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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검찰청

‘박사방’ 가입…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가능할까

조직실체·조직내 지휘통솔 체계 존재 등 입증필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이 사건에 가담한 일당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 가능할 것인지, 가능하다면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등 법리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폭력조직 등을 엄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범죄단체조직죄는 최근 들어 보이스 피싱이나 불법도박 사이트 등 민생침해범죄에도 간혹 적용되긴 했지만, 범죄단체로 볼 수 있는 조직의 실체가 존재하는지, 조직내에 지휘 통솔체계가 존재하는지 등 각종 구성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단순 가입 회원까지 조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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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을 운영하며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되면 중형… 범죄수익 환수도 용이 =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24일 'SNS 이용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 강력 대응' 방침을 발표하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여성 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해 판매·유포한 이른바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엄정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다. 추 장관은 특히 범행이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주빈 등 '박사방'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범죄단체조직죄 성립 여부 등 관련 법리를 살펴보고 있다.

 

범죄단체조직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 등에 의해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범죄는 사회적 해악의 정도가 개인 범죄보다 훨씬 중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범죄인 만큼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다.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를 조직하는 것은 물론 이런 목적으로 조직된 범죄단체에 가입한 사실만으로도 살인죄가 정하고 있는 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으로 처벌 받는다. 실제로 조직원이 살인 행위를 했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범죄단체를 만들고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재로는 통솔체계 공백

 범죄수익도 일방적 편취

 

경찰이 지난달 25일 조주빈을 검찰로 송치하면서 적용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강간,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살인음모 △강요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12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 하나만 보더라도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조주빈이 운영자로 지목된 박사방 가담자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 경우 무기징역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한 부장검사는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단체의 생성 및 존속 자체를 막으려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며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단체 등을 조직한 때에는 구성원의 개인적인 요소는 제거된다"고 설명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도 용이하다. 범죄단체를 구성해 얻은 수익은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 및 추징과 관련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박사방 운영진 등 공범들에 대한 엄단과 철저한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수사기관들이 하고 있을 것"이라며 "수사 향배에 따라 이번 사건이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관련자를 내는 범죄단체조직죄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휘통솔 체계 등 입증해야 = 박사방 사건에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대화방을 조직성이 있는 단체라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조직성을 가질 만한 지휘 통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범죄수익을 어떻게 배분했는지 여부 등이 관건인 셈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형법 제114조 소정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 함은 특정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한다는 공동목적하에 이루어진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그 단체를 주도하는 최소한의 통솔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77도3463 등).

 

범죄단체조직죄는 지금까지 대부분 조폭 등 폭력조직에 적용돼 왔는데, 대법원은 "폭력행위집단은 합법적인 단체와는 달라 범죄단체의 특성상 단체로서의 계속적인 결집성이 다소 불안정하고 그 통솔체제가 대내외적으로 반드시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선·후배 혹은 형, 아우로 뭉쳐져 그들 특유의 규율에 따른 통솔이 이루어져 단체나 집단으로서의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폭력 등의 범죄를 한다는 공동의 목적 아래 특정 다수인에 의해 이루어진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그 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추면 되는 것이고, 그 범죄단체는 다양한 형태로 성립·존속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형을 요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구성 또는 가입에 있어 반드시 단체의 명칭이나 강령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단체 결성식이나 가입식과 같은 특별한 절차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2007도7378 등)해 다소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휘통솔 체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6년 보이스 피싱 범죄에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수원지법도 "이 사건 조직은 보이스 피싱이라는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특정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단체의 내부질서가 유지되고 단체 내부에 역할분담과 위계질서 등 체계가 명확하게 갖춰졌으므로, 통솔체계를 갖춘 형범상 범죄단체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단순 가입자까지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어려울 듯

 

불법도박 사이트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으로 △조직 계획 및 수립△조직원의 물적 시설 마련 △조직원 선발 등 인적 구성 및 직책에 따른 역할 △조직원들의 가입 및 탈퇴 △조직의 통솔체계 및 조직원들의 업무 △범죄수익 정산 및 분배방식 등을 검토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전통적인 범죄단체조직죄에서는 인적·물적 조직과 그 조직을 움직이는 룰(Rule), 그리고 정기적인 회합 등을 중요 요소로 검토했다"며 "앞으로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지겠지만 박사방 사건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에는 조직을 구성하는 통솔체계 등은 공백상태인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이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온라인 상에서 여러사람이 모여 범행을 도모하는 것도 범죄단체의 회합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박사방 가담자 중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것인지도 문제다. 가담자 가운데에는 회원 승급을 위해 조주빈에게 가상화폐 등 금품을 송금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까지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포섭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사방에 들어가 음란물을 시청하기 위해 낸 금품은 일종의 이용료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특정범죄를 함께 모의하고 그 범죄수익을 나누는 기존 범죄단체와는 차이가 큰 측면이 있다.

 

한 판사는 "조직성을 인정하기 위한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범죄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있는지 여부"라며 "한쪽은 일방적으로 돈을 바치기만 하고 누군가는 그 돈을 편취하기만 했다면 돈을 바친 이들까지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묶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주빈을 포함한 운영진과 속칭 '직원'이라고 불리며 사건을 주도한 핵심 가담자 일부에게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 가능할지 몰라도 박사방에 단순 가입한 회원들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여러 사람이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주빈을 포함한 핵심 가담자들은 적용이 가능할 수 있지만 단순 이용자 등 대부분에 대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