(55·22기)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현대건설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전관 선호 경향에 대해서는 '전관예우를 노린 꼼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성'과 '경험'을 높게 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기업법학회장인 안성포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회사가 송사(訟事)에 휘말렸을 때 전관 출신 사외이사들이 은밀하게 활약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는 색안경을 낀 시각일 뿐"이라며 "회사는 경영 판단을 할 때 실정법 위반을 포함한 여러 가지 리스크를 검토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 판·검사로 활동하면서 경력을 쌓은 법조인들일수록 그 능력이 검증됐다고 보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 선호 경향 여전

 24명 중 21명이 판·검사 출신

 

◇ 법학자, 로펌 고문 등 전문가 그룹도 약진 = 법조인은 아니지만 로스쿨 교수 등 법학자들과 대형로펌에서 고문으로 활약하는 전문가 그룹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신규 선임·재선임된 로스쿨 교수와 법무법인 소속 고문 등 비법조인 전문가 그룹은 15명이다.

 

외국변호사(미국) 출신으로 하나금융지주, 한국씨티은행 등에서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 활약한 김유니스경희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다. 박동진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유한양행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로스쿨 교수·실무에 밝은

‘금융전문가’ 그룹도 약진

 

법무법인 소속 고문 중에서는 금융기관 등에서 오랫동안 실무 능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대거 유입됐다.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석동 지평 고문은 한진칼 사외이사로,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정중원 태평양 고문은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금융연수원장을 지낸 이장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롯데지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SC제일은행 부행장 출신의 제니스리 김앤장 고문은 삼성물산과 에스오일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한 외국계 기업 준법경영실 관계자는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는 관행적으로 전문분야에 따른 쿼터를 두고 있는데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법률전문가와 금융전문가"라며 "재무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기 때문에 숙련된 기업금융 전문가가 각광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컨플릭트(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실무에 정통한 금융전문가들이 대부분 대형로펌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선임 때 이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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