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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법 기본법리에 충실… 최소한의 ‘필수교육’ 판례

민·형법 표준판례 1373選을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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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김순석)가 민법과 형법을 시작으로 표준판례 선정 작업에 착수한 이유는 지나친 변호사시험 준비로 황폐해지고 있는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5월 천경훈(48·사법연수원 26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상사법연구(한국상사법학회 발행)에 게재한 '변호사시험이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과목별 주요 수험서에서 사건일자와 번호가 언급된 판결의 수가 민사법 5507개, 형사법 4565개, 공법 2509개 모두 1만2581개에 달한다. 합격률 제한 등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합격문을 생각하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1만여개가 넘는 판례를 공부하고 암기해야 하는 셈이다.

 

협의회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개 공개한 민법 표준판례 830선과 형법 표준판례 543선 등 1373개의 우리나라 대표판례는 민법과 형법의 기본법리를 충실하게 담고 있는 판례들이 대부분이다. 불분명했던 해석 기준을 명확히 정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들은 물론 민법과 형법 주요 쟁점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 및 주요 하급심 판결까지 포함됐다.


불분명했던 해석 기준

명확히 정리한 전합판결 外

 

◇ 민법 표준판례, '예외적 파탄주의' 등 대법원 주요 전합 판결 포함 = 민법 표준판례에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던 관습법도 현재의 헌법을 기준으로 그에 위반되면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를 일반 공증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를 둘러싼 법리를 종합적으로 다룬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처분행위 금지와 제3채무자가 계약해제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1다87235 전원합의체 판결 △파탄주의에 의한 혼인관계 해소의 필요성이 학설상 증가하는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파탄주의 관점에서의 이혼을 허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와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등 대법원 주요 전원합의체 판결들이 포함됐다.


민법·형법 주요 쟁점관련

헌법재판소 결정도 포함

 

민법 표준판례 선정 연구책임자를 맡은 김대정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내부적으로 학회가 민법의 표준판례를 선정하게 되면 원래의 의도와 상관없이 민법학의 연구영역을 선정된 판례의 범위로 축소·제한시킬 수 있으며 선정자의 주관적인 관점에 치우쳐 객관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민법 표준판례 830선이 반드시 민법의 '표준판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선정된 표준판례들은 적어도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로서는 반드시 공부해야 할 판례일 뿐만 아니라, 법학교육 현장에서도 가급적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최소한의 '민법 필수 교육 판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개월의 짧은 연구기간과 중복선정된 판례를 제외하다보니 처음 예상한 1000여개의 판례보다 적은 830개의 대법원 판결을 선정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판례집의 생명은 판례의 계속적인 추가와 보완인 만큼 향후 보완작업을 통해 완벽한 민법 표준판례집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학교육 현장에서도

가급적 다루어져야 할 판례”


◇ 형법 표준판례, 헌재 결정 및 하급심 판결도 포함 = 형법 표준판례에는 △죄형법정주의의 의의와 위임입법의 한계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한 헌법재판소 1991. 7. 8. 선고 91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했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불능미수로 볼 것인지 또는 장애미수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명시한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자연분만 및 제왕절개 수술과 관련해 형사법적 관점에서 사람이 되는 시기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도3832 판결 △공문서의 작성권한 없는 공무원이 작성권자의 결재를 받지 않고 직인을 보관하는 담당자를 기망해 작성권자의 직인을 날인하도록 해 공문서를 완성한 경우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6도13912 판결 △수사기관 피의자 수사의 허용한계를 설시하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2010. 12. 30. 선고 2010고합331 판결 등이 선정됐다.

 

“변시준비로 황폐해진 로스쿨교육

정상화에도 기여”

 

형법 표준판례 연구책임을 맡은 류전철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표준판례 선정 연구는 25개 로스쿨 형사법 교수들이 형법의 수험 범위를 한정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교수님들 중에는 본인이 출판한 교재도 있기 때문에 당장 모든 강의를 표준판례로만 수업하라고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교수님들이 강의하면서 선정된 표준판례를 추가·보완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표준판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로스쿨 졸업생들이라면 이 정도 판례는 알고 있다는 신뢰도를 주는데도 초석이 될 것"이라며 "다만 로스쿨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중요한 판례를 깊이 있게 다루고 리걸마인드를 갖추는 방향으로 로스쿨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두 학기만 개설되는 형법 강의에서 다루기에는 543개의 판례도 많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변호사시험 구조에서는 표준판례 선정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며 "로스쿨협의회와 법무부 등 유관 기관이 대화를 통해 로스쿨 교육 과정을 표준화하고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방안 등에 관한 협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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