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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군사법원

"정부가 기후 위기 방관"… 청소년들 헌법소원 냈다

"실효성 없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 미래세대 생존권 침해" 주장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가 온실가스 감축협약 이행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라는 내용의 기후변화소송(Climate Change Litigation)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정부가 국제협약과 헌법적 의무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기후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미래세대의 생존권과 환경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법조계의 조력을 얻어 이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본보 2020년 3월 5일자 3면>.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가진 10대 등으로 구성된 청소년기후행동(Youth 4 Climate Action)은 13일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모두의 권리를 위한 청소년기후소송'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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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이날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국회의 입법부작위가 청소년의 생명권·행복추구권·환경권·인간다운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청소년들은 온실가스 감축협약을 비준한 한국 정부의 대응과 국회의 입법이 실제로 기후변화를 막는데는 효과가 없는 수준이어서 미래세대인 자신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구체적인 입법 및 실효적 정부대응책 마련과 함께 시행령 등에 규정된 감축 목표치의 상향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2016년 5월 시행령 개정을 통한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폐지' 등이 대상이며, 청소년들은 해당 조항들에 대해 위헌결정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달라고 헌재에 청구했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정부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에서 극한기후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각종 피해가 재난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정부는 기존의 감축목표를 달성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퇴행수준의 감축목표를 재설정하면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다할 의무와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따르면 대통령령에 일정한 사항의 규율을 위임할 때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야 한다"며 "헌법소원 대상 조항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준과 규율형식 등을 정하지 않은 채 정부에 무조건 포괄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35조는 환경권의 내용과 행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회는 파리협정이 설정한 최소 목표치인 섭씨 2도 상승 제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예측가능한 감축목표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무런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42조는 정부가 범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단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 제25조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100분의 30까지 감축하는 것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었는데, 이 규정은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전망치 100분의 37까지 감축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2016년 5월 개정됐다. 이어 1000분의 244만큼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31일 한차례 더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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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이번 소송은 법무법인 에스앤엘파트너스(S&L Partners, 대표변호사 신영무·이근웅·성기문)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소속 변호사들이 공익소송형태로 청소년들을 대리하고 있다.

 

이병주(56·25기) 에스앤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헌법적 인권보호에 대한 최후의 보루인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대한민국 기후재난 관련 입법의 문제점과 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윤세종(37·변호사시험 1회)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한국 정부의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필요최소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미 발표한 수많은 계획에도 기후변화 현황과 예상되는 위험 등이 정확하게 인용되어 있지만, 온실가스배출감축 목표를 세운 2009년 이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전혀 줄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고 중 한명인 김도현(16)학생은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추세 대로라면 기온이 7년 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는데 나는 (7년 후) 겨우 23살"이라며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몰라 두렵고, 대한민국 정부에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편 네덜란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환경 공익재단(Urgenda Foundation)이 시민 900여명과 함께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낸 기후변화소송에서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부작위는 인권침해"라며 원고승소 확정판결을 내려 주목 받았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5억3000만톤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실해 공수표라는 지적을 국내외에서 받고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OECD 34개국 중 5위인데, 기후위기대응지수(CCPI)는 33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말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석해 "2022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폐기하는 등 기후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전 정부가 인허가한 석탄발전소 7기가 한국에서 새로 건설 중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으로도 송출됐고, 예정 됐던 야외캠페인·결석시위 등은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온라인을 통해 이번 헌법소원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서명운동도 진행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