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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교육과 근로 사이 방황하는 ‘예비법조인 알바’

변호사도 로스쿨생도 아닌 ‘경계인’의 현주소

# 올 1월 제9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A씨는 고향에 내려가 쉬던 중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서울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법학부 출신이 아닌데다 대형로펌 인턴십 같은 경험이 전무했기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조금이라도 실무를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근무 첫 날 이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소개로 들어왔으니 특별히 100만원을 주겠다"며 "열심히 하면 4월부터 우리 법률사무소에서 실무수습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고용계약서도 쓰지 않는 상황이 불편했지만 A씨는 '노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튿날부터 바로 자료조사와 서면작성 업무에 투입된 A씨는 밥먹듯 야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서툴러 실수가 잦았지만 서서히 적응해 가던 어느 날 대표는 A씨를 불러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는 전화로 오는 고객 상담도 맡아달라"며 업무를 더 떠넘겼다.

 

# 경기도의 한 중소형 로펌에서 일하는 B변호사는 최근 인턴 형식으로 들어온 변호사시험 응시생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명문대 로스쿨 출신에다 변호사시험 합격 안정권에 들었다는 말만 믿고 일을 맡겼는데, 법률지식이나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져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가르쳤지만 이후에도 똑같은 실수와 질문을 반복하는 인턴에게 지쳐 아예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인턴은 개인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 서핑만 하다 퇴근하곤 했다. B변호사는 "예비법조인 채용은 단순한 고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제식으로 변호사 실무를 가르치는 교육의 측면도 있다"며 "교육과 근로제공 사이에는 동등한 가치교환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는 법인데, 이 같은 형평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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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치른 '예비법조인'들이 로펌 등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현상이 최근 보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도, 로스쿨생도 아닌 '경계인' 신분인데다 근로조건이나 노동 강도에 관한 뚜렷한 관행이나 가이드 라인이 없어 양측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 등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고용주와 예비법조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률사무소 등 아르바이트 68%가

월 100만원 이하 급여 받아

 

◇ '최저임금 미만 지급' 논란 분분 =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예비법조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최저임금(시간당 859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급여다. 본보가 로펌 등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제9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22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68.2%에 달하는 15명이 월 10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 월 50만원(식대 불포함)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4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후에는 이들을 실무수습으로 전환해 최저임금 이상으로 급여를 조정하는 사무소가 많았다.

 

올해 세 번째 변호사시험을 치른 C씨는 "이미 변시에서 두 번 미끄러진 상태여서 변호사 자격증이 나온다 하더라도 제대로 취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지금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법률사무소에서 꾹 참고 버티면 '면수습'까지는 하게 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에 (낮은 임금에도) 항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 놓고

노동법 전문가들도 견해 엇갈려

 

반면 이들을 고용하는 입장인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선배 변호사들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실무를 가르쳐 주고 있다"며 "만일 최저임금을 다 지켜서 급여를 줘야 한다면 고용을 꺼릴 것이고, 이는 예비법조인에게서 실무 학습의 기회를 뺏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아직 고용관계가 확정적으로 체결된 상태가 아니라면, 이들의 법적 지위를 먼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각 로펌과 법률사무소마다 교육과 업무량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근로의 양태를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예비법조인 단계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법률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동(45·사법연수원 35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변호사 자격증 유무에 관계없이 일단 고용을 한 이상 법이 정한 최저한의 급여는 맞춰주는 게 맞는다"며 "기관에서 실시하는 연수처럼 교육만 받는 것도 아닌데,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것은 교육을 빙자해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몇 해전부터 서초동에서 계속 회자되던 문제로, 대한변협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분명한 신분 탓으로 ‘규제 死角地帶’

 책임지는 기관 없어

 

◇ 예비법조인의 '법률상담'은 변호사법 위반 = A씨 사례처럼 예비법조인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 상담 등의 업무를 맡기는 법률사무소들도 있다. 현행법상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라고 칭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률상담을 하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예비법조인 D씨는 "전화 상담을 할 때 상대방이 누구냐고 물으면 가장 곤란하다"며 "직원이라고 하면 '변호사를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선배 변호사가 자신이 부재 중일 때 상담을 해달라고 지시한 것이어서 '없다'고 대답하면, 나중에 선배 변호사가 '그냥 변호사라고 하지 왜 그랬냐'고 핀잔을 줄 때가 있다"고 했다.

 

'변호사법 주석'의 저자인 정형근(63·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변호사시험 응시생은 아직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잠재 고객이나 의뢰인을 상대로 법률상담을 할 수 없다"며 "변호사가 상담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업무를 익히는 것이라면 몰라도, 예비법조인 단계에서 단독으로 상담을 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예비법조인이 자칫 잘못된 법률 조언을 제공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변협 등 유관기관에서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

문제점 해소해야

 

◇ "가이드라인 필요" = 예비법조인들의 불분명한 신분 때문에 이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스쿨 학생이라면 로스쿨협의회가, 변호사라면 대한변협에서 처우 개선에 나서겠지만, 신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책임지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자격 취득을 목전에 둔 예비법조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섭(61·16기)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예비법조인의 아르바이트 문제는 교육과 노동이라는 양면을 모두 갖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대한변협 등 유관기관에서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문제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예비법조인들도 가까운 시일 내에 변호사가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기관인 대한변협이 주도해 관련 위원회를 만들고,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일 대한변협 측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대부분의 법률사무소들이 고용과 교육 등의 사항에 대해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측은 "예비법조인의 아르바이트 관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지)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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