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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국제분쟁에서 시간, 노력, 비용을 조정하기 위한 최근 논의

[ 2020.03.09. ] 


국제거래가 대형화, 복잡화 됨에 따라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 노력, 비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거래 분쟁의 주요 해결수단으로 널리 활용되어 오던 국제중재에서도 절차 진행 측면에서 시간, 노력,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거래 분쟁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법적, 제도적으로는 (1) 중재절차의 개선에 관한 프라하 규칙, (2) 국제조정에 관한 싱가포르 협약의 도입이 있었고, 실무적으로는 국제분쟁 해결 비용의 조달을 위한 (3) 제3자 자금지원(Third Party Funding)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 프라하 규칙

프라하 규칙은 2018. 12. 14.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채택된 ‘국제중재절차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규칙(Rules on the Efficient Conduct of Proceedings in International Arbitration)’을 말하는 것으로, 당사자들 간의 중재 합의나 당사자들이 선택한 중재 기관의 중재규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목적으로 고안되었습니다. 기존 세계변호사협회(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IBA”)에서 일종의 가이드로 발표하여 수년간 다수의 국제중재 절차에서 활용된 “IBA 국제중재에서의 증거수집 절차에 관한 규칙(IBA Rules on the Taking of Evidence in International Arbitration, “IBA Evidence Rules”)과 유사한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규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미법(Common Law)계 소송 실무의 성격이 강한 IBA Evidence Rules와 달리 프라하 규칙은 많은 부분을 대륙법(Civil Law)계 소송 실무 요소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프라하 규칙의 주요 특징은 재판부에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fact-finding)에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는 대륙법계 소송 실무와 유사하게, 중재판정부에게 중재 사건 진행에 관하여 보다 많은 권한 및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당사자가 주장하는 fact 위주로 판단을 하는 변론주의에 기초한 기존 국제중재의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fact도 중재판정부가 주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재량을 확대하는 이른바 직권주의적 fact-finding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중재판정부가 중립적인 전문가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재판정부의 주도적인 절차 운영(case management)과 관련된 규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던 문서제출(document production)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하여 IBA Evidence Rules에서 제시하는 것과 같이 문서제출을 범주(category)로 정하여 상대방에게 요청하기 보다는 특정 문서를 지정하여 중재판정부에게 직접 요청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재판정부가 절차 최종 단계인 심리기일(hearing)까지는 당사자들의 사건 형성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하는 기존 국제중재 실무와 달리 hearing 이전 단계에서 사건 형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당사자들과 논의하면서 사건의 쟁점 및 범위를 좁혀 나가는 방식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프라하 규칙은 기존 국제중재 절차 실무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 영역들에 중재판정부의 권한을 더 부여하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 중재절차의 효율적인 운영을 원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아가,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 간의 분쟁에서는 당사자들에게 더 친숙한 대륙법을 기반으로 하는 프라하 규칙이 선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싱가포르 협약

싱가포르 협약은 2019. 8. 7. 체결된 ‘조정에 의한 국제화해합의에 관한 UN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Settlement Agreements Resulting from Mediation)’을 이르는 말로, 당사자 간 조정(합의) 결과에 국제적 집행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중재판정에 대해 국제적 집행가능성을 부여하는 뉴욕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과 유사한 것으로 중재보다 간소한 절차인 조정에도 국제적 집행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싱가포르 협약은 조정을 통한 당사자간 합의를 비준국의 국내 법원을 통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원 판결 또는 중재판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기준 대한민국과 미국을 포함한 51개의 국가가 싱가포르 협약에 서명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협약에 서명한 국가에서 발생한 상사분쟁의 경우, 보다 편리하게 조정을 통한 합의에 이를 수 있게 되었고, 비준국에서는 이에 대한 집행도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당사자들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조정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조정제도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되어, 소송이나 중재의 대체재가 아닌 그 사전 단계로서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집행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국제분쟁 해결에 시간 및 비용이 절감되는 조정제도를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3. 제3자 자금지원 (Third Party Funding)

제3자 자금지원 제도는 분쟁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추후 승소 시 대가를 받을 것을 기대하며 소송비용 등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재사건이 복잡해지고 사건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중재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증가하게 되었는데, 해당 비용을 조달하고 위험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제3자 자금지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최근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적극적으로 중재절차에서 제3자 자금지원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취지의 입법을 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제3자 자금지원이 허용되는 것인지 그리고 허용되기 위한 입법례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제3자 자금지원이 비변호사의 법률사무를 통한 이익분배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규정 등의 위반이 아닌지 등의 입장도 있고, 반대로 자금지원자의 권한과 분쟁절차에서의 개입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전세계의 움직임에 따라 제3자 자금지원 제도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바, 머지 않은 시점에 한국에서도 복잡한 중재 사건에서 제3자 자금지원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병철 변호사 (bcyoon@kimchang.com)

임병우 변호사 (bwim@kimchang.com)

박혜민 변호사 (hyemin.park@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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