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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법

[영화 속의 법] 세계 최대 화학기업 상대 변호사의 진실 찾기 ‘다크 워터스’

키우던 젖소 떼죽음 당한 농부, 변호사 찾아와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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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개봉한 영화 '다크워터스'는 변호사가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건의 진상을 보고, 방대한 기록을 정리하고, 하염없이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들은 변호사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다크워터스'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듀폰사의 악몽으로 불리는 하나의 소송사건에 기반한다. 1998년 대형로펌 태프트 소속 변호사인 롭 빌럿에게 한 농부가 찾아온다. 그는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기르는 자신의 젖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며, 막무가내로 직접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안겨준다. 그곳은 듀폰사의 쓰레기매립지가 들어선 인근 지역이다.


주고 간 비디오 테이프 보다

젖소 등 이상 현상 발견 


롭은 농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답사를 나가보지만, 별 일 아닐 것이라 넘겨짚는다. 그런 롭을 일깨우는 것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기는 했냐"는 농부의 일침이다. 롭은 집에서 찬찬히 비디오를 살펴보며 젖소의 몸에 생겨난 암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개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다시 방문한 현장에서 그는 화학물질에 중독돼 까맣게 변해버린 어린아이의 치아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기이한 모습에 눈을 뜬다.

 

사건을 맡기로 결심한 롭은 듀폰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다. 그런 그가 마주하는 것은 방 하나를 가득 메울 만큼 방대한 양의 자료들이다. 듀폰사는 자료에 질려 그가 스스로 포기하길 바란 것이다. 그러나 롭은 자료들을 하나씩 꺼내 연대순으로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한다.


회사 찾아가 요구한 자료 분석

유독물질 제조 확인

 

자료들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마침내 그는 듀폰사가 유독물질인 'PFOA(과불화옥탄산)'을 이용해 프라이팬 등 제품들을 만들어왔음을 알게된다. 듀폰사는 PFOA의 위험을 알고도 폐기물을 무단 방류했으며 공장 직원들은 암 발병과 돌연사, 기형아 출산 등을 겪었다. 롭은 조정 과정에서 이 자료들을 하나하나 듀폰사에 제시한다.

 

그런 롭이 다시 마주하는 것은 주변의 따가운 눈총이다. 로펌 동료들은 롭에게 튀고 싶어서 사건을 맡은 것이 아니냐고 핀잔을 준다. 이때 그를 돕기 위해 나선 이는 평소 롭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선임 변호사다. 그는 롭의 동료에게 "기록을 보기는 했느냐"고 되물으며 "기업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분노한다. 이 영화는 상영 내내 끊임없이 '정말로 보았냐'는 질문을 곱씹는다. 이것은 한 명의 변호사를 진실로 이끄는 명제이자 영화가 관객과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한 변호사가 끈질기게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마침내 사건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분노한 주민 6만 9000명이 혈액 검사에 나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롭은 다시 시간의 벽에 부딪힌다. 방대한 혈액 데이터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7년의 시간이 걸린다. 의뢰인이 떨어져나가고 진의를 의심받는 환경 속에서 롭은 종종 몸을 떤다.

 

그리고 마지막에 영화는 이 사건의 소송은 일단락 지어졌으나, 관련 사건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주연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영화에서 헐크로 등장한 배우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위기 상황에서 초인적 힘을 내는 영웅이 없다. 대신 온 몸으로 감지한 진실을 법적인 결과로 도출하기 위해 신음하고 쓰러지는 한 명의 변호사가 있을 뿐이다. 또 여기에는 재판과 소송을 각색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즐거운 서사도 없다. 대신 끈질기게 사건을 따라가는 지난한 과정이 있을 뿐이다. '다크워터스'는 한 명의 변호사가 서류와 의심과 시간을 건너는 과정을 함께 체험할 것을 요구하는 영화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