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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막힌 재외국민 총선 투표 논란

미국·캐나다·이탈리아 등 재외공관 선거 사무 중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주요 발병국에 있는 재외공관의 선거사무를 중단하면서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재외국민의 투표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2012년 재외국민 투표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일)는 지난 30일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총 40개국 65개 재외공관의 선거사무를 4월 6일까지 중지시켰다. 4·15 총선의 재외투표 기간이 4월 1~6일인 만큼 이 지역에 있는 재외국민 유권자는 총선 투표가 불가능해졌다. 전체 재외선거인 17만1959명의 46.8%인 8만500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4월 국내로 입국해 선거일에 투표할 계획으로 재외선거를 신청하지 않은 재외국민도 해당 국가의 봉쇄 조치 등으로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재외국민의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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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218조의29 제1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천재지변 또는 전쟁·폭동, 그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공관 관할구역에서 재외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공관에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설치·운영 중인 재외선거관리위원회 및 재외투표관리관의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4월 1~6일 투표기간

재택근무·외출제한 등 발 묶여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대상 국가에서 전국민의 자가 격리와 통행 금지, 외출 제한 등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공관폐쇄와 투표관리 인력의 재택근무 등으로 재외공관의 정상업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재외국민은 '참정권 침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독일 교민은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총선에 투표를 못하게 된 재외국민과 국외부재자도 한국의 코로나19 격리 대상자와 같이 거소투표를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전체 선거인 17만1959명의 46.8%

8만500명 해당

 

또 전염병을 이유로 한 재외선거사무 중지 결정이 공직선거법상 '천재지변' 혹은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총선 날짜가 어제 오늘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정부와 선관위 등이 손 놓고 방관한 것 아니냐"며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미리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외국민 뿐만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도 전염병에 감염될까 우려해 총선 당일 투표소를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헌법 제24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정부와 선관위는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전염병 감염 우려 참정권 제한

 위헌 여부 논란도

 

반면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 제37조 2항은 필요한 경우 국민의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재외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사유가 공직선거법으로 명시돼 있다. 코로나19는 법조문상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권 법무법인 대륙아주 선거팀 고문도 "원천적으로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으면 위헌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관 선거업무의 지속이 불가능한 특수한 상황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선관위의 결정이 참정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 선거법 전문가는 "일부 국가에서, 예외적 상황 아래 이뤄진 결정이므로 이를 두고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국내 재판 진행 역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