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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경제 관련 법률 시행령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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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관련 3법 시행령의 개정

정부는 올해 1월 21일 경제관련 3법(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의 시행령을 개정했다. 법무부·금융위·공정위·복지부는 이날 '공정경제 뒷받침할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공정경제'를 뒷받침한다지만 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의 개정은 실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위해 국민연금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개정이다.

 

개정 시행령의 내용은 법률을 위반하거나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내용이어서 시행령으로 규정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헌법 정신이다. 그럼에도 행정부의 시행령이라는 편법을 동원하게 된 것은 국회 여당과 야당의 대치로 법률의 통과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행령에 들어가서는 안 될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폭거이다. 오스트리아 헌법의 기초자였던 Hans Kelsen은 "법학은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 특히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순화되어야 한다"는 '순수법학(Reine Rechtslehre)'을 주창했다. 그는 또 상위법규는 하위 법규 효력의 근거라는 '법단계설(Stufentheorie des Rechts)'을 확립했다. 여기서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 도출되는데, 이는 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고시의 순서로 '하위법은 상위법을 위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경제관련 3법 시행령은 '상위법 우선의 원칙'을 위반해 법이 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2.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개정

필자는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부터 거대 공룡 국민연금이 기업의 명운을 결정할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게 되는 사태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불행히도 그 예상은 적중했다. 국민연금은 2200개 한국 상장회사 중 1000개 넘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공적연기금들은 국내 주식 보유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 비교해 완전 딴 판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이 313개, 최대주주 또는 2대 주주인 곳이 169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등에 업고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발상지는 영국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영국 금융감독 당국은 영국의 주인 없는 기업(영국은 개인 주주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기관투자자들이다)의 경영진이 기관투자자들과 유착하여 회사의 이익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가가 커졌던 것으로 진단했다. 강력한 규제를 예상한 기관투자자들이 놀라 스스로가 만들어 바친 자율규범이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다. 이는 따르되 따르지 않는 경우 설명하는 방식(comply or explain)이다.

 

일본 정부는 종신고용으로 기업가 정신이 실종되고 기업 임직원들이 무사안일에 빠진 것이 일본의 고질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게이단렌(經團聯)과 협의 하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 CEO와 건전한 목적을 가진 대화(이른바 'engagement')를 하도록 했다. 이로써 20년 동안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아베노믹스의 전략이 완성됐다. 한국에서는 전 정부 때부터 도입이 추진되긴 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현 정부에 와서 대통령 공약사항인 '공정경제'를 정착시킨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은 재벌을 손보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의무(5% 룰)'의 적용에 관한 규정을 변경해 투자대상기업 전체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르는 경우(시행령 제154조 제1항 제2호 단서)는‘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것'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법 제147조 제1항에서는 이미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은 (중략) 그 보유 목적이 발행인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해 지배구조에 관련된 주주활동은 그 자체가 이미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명하게 했다. 지배구조란 바로 회사의 적정한 관리를 위한 권한 분배구조를 말하는데 이사회 구조와 이사 선·해임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률에 반하는 시행령의 규정은 상위법 위반으로 당연히 무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 자체가 경영권에 영향이 없다고 시행령에 단정해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나아가 5% 룰의 적용에 있어 종래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과 경영권과 무관한 경우로 분류했던 것을 경영권과 무관한 경우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세분화해 보고·공시의무를 완화했다(시행령 제154조 제3항 제2호).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전제로 한 '일반투자목적'이라는 것은 말장난 같다. 주로 배당 부실, 임원 보수 과다, 횡령·부당 지원 같은 법령 위반 등의 사유가 있으면 단계별 주주활동(비공개 대화 → 비공개중점관리 → 공개중점관리 →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들어간다는 얘기인데, 이런 적극적 주주권 활동이 어떻게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인가. 요즘 들어 사회 지도층부터도 궤변이랄지, 유체이탈 화법을 부끄러움 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에게만 5% 룰 적용의 특혜를 주는 나라도 한국 외에는 없다.


3. 국민연금법 시행령의 개정

국민연금법 시행령은 제80조의3을 신설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지침)'을 집행하고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을 선정한다. 또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고 기업의 E(환경), S(사회적 책임), G(지배구조)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을 제재하는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위원회다. 기금운용위원회나 실무평가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는 모두 법률에 근거해 설치됐다. 그런데 이토록 기업에 민감하고 중요한 위원회는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설치근거를 두고 있다. 국민의 권익 침해이다.

 


4. 상법 시행령의 개정

상법 시행령에는 제34조 제5항 제7호가 신설되어 '해당 상장회사에서 6년을 초과하여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해당 상장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에서 각각 재직한 기간을 더하면 9년을 초과하여 사외이사로 재직한 자'는 사외이사의 자동 결격사유가 되도록 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이미 입법례가 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금융기관에도 이런 제한은 부당한 것이지만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금융회사에 관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상장기업의 사외이사에게 일률적인 재직연한의 상한을 법령으로 획일화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이는 기업의 사적 자치를 침해하고 사외이사의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세상에 법령으로 사외이사의 임기를 강요하는 나라는 내가 알기로 한국뿐이다. 상법에는 '계열회사' 개념 자체가 없는데 시행령에서 갑자기 이 용어가 등장한 것도 문제이다.

 

수많은 경영학 실증적 논문을 보면 사외이사의 임기가 길수록 그 효과는 긍정적이다. 특히 사외이사의 재직 기간이 7~18년 사이일 때 그 가치가 가장 높았다. 심지어는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특히 금융 위기시 한 금융기관에 장기간 재직한 경우 위험에 노출 정도, 주가 반영, 회계성과, 정부보조금 수령 가능성 등 여러 면에서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 장기인 경우가 더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사외이사의 주요 기능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법무부는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미명하에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포기했다.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욕을 먹고 있다. 시행령은 사외이사를 더욱 확실하게 거수기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6년쯤 지나 일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물러나게 만들었다. 갑작스런 조치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교체되어야 할 사외이사가 718명 선이라 한다. 공기업에 이어 사기업까지도 친여 인사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속담이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준선 명예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종합법무관리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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