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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이어 이용자 신상도 공개될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하라” 180만명 넘어서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여성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신상이 23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 이어 24일 경찰도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이용자 전원에 대한 신상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이용자의 신상까지 모두 공개하는 것은 현행법 체계나 무죄 추정의 원칙,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조씨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이며 반복적인 점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한 점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점을 들어 신상공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으며,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총 7명으로, 경찰관 3명과 법조인, 대학교수, 정신과의사, 심리학자 등 외부위원 4명(여성 2명 포함)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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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상공개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에 대한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비난 여론이 급등하면서 이뤄졌다. 이 청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참여인원이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겼고, 24일 오후 1시 40분을 기준으로 180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자는 게시글에서 "아동 및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 현장을 방관하고 소비한 가입자들 모두가 성범죄자"라며 "n번방 가입자의 신상을 공개해 그들을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외에도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같은 날 기준 참여인원 254만여명)', 'N번방 대화 참여자들도 명단을 공개하고 처벌해주십시오(〃39만여명)' 등의 청원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경찰이 조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며 적용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등이다.

 

청소년성보호법 제49조는 법원이 판결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도록 하는 내용이어서 수사단계인 현 상황에서는 적용 여지가 없다.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25조 적용

 운영자 신상공개 결정했지만

단순 이용자에 대한 신상공개에도 적용은

회의적 반응

 

그러나 특정강력범죄법은 살인이나 인신매매, 특히 성범죄의 경우에도 강간이나 강간 등 상해·치상·살인·치사, 미성년자 강간, 상습적인 미성년자 성매수 범죄 등에 국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전 남편 살해사건'의 고유정이나 '어금니 아빠 사건'의 이영학 등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에게 한정돼 적용돼왔다. 또한 특정강력범죄법은 신상을 공개하는 때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하는데 적용됐던 성폭력처벌법 제25조가 n번방 이용자 등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현행법으로 꼽히고 있다. 이 조항은 특정강력범죄법의 규정 형식과 비슷한데,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1항)'는 내용이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때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2항)는 내용이 붙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번방 단순 이용자들에 대한 신상공개까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도 조씨 외에는 전례가 없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사건 등에서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장경아(42·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는 "지금까지 수사단계에서의 피의자 신상공개가 대부분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이뤄졌던 만큼 성폭력처벌법을 통한 신상공개도 특정강력범죄법 규정과의 균형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범죄를 구체적으로 지시·요구하는 등 적극 가담한 이용자의 경우에는 공범에 해당돼 신상공개가 가능할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재범방지 등의 목적으로 단순 이용자의 신상까지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의 형사 전문 변호사도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다른 성범죄자와의 형평은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도 감안해야 한다"며 "공동정범 수준의 가담자가 아닌 한 단순 이용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필우(43·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는 "법적으로 수사단계에서 n번방 이용자들의 신상을 공개할 근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그러나 그간 단순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성폭력처벌법상 신상공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되어왔고,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재범의 가능성도 높은 만큼 공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홍수정·한수현 기자   soojung·s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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