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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 감정, 신속성·경제성·전문성 제고 과제로

“의료분쟁중재원 등 공공의료기관 인력 확충으로 문제해결” 주장도

'진료기록감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료기록감정이 의료소송에서 핵심 증거로 사용되는 만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공공기관 인력을 확충해 공정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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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료 인상 필요" vs "환자 부담 가중" =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이 감정 촉탁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현저히 낮은 감정료를 꼽고 있다. 법원의 '감정인 등 선정과 감정료 산정기준 등에 관한 예규(재일 2008-1)'에 따르면 진료기록 감정료는 과목당 60만원이다(신체감정료는 40만원). 법원은 2008년 예규 제정 후 10년간 과목당 30만원을 유지하다 2017년 감정료를 100% 인상했다. 하지만 감정을 진행하는 대학병원 교수나 전문의들의 노동 가치에 비하면 여전히 감정료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은 감정비용을 문항 수에 따라 차등 청구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예규와 다르지만 감정료는 소송당사자 부담인데다, 재판장 권한으로 증·감액 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의료감정원이 제시하는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감정원이 요구하는 감정료는 1~5문항 50만원, 6~10문항 60만원, 11~15문항 70만원, 16~20문항 80만원이다. 20문항이 넘을 경우 기본 감정료 80만원에 한 문항이 초과될 때마다 5만원씩 비용이 추가된다. 또 참여한 감정인·병원 수에 따라 감정료가 증액될 수 있다는 사실도 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감정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감정료가 현실화되어야 감정 품질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환자 측 부담이 커지면 의료소송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화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내과전문의 출신인 이동필(54·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의성 변호사는 "환자 측이 신청하는 감정 의뢰 내용을 보면 불필요한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핵심 쟁점 위주로 질문 항목을 구성해야 감정 회신이 빨라지고 품질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항목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하자 감정 등에 비하면 진료기록 감정 등 의료감정 비용이 낮게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용범(40·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도 "정확한 판단을 위해 감정료가 현실화 돼 의료감정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사건 전문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의료소송에서 병원과 의료진은 진입장벽이 높은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측(환자 측)이 개인 부담으로 진행해야 하는 감정료까지 증액된다면 환자와 병원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의사들 감정촉탁 기피 주원인은

현저히 낮은 감정료”

 

◇ '부실 감정'도 개선해야 = 진료기록감정의 품질이 고르지 않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많은 법조인들은 장기간 기다려 받은 감정서의 답변이 부실할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본보가 입수한 한 의료기록 감정서에는 "감정의가 답변 할 수 없다"거나 "A질환 일수도 있고, B질환 일수도 있다"는 등의 답변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非) 전문분야 의사나 수련의(레지던트)들이 감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한의사협회의 감정 평가 시스템은 학술국에서 각 학회에 의뢰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러한 구조는 의료감정원 설립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학회에는 대학병원 교수진 이상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지만, 비실명 원칙 때문에 실질적으로 감정을 담당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현재 의료감정의 품질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들쑥날쑥해 변호사들 사이에서 '복불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어느 학회, 어느 의사가 담당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감정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명쾌한 답변으로 재판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경우도 많지만 가끔 엉뚱한 답변이나 두루뭉술한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된 감정서를 받아볼 때도 있다"며 "의료소송에서는 감정서가 재판 결과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정 품질의 상향 평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감정료 현실화 타당성 인정하지만

환자 부담 가중 우려”

 

◇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공공기관 활성화 필요 = 의료감정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신속성과 공정성, 경제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난제(難題)이기 때문에 감정의 공공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의료법 해설'의 저자인 홍영균(53·32기) 법률사무소 힐링 변호사는 "중재원은 감정부가 1부에서 10까지 나뉘어 있고, 각 과의 상임부장이 상근위원들과 함께 상의해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높은 편"이라며 "중재원의 수탁감정은 30만원으로 책정돼 있어 감정료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아 현재 중재원으로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재원에서 처리하는 수탁감정 신청 건수는 2015년 535건, 2016년 664건, 2017년 662건, 2018년 735건, 2019년 83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재원은 지난해 9월 수탁감정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신속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윤정석(62·12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중재원의 의료사고감정단은 세부 진료과목별로 풍부한 의료인 인력풀(677명)을 갖추고 있으며, 감정 인력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척·기피 규정을 적용해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며 "각 감정부에서 작성된 수탁감정서는 9인의 상임감정위원으로 구성된 수탁감정회의에서 다각적인 검토를 함으로써 감정의 질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민과 의뢰 기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력과 예산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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