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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버린 부모, 죽은 자식 재산 상속 바람직한가

20년간 교류없던 故 ‘구하라’ 친모, 상속재산 분할청구訴

미국변호사

자식을 버리고 떠난 비정한 부모가 죽은 자식이 남긴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재산 상속을 두고 민감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씨의 친오빠 A씨가 20년 넘게 교류가 없다 공동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나타난 친어머니 B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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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A씨는 광주가정법원에 어머니인 B씨를 상대로 "어릴 적 가출해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에게는 동생의 재산을 줄 수 없다"며 상속재산 분할심판 청구소송을 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노종언(42·사법연수원 40기)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에 따르면 B씨는 구씨가 아홉살이 될 무렵 가출해 20여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친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졌고 구씨는 오빠인 A씨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컸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씨가 사망하고 A씨가 구씨의 부동산 잔금 및 등기 문제 등을 처리하던 중, B씨가 찾아와 구씨 소유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했다고 한다. 민법 제1000조에 따르면 B씨는 친부와 함께 직계존속으로서 상속 1순위가 되고, A씨는 형제자매에 해당해 상속 순위가 그 다음으로 밀린다.


현행법상

‘자식부양 외면’ 이유로

상속 배제 할 수 없어

 

구씨의 친아버지는 "부모 노릇을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A씨에게 상속분을 양도했고 A씨는 민법 제1008조의2에 규정된 기여분 제도를 근거로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자식이 사망한 후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찾아와 재산을 요구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고로 희생된 고(故) 신선준 상사의 아버지 신모씨도 신 상사의 친모 권모씨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이혼 후 27년간 연락 없이 지내던 권씨가 신 상사가 사망한 후 군인 사망보상금과 군인보험금 중 절반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같은 사고로 사망한 고(故) 정범구 병장의 어머니 심모씨도 이혼 후 22년 만에 나타나 군인사망보상금 중 절반을 가져간 정 병장의 친부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두 건은 모두 법원 조정으로 사건이 끝났다.


헌재도 민법 제1004조

‘상속인 결격사유’로 인정 안해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부모 중 한 명이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해서 상속에서 아예 배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상속인 결격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1004조에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004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 조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보호하고 상속결격 여부를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부양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인데, 이를 상속결격 사유로 본다면 오히려 법적 분쟁이 빈번해질 수 있다. 직계존속이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중대한 범법행위나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때문에 A씨는 재판에서 기여분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수밖에 없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면 상속분 산정에 있어 그 기여분을 가산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A씨의 기여분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이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가사·상속 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기여분을 판단할 때 좁게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구씨의 친모가 상속분을 그대로 가져갈 확률이 높다"며 "기여분 관련 법 규정을 보면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을 형성하는데 특별히 기여'해야 하는데, 이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특별히 한쪽이 더 부양을 많이 했다고 해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일반인들이 하는 것보다 특별히 부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법적 안정성 위해 입법 통해

규정 신설 바람직”

 

엄경천(47·34기)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상속재산 분할 청구소송은 공동상속인인 구씨의 친부와 그로부터 상속분을 양도받은 A씨 모두 청구인 적격을 갖지만, 기여분 청구는 민법 제1008조의2에 따라 공동상속인만 청구인 적격을 갖기 때문에 단순히 상속분을 양도 받은 A씨가 소송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다만 친모가 20년 이상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친모가 받을 재산 분할금을 적절하게 감액해달라고 주장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부양의무 다하지 않은 부모'를 상속결격사유로 두기 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상속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기여분 관련 규정인 민법 제1008조의2에 이어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는 경우 피상속인이 이혼이나 혼인외의 출생자 등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3년 이상 이행하지 않은 경우 가정법원은 공동상속인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분의 전부 또는 일부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민법 제1008조의3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변호사는 18일 국회에 일명 '구하라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했다. 노 변호사는 "민법상 상속결격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를 추가하고, 기여분 규정의 '특별한 기여'를 다른 공동상속인과 비교해 결정되는 상대적 개념으로 바꾸어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는 상속인 결격사유에 '양육이나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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